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구글이 요구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심의를 보류한 가운데,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가 유감을 표시했다. 외국 기업에게 불리한 경쟁 조건을 초래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에서 약속한 공정 시장 조성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구글을 올해 2월 국토교통부에 1대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허용을 신청했다. 국토부 등 8개 부처가 모인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는 올해 5월, 8월에 이어 이달 12일 거듭해서 결정을 보류했다.
CCIA는 12일 성명문을 내고 "최신 내비게이션, 물류 및 모빌리티 서비스의 핵심 요소인 디지털 지도 데이터의 반출 승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지속적이고 부당하게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도 유보 결정을 내린 것은 2013년부터 이해관계자 및 미국 정부가 해결하려 노력해 온 양국 간 디지털 무역의 난제를 더욱 고착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서울처럼 복잡한 도심 지역에서 길찾기,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려면 고정밀 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글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지 않아 세밀한 국토 정보가 국외로 유출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관해 구글은 글로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여러 국가로 데이터를 보내야 하며, 민감한 정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지도에 원자로, 군부대 등 안보·보안 시설을 그대로 표기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이를 위성 지도와 결합하면 정밀 타격도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다. 반면 구글은 안보·보안 시설을 가림처리하고 좌표값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내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CCIA는 "이러한 규제 장벽으로 인해 외국 기업들은 한국 소비자 및 기업에게 고품질의 지도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CIA는 한국 정부가 구글 등 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외국 기업에게 한국 내 데이터센터 유지 의무를 부과해 불필요한 부담과 불리한 경쟁 조건을 초래한다는 이유다. 이어 CCIA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하에서 미국 서비스 제공업체에게 비차별적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는 한국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는 구글에 내년 2월5일까지 추가 보완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로써 구글의 요구에 관한 정부 결정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