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같은 사이트에 접속한 누리꾼과 익명으로 실시간 대화를 나누거나 쪽지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출시됐다. 지난 8월 8일 마이엔진(www.miengine.com)이 선보인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프로그램 ‘야그’(yag, www.yagne.com) 얘기다.
얼핏 들으면 네이트온이나 MSN 메신저 같은 대화 프로그램이 먼저 떠오른다. 좀 더 인터넷에 정통한 이용자라면 개블리닷컴(www.gabbly.com)이나 쓰리버블즈닷컴(www.3bubbles.com)과 같은 외국의 온라인 대화 서비스를 연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야그는 이와는 좀 다른 서비스다.
◆ 별도 설치 없이 사이트 접속자와 즉석 대화
야그의 가장 큰 특징은 웹문서를 읽고 있는 방문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한미 FTA 2차 협상’에 관한 글을 읽는다고 가정하자. 이 때 글을 함께 읽고 있는 사람들의 목록을 화면 구석의 야그창에 뜬다. 이용자가 글을 읽다가 지적재산권 협상에 관한 궁금증이 생기면 야그창 목록에 있는 누군가에게 “지적재산권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거 같으세요?”라고 즉석에서 물어볼 수 있다. 혹은 대화방을 만들어 접속자들을 초대해 얘기를 계속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대화는 익명으로 이뤄진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절차도 없다. 나는 ‘I’자 아이콘으로, 다른 접속자는 ‘G’자 아이콘으로, 사이트 관리자는 ‘S’자 아이콘으로 구별될 뿐이다. 대화명도 ‘abcd’와 같은 불규칙 조합으로 자동 생성되므로 접속하는 곳마다 일일이 대화명을 만들 필요도 없다.
개블리닷컴이나 쓰리버블즈닷컴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웹문서를 함께 읽고 있는 접속자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다. 대화를 하려면 누군가 대화창에 들어오기만을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서비스 제공 사이트를 거쳐 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불편하다. 예컨대 네이버에서 개블리닷컴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주소창에 ‘http://gabbly.com/www.naver.com’과 같이 입력하는 식이다.
야그는 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하면 해당 웹문서를 읽고 있는 사람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용자는 별도의 설치나 이중접속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사이트 운영자가 FTP를 통해 플러그인 형태로 서버에 한 번 설치해 두면 그만이다.
야그는 인스턴트 메신저와도 구별된다. 네이트온이나 MSN 메신저와 같은 인스턴트 메신저에서 대화를 나누려면 먼저 서로를 대화상대로 등록해야 한다. 승인 절차가 필요한 실명 기반이라는 얘기다. 또 메신저는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해야 이용 가능하지만 야그는 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대화창이 뜨고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무료 프로그램인데다 GPL(General Public Licence)을 적용해 소스코드도 공개돼 있어, 누구나 손쉽게 자신에 맞게 이를 변형·적용할 수 있다.
◆ 10월께 모든 사이트 적용 가능한 버전 출시
야그와 같은 익명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확산되면 지금처럼 게시판에 줄줄이 달린 덧글을 읽는 대신 즉석에서 해당 글에 대한 대화와 토론을 나누는 모습으로 바뀔 지도 모른다. 궁금한 내용은 자유게시판이나 Q&A 게시판을 이용하지 않고 사이트 운영자에게 그 자리에서 물어볼 수도 있다.
야그 서비스를 기획·진행한 IT 칼럼니스트 김중태 씨는 자신의 블로그(www.dal.co.kr/blog)를 통해 “(야그가 확산되면) 지식을 매개로 한 새로운 분산 커뮤니티, 익명 커뮤니티의 세계를 열 것”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부작용도 걱정된다. 야그가 설치된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익명의 누군가가 나에게 쪽지나 대화로 스팸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보낼 수도 있다. 익명의 접속자들과 대화 도중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말이 오갈 경우 뾰족한 거름망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중태 씨는 “일부 부정적 면이 있다고 해서 게시판, 덧글, e메일을 없애지 않는 것처럼, 야그 역시 문제가 되는 부작용들을 개선해나가면서 긍정적이고 편리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8월 8일 발표된 야그 1.0판은 일단 설치형 블로그 프로그램인 ‘태터툴즈’에 덧붙여 쓰는 플러그인 형태로 배포됐다. 또한 아직은 쪽지보내기 기능만 이용할 수 있으며, PHP를 지원하는 리눅스 서버에만 설치 가능하다.
김중태 씨는 “9월에 대화방 기능이 들어간 2.0판을 태터툴즈 플러그인으로 배포하고, 10월에는 워드프레스나 무버블타입, 제로보드를 비롯한 모든 사이트에서 사용 가능한 독립 설치형 프로그램을 배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예정대로라면 10월에는 모든 홈페이지에서 야그를 적용한 실시간 익명 대화가 가능해진다. 독립 설치형 배포판은 리눅스 서버는 물론이고 PHP가 설치된 윈도 서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