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거버넌스 향방을 추적합니다.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가 시작되면서 이를 주도할 사외이사진에 관심이 쏠린다. 이사회를 이끌던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김영섭 대표 연임 포기 당일 의장직을 사퇴했지만 여전히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서 차기 CEO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의장직 사퇴해도 차기 CEO 선정에 영향

김 교수는 11월4일 KT 이사회에서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무단 소액결제 및 해킹 사태와 관련해 이사회 차원에서도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였다. 같은 날 김 대표는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장직은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역임한 김용헌 변호사가 맡게 됐다.
하지만 김 교수가 KT 이사회에서 완전히 물러난 건 아니다. 의장직만 내려놓았을 뿐 사외이사 활동은 계속한다. 특히 차기 CEO를 선정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만큼 김 교수는 여전히 후임 CEO 선정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연내 대표이사 후보 1인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미디어 경영과 통신 산업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미디어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땄다.
SK그룹과 서울시청, 카이스트 IT경영학부를 거쳐 현재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 도서관장,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회장, 한국정보사회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미래창조과학부 ICT 정책고객 대표자회의 위원, 방송진흥정책 자문위원회 위원 등 정부 위원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해 왔다. 국제미디어경영학회(IMMAA)와 국제통신학회(ITS) 같은 국제 학술단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23년 거버넌스 위기 후 새 이사회 이끈 인물
김 교수가 KT 사외이사로 선임된 건 2023년 6월이다. 당시 KT는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이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반대로 연이어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심각한 거버넌스 위기에 빠졌다. 기존 사외이사 대부분도 사퇴 의사를 밝히거나 재선임에서 제외되며 이사회가 사실상 해체됐다.
KT는 그해 6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 교수를 포함해 7명의 새 사외이사를 한꺼번에 선임했다. KT는 이때 정관을 개정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경영 감독 역할을 강화하고, 대표이사 선임 주총 의결 기준도 50%에서 60%로 높였다.
새 이사회는 두 달 뒤인 2023년 8월 LG CNS 출신인 김 대표를 차기 CEO로 선임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장이자 이사후보추천위원장을 맡아 김 대표 선임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 교수는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재선임됐다. 당시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 4명이 모두 재선임됐다. KT는 사외이사 절반이 일시에 교체될 경우 경영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이례적인 전원 재선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교수를 비롯한 사외이사진은 이제 차기 CEO 선정이라는 과제를 앞두고 있다. 특히 김 대표 선임을 주도했던 사외이사들이 그대로 후임자 심사를 맡게 됐다는 점에서 이사회 독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CEO 교체 과정에서 외부 압력에 시달려왔다.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마친 인물은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전문기관 추천, 공개 모집, 주주 추천, 사내 후보 등을 통해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올해 안에 후보 1인을 선정해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는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