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다시 CEO 선임 국면을 맞은 가운데 거버넌스의 향방을 추적합니다.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사진 제공=KT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사진 제공=KT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레이스에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뛰어들었다. 2019년 구현모 전 대표와 함께 CEO 후보 9인에 올랐다가 선임되지 못한 뒤 6년 만의 재도전이다. KT에서 23년간 혁신기획실장, 정보기술(IT)기획실장 등을 거친 '기획통'에 통신과 도시철도 등 인프라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더한 게 강점이지만 서울교통공사 사장 시절 채용 비리 의혹에 시달렸던 불명예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T 기획통으로 자리매김

김 전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 운용기술부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23년간 KT 주요 기획·혁신 부서를 거쳤다. 품질경영실 식스시그마팀장,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장, 혁신기획실장, IT기획실장 등 KT의 핵심 보직을 두루 섭렵했다.

특히 남중수 전 KT 대표 재임 시절 혁신기획실장과 IT기획실장을 맡으며 조직 혁신과 IT 전략을 주도해 신임을 얻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2019년에는 구현모 전 대표와 함께 황창규 전 회장의 뒤를 이을 CEO 후보 9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2009년 KT를 떠난 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오가며 경영 경험을 쌓았다. 하림그룹, 차병원그룹 등을 거쳤다. 2014년부터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2016년에는 서울메트로 사장에 올랐고, 2017년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가 통합해 출범한 서울교통공사의 초대 사장으로 임명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중 약 5년 5개월간 서울시 교통정책을 총괄하며 두터운 신임을 쌓았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재임 시절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위기를 맞았다. 2019년 9월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사장 해임을 권고했다. 결국 김 전 사장은 2019년 12월 임기 6개월을 남기고 퇴진했다. 당시 김 전 사장이 KT의 신임 회장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사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AI와 안전' 강조하며 재기 준비

표=이진솔 기자
표=이진솔 기자

서울교통공사를 떠난 뒤 김 전 사장은 침묵하다가 최근 '인공지능(AI)과 안전'을 주제로 한 저서를 출간하며 재기를 준비해 왔다. AI와 정보통신기술(ICT)의 혁신이 사용자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I 시대를 맞아 기술 혁신과 안전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리더십을 어필하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전 사장이 KT CEO 레이스에 뛰어든 시점은 해킹 사태로 보안이 화두가 된 KT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KT는 올해 펨토셀(소형 기지국) 해킹 사고를 겪으며 보안 시스템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AI·네트워크·보안 전문성을 갖춘 동시에 조직을 잘 아는 내부 출신 CEO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 전 사장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KT 내부 출신으로서 조직 문화와 구조를 잘 이해하고, AI와 안전에 대한 철학을 가진 인물로 어필하고 있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전 임원 그룹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김 전 사장은 올해 3월 김영섭 대표의 호텔 매각 정책을 우려하는 성명서를 퇴직 임원들과 함께 발표하며 KT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 전 사장의 최대 약점은 서울교통공사 시절의 불명예 퇴진이다. 채용 비리 의혹으로 감사원의 해임 권고를 받았고 노사갈등으로 노조와의 관계도 악화했다. 당시 논란이 재점화될 경우 CEO 선임 과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키워드
#KT #김태호 #CEO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