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수많은 SW 기업을 인수했지만 제대로 성과를 내거나 지속적으로 인수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다. 고객들은 IBM을 소프트웨어의 무덤이라고 한다"라는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IBM이 소프트웨어 무덤이 아니냐는 소리는 취재중에 만난 국내 기업 IT 담당자들이 자주 던졌던 질문이었다. 단품 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하고 있다가도 IBM이 인수하면 제대로 업데이트도 안되거나 기존 IBM 내 비경쟁적 제품에 기능이 녹아들어서 고객들이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불만들이었다.


이에 대해 닐 이스포드 IBM 아태지역 소프트웨어그룹 총괄 부사장과 박정화 한국IBM 전무는 손사레를 치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 오해다"라고 반론을 편다. IBM은 2001년부터 최근까지 29개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했다.(아래 그림 참고)


IBM은 오히려 "이런 인수 전략으로 인해 고객들의 요구에 더 잘 부응하고 있으며, 고객들이 하드웨어와 서비스 회사로 IBM을 기억하고 있다가 최근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한다. 구체적인 수치도 밝혔다. 티볼리의 경우 인수 당시 5000만 달러의 수익을 냈었는데 2004년에는 10억 달러로 급상승했고 래쇼널도 마찬가지 경우라는 것. 닐 이스포드 부사장은 "브랜드 명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래쇼널이나 티볼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두 제품들은 지난 4분기에 두자릿수 성장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IBM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소프트웨어 기술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고, 인수합병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인수 합병의 전략은 '새로운 기술과 스킬'을 빠른 시간안에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전한다. 이로 인해서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매출도 발생한다.


박정화 전무는 그 대표적인 예로 2003년 인수한 트리고(Trigo)를 든다. 트리고 솔루션은 중앙의 통합적 제품 정보 소스를 액세스하는 산업분야별 미들웨어 솔루션으로 제품 특징, 가격, 소재 같은 주요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제공하므로 기업들이 POS, 웹사이트, 콜센터, 내부 조직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 향상을 통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박 전무는 "트리고의 경우 국내 지사도 없었다. IBM이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한국IBM은 국내 고객사 2곳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고객들은 IBM에 인수됐기에 더 신뢰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최근 고객들이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마스터데이터 관리 분야도 마찬가지 성과를 내고 있다. IBM은 에션셜을 인수하면서 국내에 새로운 고객도 확보했지만 에션셜 제품과 DB2, 인포믹스 등 기존 데이터베이스 엔진과 에션셜 제품의 기능들을 통합해 '인포메이션 온 디맨드'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고 있다. 


IBM이 지난해 인수에 투자한 금액은 40억 달러다. SRD라는 ID 관리 회사를 인수해 호주 전체 이민 시스템을 재구성했고, 자산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MRO, 각 산업계에 사용되는 다양한 응용프로그램들과 미들웨어를 연동케하는 Webify도 품에 안았다. 소프트웨어 무덤이라는 말에 반론을 펴면서 정작 그 무덤은 오라클이 아니냐는 뉴앙스도 풍겼다.


닐 이스포드 부사장은 "오라클은 인수를 해서 경쟁 자체로 인한 비용을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IBM은 상호 보완적인 업체를 인수하고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시키고 있다. 브랜드명이 사라진다고 해서 관련 기술이 고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라고 전했다.


IBM은 자사의 미들웨어인 웹스피어의 성장률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에서 17%-20%였고, 수익은 40%였다고 고속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자신한다.


자사와 경쟁하는 하드웨어 장비 업체들이 소프트웨어를 여전히 하드웨어에 거의 헐값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그만큼 IBM이 하드웨어와 서비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착실히 성장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분명 하드웨어 위주의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전개하기란 쉽지 않다. 내부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장난이 아니다. 매출 규모에서도 아주 큰 차이가 발생하고, 프로젝트 진행시에도 더 많이 손이간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극복하면서 소기의 성과들을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다는 IBM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과에 대해서도 약간은 시각차가 존재한다. IBM은 개방형 데이터베이스 시장과 그룹웨어 시장에서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추세다. 웹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도 티맥스, BEA에 밀리고 있다. IBM 내 기준으로 본다면 지속적인 성장이라고 할지 몰라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이유다.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이 국내에서도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고객 성공 사례가 더 등장해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