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서울인지라 장거리 이동이 없어 모처럼 구정 연휴를 만끽하며 늦잠을 잤습니다. 눈을 뜨자 마자 습관처럼 TV를 무의식중에 틀었습니다. 연휴 첫날이면 항상 하던 연예인 노래 자랑 같은 TV 프로가 무척 기분을 상하게 하던 중 모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프로(잃어버린 기억-홍길동전)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실주의에 입각한 다큐멘터리를 무척 무척 좋아합니다. 동물의 왕국은 여전히 저에게 가장 즐겨보는 컨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심결에 보게 된 다큐멘터리가 감동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첫번째 장편영화인 홍길동의 복원 사업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보면서 너무 많은 감동을 느꼈고 쟁이라는 직업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제 나이 80 ,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드신 홍길동의 감독 신동헌 감독과 그의 스태프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40년전 ,  제대로된 제작 환경이 전무하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오직 열정하나로 작업을 시작했고 열약한 환경에서 제작진은 미군 항공 필름을 얻어 그림을 그리고 다 이를 양잿물로 지워 가며 재활용하여 그림을 그려야 했고,  눈 내리는 장면은 계란 껍데기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태권V 세대인 저로서는 말로만 듯던 홍길동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기도 하고 복권 과정을 보면서 뭔가 설명할 수 없는 희열과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먼저, 복원을 위해 모여든 애니메이션 업계에 관련된 분들과 홍길동의 제작의 주역들 그리고 학생들 등 하나의 순수한 목적을 위해 모여든 이들에게서 감동을 느꼈고 복원된 영상을 볼 때 마치 제가 그 들중 한사람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 홍길동의 원형 필림이 국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고 그 나마 일부 원본 필름이 일본에 있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신동헌 감독께서 직접 가야만 되는 현실에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분명 이러한 작업들은 국내 애니메이션 분야에 아주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 입니다. 과거 없이 현재가 없듯이 과거의 것들을 꼼꼼히 정리하고 이를 긍적적이든 부정적이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미래도 불확실 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과거의 것들을 뒤집어 보곤 합니다. 아마 1994년 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저는 가남사에서 "인터넷이 높다하되"라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 기술서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읍니다. telnet. gophrt, ftp, usenet 등 당시 인터넷을 대표하는 단어들 이었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에서 이제 web2.0 , RSS, Blog , XML 등 수없이 많은 단어들이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의 탄생 이면을 보면 항상 과거의 문제에 기반하여 새롭게 개선되고 발전된 것이 나온 것이지 전혀 새롭게 탄생된 것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 과거의 실패한 것들에서 항상 현재의 새로운 기술과 사업 모델을 찾는 기획를 갖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아마 이렇기 때문에 역사를 배우고 과거를 중요시 하는 게 아닐지요? 가깝게는 국내에서 가장 최초로 인터넷 포탈 서비스를 개발한 아미넷도 그렇고 , 사용자와 광고 수익을 나누는 골드뱅크 같은 것들을 기억해 보면 현재 포탈 서비스로 성공한 NHN도 , adsense로 돈을 벌고 있는 Google도 결국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사업을 할 때 선배 사장께서 했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 박사장 , 사장중에 여러 타입이 있는 데 가령, 지장, 덕장, 맹장 , 용장,... 이런 것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게 뭘까? " 

과연 답이 무엇일까요?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시죠!

그 분의 답인 즉 " 운짱" 이었습니다. 운좋은 사람한테는 못당하는 거다... ㅎㅎ

당시는 이해를 못했습니다. 속으로 "무슨 이렇게 심한 구라를...ㅎㅎ" 

하지만 지금은 이해를 합니다. 운은 시기라는 것이고 그 시기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고 , 현재에서 최선을 다해 미래를 만들라는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사업도 개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에도 개발을 하다 보면 , 어쩔수 없이 이전 MS-DOS 시절의 개발 방법을 사용할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네 MS-DOS란 단어도 모르는 개발자에게 그 시절 640K 메모리에 10M이상의 문서를 열고 편집하는 것을 구현하라고 하면 절망에 빠집니다. 하지만 적어도 DOC라는 그 시절을 알 수 있다면 답은 달라지겠죠...

너무 새로운 것이 많이 나오는 시절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간간히 이전에 보던 책을 다시 보거나 이전 기술들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서재에 꽃혀있는 노턴의 "IBM PC의 안쪽"이란 책이 눈에 들어 오네요.. 하마 아시는 분은 저와 같은 느낌이실 거라 생각합니다.

                                                                                                    2007, 구정 연휴 첫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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