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초반 IT 기자들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는 웹서비스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닷넷'과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썬원'이 차세대 웹서비스 시장을 놓고 사활건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게 골자였다.


많은 미디어들이 '닷넷 vs 썬원'을 대결구도로 잡은 기사를 쏟아냈고 나 역시 이에 앞장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웹서비스는 '모든 것은 웹으로 연결되며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웹기술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개념을 담고 있었다. 인터넷의 폐쇄성이 강한 시대였음을 감안하면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파괴적인 개념이었던 만큼 혼돈이 뒤따랐다. 취재하는 기자들은 웹서비스를 헷갈려 했고 이를 설명하는 업체들의 논리도 제각각이었다. 당연했다. 웹서비스로 인한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느니...


시계추를 현재로 돌려보자. 지금 웹2.0이란 용어가 인터넷 업계와 미디어를 뒤흔들고 있다. 어딜가나 웹2.0은 주인공 대접을 받고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그러면서 묻는다. "웹2.0이 도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책들은 많이 나와 있다. 웹진화론, 웹2.0 경제학, 시맨틱웹 등이 대표적이다.

-[서평] 웹진화론 
-책과 함께 웹2.0 여행하실래요?

이들 책은 하나같이 참여와 공유 그리고 개방에 기반한 웹2.0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며 이를 거부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자는 웹2.0이 갖는 의미를 고민하면서부터 2000년대 초반 웹서비스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혼돈을 떠올리게 됐다. 웹서비스 기술이 내세웠던 이상이 지금 웹2.0이란 이름으로 현실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접한 <웹2.0 이노베이션>(오가와 히로시, 고토오 야스나리 지음. 권민 옮김. WIZ9.1만6천원)은 이같은 생각을 확인시켜줬다. 웹서비스 관점에서 웹2.0을 바라봄으로써, 여전히 헷갈리는 웹2.0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렸음은 물론이다.

웹2.0 이노베이션의 두 저자는 웹2.0에 대해 확장성표기언어(XML) 도입이 늘어나면서 웹이 점점 구조화되고, 데이터베이스로의 기능을 갖추게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XML의 확산으로 매시업이 가능해졌고 상종가를 치고 있는 RSS도 나올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웹2.0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XML이다. 웹2.0에서는 기존의 HTML과 더불어 XML이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어 오고 있다. 말하자면 웹2.0이란 XML 농도가 매우 높은 웹이라고 정의해도 지장이 없을 것이다."(19쪽, 웹2.0과 XML의 관계에서)

저자들에 따르면 HTML처럼 사람의 눈에 보기는 쉬우나 프로그램으로는 애매한 문서보다 XML이나 그에 가까운 구조를 가진 문서가 보다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웹의 구조화에 따라 웹상에서 보다 정보를 더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됐으며 웹의 데이터베이스로서의 품질도 더 향상되게 된다는 것이다.

XML은 웹서비스가 제시했던 이상을 구현하는 핵심적인 기술중 하나였다. XML이 확산되면서 RSS와 매시업 서비스 등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앞서 밝힌 '모든 것은 웹으로 연결되며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웹기술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웹서비스의 이상에 다름 아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웹2.0 관련 기업들의 사례도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그때그때 필요할때마다 참고할만한 내용들이 많아 자료로서의 소장 가치도 높은 편이다. 또 페이지마다 용어 설명을 달아놔 기술에 대한 배경 지식이 떨어지는 독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저자들은 웹2.0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RSS와 매시업 서비스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RSS의 경우 개인화된 포털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RSS의 확산을 확신하는 기자로선 흥미로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