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시즌2' 첫번째 에피소드가 1월4일 새단장한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태터툴즈같은 설치형 블로그나 티스토리같은 블로그 서비스를 겨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용자 편의성 강화'는 거룩한 포장이지만, 어쨌거나 다양한 기능을 이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은 환영할 일입니다.
바뀌거나 덧붙은 기능이야 이곳 저곳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니, 문외한인 저까지 굳이 나서서 거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그 대신 이 자리에선 네이버 블로그 시즌2를 바라보며 드는 단상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던 우메다 모치오의 <웹 진화론>에는 눈에 띄는 비유가 있습니다. '이쪽'과 '저쪽'의 비유입니다. '이쪽' 세계의 기업은 모든 것을 혼자 떠안고 가려 합니다. 반대로, '저쪽'에선 모든 것을 베풀고 내놓습니다. '이쪽'이 서비스와 프로그램 개발을 내부에서 모두 떠맡는 전통적 IT기업이라면, '저쪽'은 인터넷이란 무한한 바다에 서비스를 공개한 웹서비스 기업입니다. 우메다 모치오는 '이쪽'의 대표적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저쪽' 기업으로는 구글을 꼽고 있습니다.
추세는 '저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쪽'은 자발적으로 모인 기술들이 서로 얽히고 섞이며 발전해나갑니다. 작은 힘이 모여 만들어지는 기술과 서비스의 힘은 무섭습니다. 전세계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파이어폭스 부가기능을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나, 자원해 모인 태터툴즈 외곽 지원부대 '태터앤프렌즈'가 스킨과 플러그인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을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 말하자면 '롱테일 부대'쯤 되겠군요.
네이버 블로그 시즌2는 여전히 '이쪽'을 고수합니다. 모든 서비스는 직접 제공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기술과 자금이 있으니 직접 개발해주겠다는데야 뭐랄 게 없겠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네이버가 아무리 돈과 기술이 풍요롭다한들, 끝없이 덤벼드는 소총부대들을 막아낼 맷집이 과연 있을까요. 베풀고 내놓아야 자신의 주머니도 풍성해진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혹시 잊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개방과 공유의 흐름 가운데 또 하나를 꼽자면 'API 공개'입니다. API는 간단히 말하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도구로, 공개된 API를 가져다 쓰면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이도 어렵잖게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네이버가 공개한 지도API를 가져다 자신만의 지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API는 해당 기업의 기술이 집약된 일종의 자산입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기 서비스의 API를 꽁꽁 감춰두고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구글이 자사 API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자기네 API를 공짜로 뿌리는 것이 '내 자산을 갉아먹는 일'이 아니라 '내 서비스를 널리 퍼뜨리는 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세계 개발자들이 앞다퉈 구글의 지도API를 가져다 쓴다면 결과적으로 이들은 핵심 기술을 구글에 의존하게 되는 셈입니다. 쉽게 말해 구글은 가만히 앉아서 '칼자루'를 쥐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플랫폼 사업자의 힘입니다.
국내 포털들도 API를 일부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음이 가장 적극적인 편입니다. 오픈API 공식 페이지를 통해 검색·블로그·인증·디앤샵·여행 등의 API를 마음대로 가져다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검색API와 지도API 등 일부만 공개한 상태입니다. 블로그API는 여전히 손에 꽁꽁 쥐고 있습니다. 블로그API를 공개하면 네이버 블로그에 오픈소스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연동할 수 있을 뿐더러, 외부에서 네이버 블로그로 원격으로 글을 전송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네이버는 이런 외부의 유입이 썩 내키지 않는가봅니다. 이번 블로그 시즌2에서도 블로그API 공개는 쏙 빠졌습니다. "향후 검토 가능하다"는 반응 정도만 언론에 소개됐군요. 네이버는 아무래도 '이쪽' 성채를 벗어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