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은 가장 많은 사용자가 찾는다. 포털을 운영하는 기업은 다수의 방문자를 통해 다양한 사업의 기회를 잡는다. 그래서 닷컴 초기에 기업 평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회원수'였다. 그래서 많은 사이트들이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향후의 수익모델보다는 당장의 회원확보에 과다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했었다. 물론 유용한 서비스만으로 알차게 회원을 확보한 업체도 있고 그러한 업체들이 결국 지금 막강한 포털 사이트로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웹사이트 평가 전문 사이트인 랭키닷컴(www.rankey.com)의 2007년 1월 자료에 의하면 국내 사이트 중 전체 10위안에 드는 사이트는 네이버, 네이트, 다음, 야후코리아, G마켓, 옥션, 세이클럽, 넷마블, 엠파스, 파란닷컴이다. 이중 네이트와 넷마블, 파란닷컴을 빼면 모두 순수하게 온라인으로 성장한 순수 온라인 기업이다. 네이트는 SK텔레콤의 그룹사인 SK커뮤니케이션에서 운영하고 넷마블은 CJ인터넷, 파란닷컴은 KTH가 운영하고 있어 오프라인 대기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기반없이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 온라인 회사는 인터넷에서 훌륭하게 성장을 한 셈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인터넷망을 보유하고 있는 통신사들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ISP)는 사실 이미 인터넷 회선을 제공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터넷 사용자를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ISP는 실제 인터넷 비즈니스의 핵심 요인이라 할 수 있는 회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망을 보유하면서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을 가진 ISP가 오히려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1990년 초기 PC통신 붐과 함께 2000년에 수백만명을 회원으로 보유했던 하이텔(255만), 천리안(262만), 나우누리(151만)는 PC통신으로 가장 먼저 온라인 사업에 진출했다. 이들의 성공적인 사업으로 인하여 대기업에서도 PC통신 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유니텔(삼성), 채널아이(LG텔레콤), 넷츠고(SK텔레콤) 등이 그렇게 진출되었으며 통신사업을 하던 온세통신도 신비로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들은 인터넷 회선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PC통신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계에서 명확한 포지셔닝을 하지 못한채 몰락하기 시작했다.
가시밭 길을 걷고 있는 사이트는 나우누리(3304위), 유니텔(285위), 신비로(417위) 등이다. 나우누리는 2000년 1월에 두루넷과 합병하면서 PC통신 시절의 막강한 위력을 기반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포털 사이트로서의 입지는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다.(단, 오랜 기술력을 기반으로 피디박스, 아프리카 등의 P2P 기반 서비스를 통해 자기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다.) 유니텔 역시 2001년말 PC통신 유니텔이 구조조정되면서 유디에스로 분사하고 온라인 통신이라는 유니텔의 브랜드 가치는 사라졌다. 93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 기반 PC통신인 아미넷을 통해 출발한 신비로는 2000년 7월 신비로 샤크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진출한 이후 포털 서비스인 신비로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고 온세통신의 법정관리로 신비로의 미래는 더욱 암담한 상황이다. (순위 : 2007년 1월 랭키닷컴 순위 기준)
대표적인 PC 통신 서비스사인 천리안과 하이텔은 '썩어도 준치'라고 과거의 명성만큼은 아니지만 전체 100위안에 들고 있다. 1999년 LG는 데이콤을 인수하면서 기존에 운영하던 LG인터넷의 채널아이 서비스와 데이콤의 천리안에 대한 중복 운영과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천리안과 채널아이 모두 사용자들에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2000년 3월 데이콤은 DMI를 설립하면서 그해 5월 채널아이를 인수하고 다음해 12월31일 서비스를 중단하였다. 그리고 2002년 11월 데이콤에서 천리안을 분사하면서 2003년 1월에 데이콤엠아이(DMI), 천리안, 심마니를 통합한 CHOL(40위)로 변신을 꾀하였다.
3개의 사이트가 통합된 CHOL은 초기 30위권안으로 주목받다가 점차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하이텔은 기존 PC통신을 폐쇄하고 커뮤니티 포털로 변신하며 포털 서비스에 진출하였지만, 주목을 못받았다. 하이텔을 운영하는 KTH는 모회사인 KT가 운영하는 한미르, 메가패스, 코넷 등의 인지도와 회원을 기반으로 1990년대의 명성을 인터넷에서 찾으려 하고 있지만 상황이 어려웠다. 이후, 2004년 7월 통합 포탈인 파란닷컴(10위)을 오픈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등락을 거듭하며 중위권 포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루넷의 코리아닷컴(76위)도 밝은 것은 아니다. 2000년 3월에 60억원을 주고 매입한 www.korea.com을 운영하는 코리아닷컴은 2003년 4월에 구조조정 이후에도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모회사인 두루넷이 2003년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코리아닷컴은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하여 궁핍의 시기를 보내오고 있다.
그나마 주목할만한 곳은 SK커뮤니케이션의 네이트(2위)와 하나포스의 하나포스닷컴(20위)이다. 하지만 이들이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은 1997년에 시작되어 2000년 8월에 넷츠고로 분사된 후에 2002년 3월에 서비스가 종료되고 SK텔레콤의 네이트에 합병되었다. 그리고 2001년 10월에 오픈한 네이트는 2002년 12월에 라이코스 코리아를 인수 합병하면서 유무선 포털 사이트로 거듭나서 현재는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로 자리매김을 하는데 성공했다.
두루넷과 함께 ADSL로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빠르게 주목받기 시작한 하나로통신은 ISP 서비스에서 고전하면서 포털 서비스 역시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02년 7월 하나넷과 드림엑스닷넷이 통합법인인 하나로드림을 출범하면서 하나포스닷컴으로 사이트가 변신하였다. 하지만 모기업인 하나로통신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2003년 6월부터 내부적으로 상당한 진통과 혼란을 겪으며 사이트 순위는 계속 밀리고 있다. 다만, 2006년 하반기에 TV포탈인 하나TV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 중심의 서비스를 전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대기업, PC통신, ISP 등의 거대한 자본과 자원을 가진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는 네이트닷컴을 제외하고는 순수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비해 사정이 좋지 않다. 막강한 자본과 브랜드 파워 그리고 PC통신을 통해 확보한 회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기업들이 순수 온라인 기업과의 포털 사이트 경쟁에서 뒤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게다가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 대다수의 사용자가 사용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망을 보유하면서 이미 확보한 회원들을 왜 온라인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온라인 기업들에게 빼앗긴 것일까?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가 3000만명을 돌파한지 오래다. 닷컴기업의 성장을 이끈 견인차는 바로 초고속 인터넷인 것이다. 그런데 정작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한 기업인 두루넷, 하나포스닷컴 등은 수혜기업이 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1990년대 국산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이었던 한글과컴퓨터의 '아래한글', 큰사람의 '이야기'는 도스라는 운영체제에서 사용된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서와 통신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윈도우라는 대세에 소극적이었고 그것은 곧 몰락을 가져왔다. 도스 시절 최고의 워드프로세서로 사용되던 '워드퍼펙트'와 스프레드시트 시장을 장악하던 '로터스 1-2-3'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프로그램 역시 윈도우의 대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93년 노벨에 워드퍼펙트가 인수되었으며, 95년에는 IBM에 로터스가 인수되었다.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 입지 않고 버티다간 나중에 갈아 입고 싶어도 갈아 입지 못하고 입고 있는 옷마저 벗어야 할 수 있다.
PC 통신사는 WWW의 대세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개방형 서비스인 WWW의 흐름을 읽지 못한채 기존의 VT방식의 서비스를 고수하다가 90년대 말에 전용 에뮬레이터를 통해 WWW의 UI를 흉내낸 서비스를 폐쇄적으로 제공하였다. 이렇게 반쪽 자리로 제공된 이들 서비스는 사용자의 외면을 받았고 WWW의 물결을 이기지 못하고 몰락하였다. 2000년 초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이들의 WWW 포털 서비스는 이미 선점한 순수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경쟁하기에 너무 늦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