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광고과잉 시대를 살고 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광고는 물론이고 기존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광고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광고 등이 넘쳐나고 있다. 이 같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자본주의 사회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광고도 왠만한 자태와 향기가 없으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또 독창적인 신선함과 기발함이 없으면 아예 소비자들의 눈길마저 끌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관심과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광고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들어 ‘게릴라 광고’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말 그대로 게릴라 광고는 정규군 광고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일반 광고 - 필자가 그냥 붙여본 이름임)와 달리 소규모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이 머무는 곳 어느 곳에나 기습적으로 등장, 소비자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얼마전 동아일보에서도 기사로 다뤘듯이 미국에서는달걀 껍데기와 비행기의 식탁 받침대 등에도 광고가 등장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의 소변기에도 광고가 등장하고 있다.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계란을 깰 때도, 비행기 좌석에서 식사를 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광고의 습격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게릴라 광고가 얼마 전 미국 대도시 가운데 하나인 보스톤을 테러공포로 몰아 넣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약 보름전 그 지역의 만화전문 케이블방송사가 캐릭터 홍보를 위해 기습적으로 지하철역과 교량 등 10여 곳에 전자장치를 이용해 불빛이 깜박이는 광고물을 설치했는데 테러리스트에 의한 폭발물로 오인한시민들이 이를 신고, 지하철과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되는 등 보스턴 전역이 테러공포로 패닉상태에 빠져든 것. 결국 폭발물 제거반까지 출동, 한바탕 소란을 겪은 후에야 그것이 게릴라 광고물로 밝혀지면서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광고물 제작자들은 법정에 서야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게릴라 광고와 보스턴의 웃지 못할 해프닝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우선 ‘과다광고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의 도입이 필요하지 않나’하는 것 이었다.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에서도 넘쳐나는 광고로 짜증나는 일도 많은 ‘정보의 홍수’시대에 눈길가는 곳마다 똬리를 틀고 있는 게릴라 광고는 도시미관 및 자연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현대인의 정신건강에도 별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보스톤의 게릴라 광고 사건은 9.11이후 테러공포에 떨고 있는 미국사회의 단면을 여과없이 드러낸 셈이다. 이 사건과 관련, 한 전문가는 “9.11이전 이었다면 그 광고물이 테러공격의 일환으로 오인되는 일은 없었을 것 ”이라며 “9.11은 미국시민들의 의식구조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으며 그 여파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9.11이 발생한지 어느덧 5년, 이번 게릴라 광고 사건은 여전히 테러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과연 언제나 해소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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