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바이오그룹이 카카오헬스케어를 장부가액(1477억9000만원)의 절반 가격인 약 7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카카오헬스케어의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역량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오너 3세’ 시대를 개막한 차원태 부회장이 반토막 가격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을 사들였다며, 첫 인수합병(M&A)이 성공적이라는 호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시장 내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AI 기반의 차별화된 ‘핵심 기술력’이다. 단순히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독보적인 기술력은 곧 특허권 취득으로 이어진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이날 기준 국내외 포함 총 16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이는 경쟁사인 루닛(145개)과 뷰노(158개), 딥노이드(84개) 등에 비해 현저히 적다. 업력이 짧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카카오헬스케어가 단순히 특허 만으로는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시장이 주목할 만한 의료 AI 기술력을 확보했을까.
카카오헬스케어는 AI 기업 업스테이지의 LLM(거대언어모델) 기술력과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기술력을 사업에 적용한다고 밝혔으나 독자적인 AI 모델을 구축했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기업의 AI 기술을 활용한 것에 불과하다. 특히 카카오헬스케어는 지주사의 기술력에 상당 부분 의존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카카오그룹 내 수많은 개발자들이 존재하는 덕분에 그룹 내에서 AI 기술의 활용에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카카오를 떠난 카카오헬스케어는 기술적 한계가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실제 황희 대표는 의사 출신의 경영자다. 카카오헬스케어처럼 규모가 작을수록 대표가 그리는 방향성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그는 여태껏 의료계 인맥 등으로 병원과 연계해 빅데이터 등을 확보했으나 업력만 봐도 AI와는 거리가 멀다. 차그룹에도 이미 수백 명의 의사와 연구원들이 존재하는만큼, 독보적 AI 기술력이 없는 기업과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카카오헬스케어의 매각 가격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시장 경쟁력이 뛰어난 AI 기반 의료 기업이 장부가액(회계상 현재 가치)의 반값에 팔리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카카오헬스케어는 ‘돈 먹는 하마’에 불과했다. 카카오가 약 3년 동안 이 계열사에 쏟아 부은 돈만 1500억원이다. 자금을 투입했으나 적자 규모는 빠르게 커지면서 부분자본잠식에 놓였다.
통상 중견기업은 자금 조달의 부담이 크지 않은 기업을 공략해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수 실패 사례로 꼽히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곳도 대다수다.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으로 시선을 넓혀 봐도, 과거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를 3조원대에 인수했으나 누적적자 규모가 수천억대에 달하며 실패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는 연매출 1조원 선도 무너져내렸다.
불확실성에도 차바이오그룹은 왜 카카오헬스케어가 필요했을까. 계열사의 상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핵심 계열사인 차바이오텍은 수십 년간 임상 3상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이렇다한 실적을 내지 못한 결과, 올해 포함 연결기준으로 4년 연속 영업적자가 불가피하다. 개선 흐름을 보이던 부채비율도 200%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 역시 4년 전 고점(2만8709원) 대비 절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시총 4000억원을 넘었던 차백신연구소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 기업의 시총은 700억원 밑이다.
오너 3세 차원태 부회장 승계의 핵심 축인 제약바이오사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선 신사업 발굴이 불가피하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인력 부족에 스마트 병원을 추진하는 곳이 늘어나는 만큼, AI와 연계한 의료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헬스케어에 눈길이 간 이유다.
이번 M&A가 ‘허울 좋은 껍데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 카카오헬스케어의 실적 회복과 차바이오그룹의 성장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차바이오그룹이 경쟁력 강화의 축으로 AI를 꼽은 만큼, 더 이상 카카오헬스케어가 힘을 잃지 않도록 동력을 마련해주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