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미래②]D데이 2040년, '내연기관 퇴출' 플랜이 가동됐다

발행일 2021-09-19 10:19:31
'탈탄소' 시대, 시대적 변화 요구에 부응해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국내 대표 모빌리티그룹인 현대차그룹의 전략을 점검합니다.
정의선 회장이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서 수소사업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지난 7일 '2045년 탄소중립 플랜'을 내놓았습니다. 현대차는 파리기후협약(Paris Climate Agreement)에 동참하기 위해 3가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첫째는 클린 모빌리티입니다. 둘째는 차세대 이동 플랫폼이며, 셋째는 그린 에너지입니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내용입니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합니다. 그런 만큼 전세계가 '탈탄소'로 전환하는 지금 현대차가 탄소중립 플랜을 내놓은 건 시의적절했습니다.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탄소중립 플랜의 핵심은 내연기관 차량의 퇴출시기입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을 30%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릴 예정이고요.

전동화 모델은 구동 방식을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바꾼 차량을 일컫습니다.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수소전기차(FCEV) 등 4가지 타입이 전동차에 해당됩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2035년부터 유럽 시장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하고, 2040년부터 주요 시장에서 전동화 차량만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의 고급형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전 모델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2040년대부터 현대차가 생산하는 차종 중 내연기관 차량은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인기 차종인 팰리세이드도 전동화 모델로 생산될 것이라는 얘기죠. 

이제 중요한 건 내연기관 퇴출 플랜을 현실화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앞으로 생산될 차량은 전기차 위주로 만들면 되는거죠. 하지만 전기차는 전력 및 충전 인프라와 연관돼 있어 '물량을 밀어 넣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성장을 유지하면서 전동화 모델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한 거죠. 
전동화 플랫폼이 바꾼 경영 전략...키워드는 '균형·지속·마진'
현대차는 '탈 내연기관' 시대를 맞아 '균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Balanced & Steady Growth)'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는 가성비와 물량으로 승부했죠. 그런데 앞으로 손익과 물량, 지역과 지역, 시장과 차종 사이의 균형을 갖춰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성장을 추구할 계획입니다.

현대차가 경영 전략을 바꾼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전기차 플랫폼이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컨베이어 벨트 방식은 적합한 생산 방식이 아닙니다. 컨베이어 벨트는 120여년 전 포드 창업주인 헨리 포드가 만들었죠. 그는 컨베이어 벨트를 공장에 도입했고, 자동차 부품들이 벨트 위에서 단계적으로 옮겨지도록 생산 방식을 바꿨습니다. 컨베이어 벨트로 인해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가 열린거죠.

현대차 울산공장.(사진=현대차)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물량으로 승부를 볼 수 있었던 것도 컨베이어 벨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신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수백, 수천억원을 들여 신차를 개발한 후 노조를 설득해 투입 인원과 시간당 생산대수를 결정하죠. 그리고 생산 라인을 교체합니다. 신차가 인기를 끌 경우 노조를 다독여 인력을 재배치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차를 생산했습니다.

현대차는 엘란트라와 소나타 등 소수의 인기 모델을 대량으로 생산해 글로벌 메이커로 자리잡았습니다.

앞으로 현대차 공장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사라지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만 남게 될 것 입니다. 이 플랫폼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합니다.

E-GMP는 전기차 등을 생산하기 위한 전용 플랫폼으로 컨베이어 벨트보다 자동화된 공정입니다. 과거 인간의 노동력에 의존해 자동차를 생산했다면, E-GMP에서는 로봇을 오퍼레이팅 하는 방식으로 생산하죠.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현대차 E-GMP(사진=현대차)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구조가 단순합니다. 내연기관의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 구동계를 모터와 감속기, 배터리가 담당합니다. 전기차는 차체 설계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파워트레인 위에 차체를 입히면 되는 만큼 생산 방식도 단순합니다.

내연기관 체제에서 있었던 비효율을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는 걷어낼 수 있습니다. 간추리면 내연기관 차량은 개발과 생산에 비용이 많이 들어 최대한 많이 파는 게 효율적인 경영 전략이었습니다. 신차 개발과 출시 주기가 늦었던 것도 개발 비용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서였죠.

전기차 플랫폼 시대에는 이러한 경영 전략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을 내놓은 이후 다수의 id 시리즈를 내놓은 게 한 예죠. 현대차도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수 비중 2010년 이후 최대...'균형의 붕괴', 전략이 문제일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와 생산방식, 경영 전략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판매입니다.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는 차를 판매해야 수익을 남길 수 있죠. 그런데 판매 및 실적 수치들은 현대차의 전략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대수는 2010년(370만1000대) 이후 처음으로 400만대 미만으로 낮아졌습니다. 지난해 374만5000대를 판매했습니다. 해외 시장 판매대수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300만대 미만이었죠. 그런데 국내 시장의 판매대수는 2010년 이후 최대치(78만8000대)를 기록했습니다. 내수 비중도 21%를 기록해 처음으로 20%를 돌파했습니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 현황.(자료=현대차 IR)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가 50% 안팎의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의 감정은 '양가적'입니다. 현대차는 국내 유일의 한국 자동차 기업으로 소비자들은 자부심은 느낍니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섭섭함을 느끼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현대차의 국내 판매량은 코로나19 때 가장 많았습니다. 여러 외적 요인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생산 환경과 판매 시장이 불안했죠. 현대차가 최대 해외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부진했던 요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치를 보면 내수 시장은 여전히 탄탄한 반면 해외 시장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2018년 이후 현대차의 3개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5%입니다. 이전과 비교해 마진이 크게 낮아졌죠.

(자료=금융감독원 및 현대차 IR북)

현대차의 해외 시장 전략은 이렇습니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고급화 전략을 택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가성비 전략'을 택했죠. 현재 중국은 산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현대차의 포지션이 다소 애매해졌습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가격 경쟁에서 밀렸고, 미국과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과 경쟁에서는 '브랜드'에 밀렸습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여전히 가성비 좋은 차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브랜드가 고민입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4월 "가성비 좋다는 현대차의 타이틀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가 N-라인과 제네시스 브랜드를 내놓고, UAM 등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화하는 것도 현대차의 브랜딩 고도화 전략을 위해서입니다.  
높아지는 '무역장벽'...'탈 내연기관' 불확실성도 커졌다
'탈 내연기관' 시대 자동차 시장은 이전보다 다층적으로 변했습니다. 전기차로 전환이 빨라질수록 글로벌 메이커들은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경쟁은 보다 심화될 전망입니다. 소수 '인기 차종'이 먹여 살리던 시대는 종언을 고할 것으로 예상되죠.

또 다른 변수는 '무역장벽'입니다. 벌써 미국과 중국, 유럽 기업들은 자국 기업이 생산한 자동차를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과 유럽, 중국은 해외 메이커들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백악관)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모든 전기차에 일률적으로 7500달러(한화 907만원)의 세액 공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노조 사업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세액 공제를 받을 전망입니다. 미국 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 입니다.

미국의 완성차 제조사 중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입니다. 이외 메이커는 '전미자동차노조'가 아닌 협의회(유니온)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정치권 또한 자국기업 보호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입니다. 

중국은 자국 기업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판매가격이 30만 위안(5477만원)이 넘는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유럽도 가격에 따라 보조금 지급 기준을 결정해 해외 기업들을 지급 대상에서 배재했습니다.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무역 장벽'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출시를 준비 중인 모델은 더욱 많아졌는데, 해외 시장의 문턱은 높아졌고 입지는 낮아졌습니다. 수요에 따라 생산 기지를 조정해야 하는데, 단체협약은 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노사의 단체협약은 '해외 공장 설립 또는 이전시 노조의 심의 및 의결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죠.

현대차는 이러한 '파고'를 넘어 내연기관을 무사히 퇴출시킬 수 있을까요. 앞으로 5년 동안 현대차가 어떠한 해외 전략을 세울지에 따라 현대차의 미래는 판가름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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