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산업의 맏형인 IBM이 '글로벌하게 통합된 회사'(Globally Integrated Enterprise: GIE)를 향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GIE란 전세계 170개국에 각각의 IBM을 두는 다국적 기업 개념을 넘어 하나의 IBM이란 그림아래 개별 현지 법인들이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인데, 각국 현지법인들의 '주특기'를 최대한 살려주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듯 합니다.

한국IBM이 그동안 자체 처리해왔던 재무와 인사 등 각종 후선업무가 이제는 다른나라 IBM 직원들에 의해 돌아가는 상황을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IBM의 변화는 토머스L.프리드먼이 쓴 <세계는 평평하다>에 담긴 메시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책에서 세계를 평평하게 하는 10가지 동력을 거론하고 있는데, 해외로 생산기지를 아예 이전하는 오프쇼어링과 특정업무를 외부에 맡기는 아웃소싱도 거기에 들어가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한국IBM이 13일 이휘성 사장과 기자들과의 간담회가 끝난뒤 <세계를 평평하다>를 기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이휘성 사장의 브리핑을 들으며 프리드먼의 논리와 비슷하다 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군요~~

제가 <세계는 평평하다>를 읽은 것은 지난해 가을입니다. '최선이 없는 상황에서 평평한 세계는 차선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논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세계가 어떤힘에 의해 갈수록 평평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세계가 평평해지듯 IBM이란 기업도 평평해지고 있습니다. 한국IBM이 재무와 인사 관련 후선업무를 다른나라 IBM에 맡기는 것은 평평한 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더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IBM이 IT를 움직이는 기업중 하나인 만큼, 한국IBM의 변화는 국내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중 제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딜리버리'입니다. '글로벌 딜리버리'는 국내 IT프로젝트에 각국 IBM이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국IBM은 올해 '글로벌 딜리버리'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예전같으면 국내에 있는 외국업체나 토종 업체들 제품을 썼을텐데 앞으로는 국적을 불문하고 최고의 제품을 갖다 쓰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도산 소프트웨어 기술이 국내 IT프로젝트에 투입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휘성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 글로벌화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노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업의 미래 가치를 좌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IBM 직원들을 넘어 글로벌화에 성공한 기업이 얼마되지 않는 한국 IT업계에 던진 경고라고 해석한다면 지나친 오버일까요?

GIE 전략은 한국IBM에게 기회이자 위협입니다. 이휘성 사장의 말대로 잘하면 기회요 못하면 위협인 것입니다. 결국 한국IBM만이 잘할 수 있는 것은 갖춰야만 평평해지는 상황으로부터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게 없다면 IBM 전체에서 한국IBM이 차지하는 위상은 낮아질 수 밖에 없겠지요.

한국IBM 관계자는 IBM내에서 말레이시아가 재무 처리를, 필리핀이 인사 관리 후선업무를 전담마크하는 것처럼 한국IBM도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밖에다 대놓고 "우리는 걱정없다"고 말할 상황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게 비단 한국IBM만의 고민일까요? 글로벌 경쟁시대에 한국IT산업이 직면한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 정부와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한국IBM 관계자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평평해지는 시대, 일부 하드웨어를 제외한 한국의 IT산업은 지금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위협에 직면한 것일까요? 평평해지는 IBM을 확대해석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끄적거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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