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국내 도입된 수많은 IT 응용프로그램 중 우리나라 말로 풀어서 설명할 수 없는 몇 안되는 용어다. ERP가 전사적자원관리로 CRM이 고객관계관리로, SCM이 공급망관리로 다 제 이름(?)을 찾았지만 BI는 여전히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라고 불린다. 뜻도 애매모호한데 정작 그 경계를 나누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그동안은 수 많은 데이터들을 개별 시스템에 모아놨다면 이제는 그 모인 저장소부터 수많은 기업용 응용프로그램, 현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엑셀까지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 데이터들이 중간에 막힘없이 물 흐르듯 흐르게 해서 발빠른 의사 결정, 미래 수요 예측, 경영 성과 관리 같은 곳에 적용시키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1월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는 전세계 1천 400명의 정보의사결정자(CIO)들을 대상으로 가장 우선적인 사업 우선 순위가 무엇이었고, 또 기술 부문에서는 어떤 영역을 제일의 우선순위로 놓고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향상이 1위였고, 비즈니스 인텔레전스 응용프로그램이 1위를 차지했다.
스티브 일링워스 오라클 스티브 일링워스 오라클 아태지역 BI & DW 기술 솔루션 부문 수석이사는 "BI에 대한 CIO들의 관심은 올해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올해도 여전히 BI가 기술 부문 1위를 차지했다"고 전한다.
이 시장에 오라클이 출사표를 던졌다. 출사표라고 하니 좀 의아스러울 수 있다. 오라클은 BI가 주목받던 2000년 초부터 항상 BI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출사표라니? 기자가 정신이 나간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스티브 일링워스 수석 이사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오라클은 1년 6개월 전부터 관련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별도 조직와 인원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CRM 업체인 시벨을 인수한 다음부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CRM 업체인 시벨이 BI 업체였다고? 그동안 제대로 취재를 안했던 건가? 시벨코리아에서 BI 이야기를 언급했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스티브 이사는 시벨이 보유하고 있었던 비즈니스 분석 기능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시벨은 많은 기업들의 이기종 데이터베이스 운영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서 손쉽게 연동될 수 있는 기능은 물론 수많은 고객들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툴도 보유하고 있었다. 오라클 찰스 필립 사장은 이 기술을 보고 "시벨이 보유한 진정한 보석은 바로 이것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오라클은 이 기술을 자사의 데이터베이스와 수많은 응용프로그램들에 내장을 하고 있으며 독자적으로 '오라클 비즈니스인텔리전스 스위트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릴리즈 3'로도 출시했다.
오라클의 BI 전략은 우선 자사가 인수합병한 수많은 업체의 제품들과 연계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개별 기능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인프라인 데이터베이스부터 미들웨어, 개별 응용프로그램까지 속속 이 기능을 내장하는 것.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은 별도의 제 3의 툴을 도입하기도 하지만 이미 보유한 제품에서 관련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오라클이 보유한 전 제품에 BI 기능을 넣고 있고, 연동돼 있기에 명실상부한 BI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자신있게 공표하고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아태지역에서는 전년대비 64.8%의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2005년 전체 BI 소프트웨어 매출이 81.2% 증가해 가장 빠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밝힌다.
스티브 일링워스 수석 이사는 "퍼베이시브 BI(Pervasive BI)가 차세대 BI 구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퍼베이시브 BI는 특정 사업부만 사용했던 기업 내 데이터와 툴들을 이제는 기업 내 근무하는 모든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전한다. 네트워크 통신 장비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가 2만 여 직원들에게 이런 환경을 구축했다는 것도 귀띔해준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한진 해운 등이 오라클 BI 툴과 데이터웨어하우징, 분석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설명도 잊지 않는다.
IBM 글로벌 서비스 조직도 오라클 BI 솔루션 판매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IBM 소프트웨어 사업부와 경쟁하고 있지만 IBM 서비스 조직은 오히려 오라클의 둘도 없는 BI 우군이라는 설명이다.
스티브 수석 이사는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에는 기본적으로 BI 구현을 위한 수많은 기능들이 녹아들어 있다. 또 수많은 고객 사례들을 정형화해 관련 기능을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현업 부서들과 기술 팀들이 어떤 환경이 구현되고, 어떤 기능이 제공되는지 보면서 의논을 할 수 있기에 오라클 BI의 경쟁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BI 툴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하나의 예를 간단히 살펴보자.
여기 A라는 의류 소매 유통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공급업체로부터 7가지 사이즈와 사이즈별로 10개 색상의 와이셔츠를 전국 아웃렛 매장에 유통한다. 아웃렛은 일단 모든 제품을 창고에 비치해 놓고 손님을 맞이한다. 이렇게 하다보니 재고의 부담도 늘고 원하는 색상과 사이즈의 셔츠를 유통하기에도 힘들다.
이 회사는 자사의 시스템을 공급업체와 아웃렛에 오픈한다. 이렇게 되면 공급 업체는 유통회사가 필요한 물량을 적시에 확인할 수 있고, 아웃렛등도 판매량에 따라서 유통 업체에 주문을 낼 수 있다. 재고의 부담도 덜어내고 창고 운영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것이 BI 응용프로그램들이 지원해주는 궁극적인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