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랬겠지만 나처럼 비를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도 타임지의 기사는 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A는 진짜로 능력과 비전을 갖춘 경제관료일 수도 있다. 하지만 A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한국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유력언론을 통해 훌륭한 경제관료로 포장된 것이라면 의외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앞서 지적한대로 A는 하루아침에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제계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떠오르게 되고 그의 영향력은 그전에 비해 한층 커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의 유력언론은 자신들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우리나라처럼 정치, 경제, 문화는 물론 언론분야에서조차 대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일은 늘상 있는 것은 아니며 미국정부의 의도가 반드시 관철된다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메카니즘이 미국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가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유력언론들이 한국을 비롯해 제3세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활용된다는 필자의 견해에 대해 '근거가 희박하다'거나 '과장된 음모론'이라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그 같은 견해를 갖고 있는 분들에게는 지난 2005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성해씨의 학위 논문 <학습된 여론: 글로벌시대, 미국 달러 헤게모니의 이해>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논문은 지난 97년 시작된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미국이 자국의 유력언론을 활용, 어떻게 우리사회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친미성향의 경제관료들이 실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했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 김성해 박사의 논문에 관심있으신 분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한글 번역본을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