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3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엔터테인먼트 기기인 '엑스박스360(Xbox 360)' 국내 출시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해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게임기 취재를 해보지 않아서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상당히 문외환입니다. 다만 네트워크와 통신 장비도 담당하고, 홈네트워킹 분야도 맡고 있다보니 제 눈에는 Xbox 360이 게임기로 포장된 홈게이트웨이 핵심 장비로 보였습니다.

미국 가전쇼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360을 셋톱박스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IPTV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통신사들에겐 통합 미들웨어 플랫폼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외 메시지가 국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살펴볼 겸해서 다녀왔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직은 국내엔 이런 메시지가 전달될 상황이 아닙니다. 김대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엔터테인먼트 & 디바이스 디비전 총괄 상무는 "우선 콘솔 게임기로서 자리를 잡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연말에는 엔터테인먼트와 교육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타이틀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고, 온라인 라이브에서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연구중입니다"라고 전하더군요.


다양한 서비스를 얹기보다는 확실한 기반을 잡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입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셋톱박스 시장을 놓고 한판 결전이 다가오고 있다는 기사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애플이 음악을 중심으로 홈네트워킹 시장을 주도하려고 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기로 일단 가정들의 모든 기기들을 통합하려는 원대한 계획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설명입니다.


xbox 360의 강점이라면 그동안 단순 게임기를 인터넷에 연결시켜 네트워크 게임도 가능케 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거기서 한발 더 나가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헐리우드의 막강한 콘텐츠 업체들과 제휴해 전세계 엑스박스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하나로텔레콤이나 KT가 하나TV나 메가패스TV 같은 주문형 서비스를 하는 것과 충돌도 날 수 있습니다. 엑스박스는 팀원들끼리 음성 통화를 하면서 게임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통신 서비스도 가능해집니다.


물론 전세계 시장과 국내 시장은 규모면이나 서비스 제공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에서 제공한다고 해서 바로 현지화시키지도 않을 겁니다. 세계적으로 Xbox 360 판매량이 1040만대 정도 된다지만, 국내에서는 25만대 정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대진 상무는 "정확한 판매 수치나 타이틀 판매량은 본사 정책상 밝힐 수 없다"고 하더군요. 국내 판매가 지지부진할 때는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의 연계는 불가능하겠지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업 방향을 새롭게 틀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 상무는 "지금은 게임 위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본사가 VoD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영업을 하게되면 국내 통신 사업자들과 합의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시각에서 xbox 360의 국내 진출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해당 제품을 어떻게 현지화할지에 대한 마케팅 프로그램 관련한 내용입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06년 2월 24일 국내 정식 발매를 시작하면서 '선착순 판매' 행사를 용산 CGV에서 진행했습니다. 김 상무는 이 행사에 대해 "모험을 걸었던 일"이라고 하더군요. 국내에서는 신제품 선착순 판매 기획이 흔치 않은 일이었다고 합니다. 선착순으로 판매한다고 했다가 막상 분위기가 '썰렁'하면 첫단추부터 잘못끼우는 일이라서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다행이 300여명 정도의 인파가 몰려서 소비자 관심 유도는 성공적이었다는 평입니다.

초기에는 코어 게이머 위주의 바이러스 마케팅 위주로 제품을 판매하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얼리어댑터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줍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차세대 대작 타이틀을 국내에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 메시지는 기존 고객은 물론 xbox 360 구매 후 별다른 게임 타이틀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지 않느냐는 잠재 고객들을 겨냥한 것이죠.

올해 들어서는 '루리웹'이라는 게이머 대상 사이트를 통해 소비자 대상 설문에 나섰고, G마켓 고객들을 대상으로 차세대 게임기 구매시 어느 제품을 선호할 것인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이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 지명도 높은 쇼핑몰들과 손을 잡고 지속적으로 자사 제품에 대해 노출시키는 전략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게임기라는 인식 때문에 정작 구매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이 외면하는 경향을 탈피하고자 어학 교육과 음악 타이틀 발매도 진행합니다. 단순 타이틀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xbox 360의 온라인 서비스인 '라이브'를 통해서도 교육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이런 시도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제품을 현지화하기 위해 어떤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던졌을 때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해서 또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그 방식이나 방법 등은 국내 제조 회사들이 벤치마킹하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올해 어떤 다양한 마케팅 방법이 선보이는지 눈여겨보시면 괜찮을 듯 합니다.

제가 게임에 문외환이다보니 정작 어떤 타이틀이 나오고 어떤 것들이 재미있었다는 알짜 내용은 빠진 글이 된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전 오락실 가서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임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제가 게임기하고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대학 졸업 후 2년간 선배들과 소기업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하다가 IMF 사태가 터져서 '홀랑' 말아먹고 잠시 PC방을 운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98년으로 기억됩니다. 서울 안국동 근처에 조그만 PC방을 차려 놓고 초중고생들의 '코묻은 돈'을 곶감 빼먹 듯이 야금야금 먹어치운 적이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배워서 아무것도 모르는 손님들에게 가르쳐 주고 한 30분 시간 끌다가 대부대를 이끌고 가서 왕창 공격해 버리는 작전이었습니다. 손님들은 "다시 해요"라며 덤비고, 그럼 저는 "뭐 손님이 원하시면 그러시죠"라면서 다시 슬슬 약을 올리고 나면 그 다음날부터 단골이 되지요. 그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친구들에겐 정말 미안했단 이야기를 이 글을 통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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