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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호 코오롱 대표가 그룹 내 제약바이오 사업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대표는 올 3월 코오롱티슈진에 합류한 지 약 반 년 만에 코오롱제약까지 이끌게 되면서 제약바이오 부문의 컨트롤타워로 저리매김하고 있다. 대웅제약에서 글로벌사업을 성공적으로 끌어올린 이력이 코오롱의 조직 재편과 맞물리며 자연스레 존재감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합류 7개월 만에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로
코오롱그룹의 제약바이오 부문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제조를 맡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는 코오롱티슈진이 서로 협력하며 그룹 내 바이오 분야를 이끌고 있다. 제약에서는 의약품 유통·영업을 담당하는 코오롱제약이 있다.
코오롱은 이 같은 제약바이오 부문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로 전 대표를 지목했다. 그룹은 지난달 정기 인사를 통해 코오롱티슈진을 담당하는 전 대표를 코오롱제약 대표로 추가 선임했다. 기존 전재광 코오롱제약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지휘 체계는 전승호 단독 구조로 넘어갔다.
주목되는 건 전 대표의 입지가 반 년 만에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웅제약에서 최연소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었던 전 대표는 올해 코오롱에 새로 영입돼 회사의 바이오 전략 재편에 속도를 붙일 적임자로 평가돼 왔다. 그는 올 3월 코오롱티슈진 대표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이번 인사로 7개월 만에 코오롱제약 수장에 추가 선임되며 그룹 제약바이오 전반을 총괄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전 대표가 제약바이오 부문 사장단에 유일하게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룹 제약바이오 의사결정이 전 대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바이오헬스케어 추진단의 핵심 멤버로 부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오롱은 제약바이오 부문을 차기 성장사업으로 점찍고 바이오헬스케어 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추진단은 제약바이오 계열사의 대표와 주요 임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그룹의 중장기 헬스케어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승호 대표는 코오롱 입사와 동시에 추진단의 고문을 맡아오며 그룹의 바이오 전략 수립 과정에 핵심적으로 관여해 왔다.
글로벌 경영 리더십 부각, R&D 전략 재편은 과제
단기적으로 전 대표는 코오롱제약의 의약품 매출과 수익 확대를 책임지는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코오롱제약은 바이오 계열사와 달리 완제 의약품 유통·영업 역량이 핵심 경쟁력인 회사로 제네릭 중심 포트폴리오 운영과 병·의원 채널 영업, 도매상 네트워크 관리가 실적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대웅제약에서 6년간 대표직을 수행하며 영업·글로벌사업·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총괄한 전 대표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사업을 총괄하며 글로벌 진출을 이끈 경험은 유통·영업 기반의 코오롱제약 경영과 시너지를 낼 요소로 꼽힌다.
코오롱 관계자는 "코오롱제약은 신약 개발보다는 완제 의약품 유통 중심 사업체"라며 "전 대표가 대웅제약에서 보여준 경영 역량이 이번 제약부문까지 맡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코오롱제약의 체질 개선이 과제로 남아 있다. 회사는 제네릭 유통 중심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 전환과 신사업 발굴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실제로 코오롱제약의 지난해 연매출은 1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1억원, 25억원으로 33%, 39.5% 감소했다. 회사는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지난해 모회사 코오롱을 대상으로 18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재무 보강에 나서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 안팎에서는 전 대표가 연구개발(R&D) 중심 체질 전환과 수익 모델 구조 개선 등을 이끌거란 기대감도 커진다. 서울대 약학대학 학·석사 출신인 전 대표는 대웅제약 대표 시절부터 사업개발(BD) 투자와 포트폴리오 확장을 총괄하며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주도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오롱제약이 최근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 의약품 유통에만 머물 게 아니라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연구자 출신인 전승호 대표가 R&D를 강화하거나 포트폴리오 전환을 이끌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