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담당 기자를 수년간 해오면서 아쉬웠던 것 중하나는 디지털로 인한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바라보는데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사색과 자기 성찰의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겠으나 디지털의 한쪽측면,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기술이 만드는 긍정적인 부분만을 바라보는에 익숙해진 습관 또한 무시못할 요인이었을 것이다.


디지털은 이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깊숙히 파고들었다. 엔터테인먼트 역시 디지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은 소수가 즐기는 전유물에서 벗어난지 오래다. 디지털이 많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만큼 디지털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최첨단 기술이라는 이름아래 편리하고 긍정적인 쪽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 됐다.


왜? 디지털은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의 배설물 같은 댓글문화, 게임과 휴대전화 중독 등 그동한 찬양받아왔던 디지털로 인한 부작용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아닌가.


이것만으로는 디지털의 양면성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하기 어렵다.


기업에게 효율성을 제공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가 노동자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된다는 것, 몇몇 포털 사이트에 인터넷 트래픽이 집중되면서 개방과 분산의 성격이 강한 인터넷의 성격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디지털이 과연 사람들에게 '삶의질 향상'이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느냐는 것 등 디지털을 놓고 생각해볼만한 점은 무궁무진하다.


기술과 업계 마케팅에 의존한 트렌드 기사에 익숙해져있던 기자에게 이같은 주제들은 올라가고 싶었으나 감히 올라갈 수 없는 나무였다.

이런 기자의 갈증을 일부나마 풀어준게 바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준만이 쓴 대중문화의 겉과속 시리즈였다. 특히 올초 출간된 대중문화의 겉과속3(인물과사상사: 이하 겉과속3)는 상당 부분을 디지털 문화에 할애하고 있어 기자에겐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디지털과 사회변화를 다룬 논문들은 다수 나왔지만 기자의 깜냥으론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기에 쉽고 직설적인 문체로 쓰여진 겉과속3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겉과속이란 제목으로 대충눈치챘겠지만 이 책은 각종 디지털 문화에 대한 양면성을 보여주고, 독자들에게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던지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주제는 방송, 영화연예, 인터넷, 디지털기술 및 산업, 휴대전화 등을 다루고 있다.  한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수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강준만은 겉과속3에서 개인적인 의견은 자제하고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놨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기자는 인터넷 문화 부분을 인상깊에 읽었는데, 블로그, 댓글, 포털 저널리즘 등 지금도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강준만 특유의 자료 수집 테크닉을 활용,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균형있게 실었고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문화를 비교하고 포털의 확산이 인터넷의 중앙 집중화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댓글문화에 대해서는 인정투쟁 때문으로 바라봤다. 남에게 주목받고 싶어하는 욕구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현실은 남들로부터 관심을 끌기 힘든 시대가 됐다. 돈과 학력 그리고 권력을 가진 이들을 빼고 나면 남들에게 내세울게 있는 '꺼리'를 가진 이들이 얼마나 되겠느냐 말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현실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마음먹으면 주목을 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자극적인 댓글이 확산되는 것이라면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그렇다고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급한 댓글의 확산은 인터넷의 여론 형성 기능을 뿌리채 뒤흔들고 있다. 대안을 고민해보지만 지금으로선 안타깝다는 말만 나올 뿐이다.

겉과속3는 미디어 전문가에 의해 쓰여졌기에 디지털 전문가가 쓴 책들로부터 얻을 수 없는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게 가장 큰 매력이다. 읽기에도 쉽게 쓰여졌다.

아쉬움도 있다. 강준만식 해석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를 나무랄 수는 없다. 머리말에서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제기를 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에 대한 강준만의 생각은 오히려 이전에 나온 겉과속2에 비교적 자세하게 실려 있다. 디지털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참고로 다음은 강준만이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이다.

제목은 '휴대전화 노예공화국'이고 부제는 '국가가 앞장서 파는 수출 민족주의가 만들어낸 셀룰러 이코노미의 그늘. 새로운 ‘삶의 문법’의 가공할 위력 앞에 저항하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 들어가 보시길...

http://h21.hani.co.kr/section-021128000/2005/11/0211280002005110905840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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