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솔루션이 화두로 떠오른지도 오랜시간이 흘렀다.
한 때 기업용 SW시장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의 대를 이를 '킬러앱'으로 각광받았던 BPM이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성장속도는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다. 그런대로 성장은 하고 있으나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국내 유명 BPM 업체인 핸디소프트가 이렇게 시장을 진단했으니 크게 오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기업내 수많은 업무 프로세스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어떤 시점에서 병목 현상이 생기는지, 또 어느 부분의 개선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외부 환경에 빠르게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에,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BPM의 컨셉은 매력적이다. BPM이 주목을 받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BPM의 컨셉은 아직 기업들의 금고를 확실하게 열기에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보면 세가지다.
우선 ERP의 존재다. ERP가 BPM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얼핏보면 ERP는 BPM과는 싸울 이유가 없어 보인다. ERP는 회계, 재무, 재고, 생산 등 프로세스로 이뤄진 SW이고 BPM은 프로세스를 관리를 '주특기'로 내세우고 있다. 둘은 상호 보완적인 사이지 대립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BPM 업계는 ERP가 어느 정도 도입됐으니 BPM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ERP가 BPM에 장애물이라니 참으로 역설적이다. 핸디소프트에 따르면 이유는 이러하다. 규모가 있다고 하는 국내 기업 상당수는 이미 ERP를 쓰고 있는데 ERP는 BPM이 제공하는 일부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핸디소프트에 따르면 20~30% 정도라고 하는데, 이런 이유로 다수 기업들이 BPM 도입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BPM에 대한 경험 부족이나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아니면 ERP에 없는 나머지 기능을 쓰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투자대비효과(ROI)가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ERP를 발판삼아 고공비행을 하려했던 BPM 업계로선 '대략난감'한 상황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BPM 업계가 좀 더 뛰어야할 듯 싶다. 핸디소프트가 27일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2천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솔루션 페어를 연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핸디소프트 안유환 연구소장은 "ERP가 있어 BPM은 필요없다고 하는 생각이 있는데, 틀린 생각이다. ERP가 커버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진정한 프로세스 관리를 위해서는 BPM을 구현해야 한다. 그래야 콤포넌트화된 서비스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서 이번 솔루션 페어에서 고객들에게 이를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BPM 프로젝트가 적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BPM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아직은 단위 업무 수준에서 추진되고 있다. 업계 입장에선 대형 프로젝트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지는 않은 것 같다.
국내 SW사업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과당 경쟁에 이한 가격 폭락도 관련 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라이선스 가격이 유지보수 비용보다 떨어질때도 있다고 한다. 이에 정영택 핸디소프트 사장은 "이익이 나지 않는 매출은 올릴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과당 경쟁에서 발을 빼겠다는 얘기인데, 지켜볼 대목이다.
크지는 않지만 BPM에 대한 인식의 문제도 다소 영향을 미치고 있다. BPM은 경영진들이 마음만 먹으면 직원들의 업무 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누가 일을 제대로 하고, 누가 그렇지 못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비즈니스 혁신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에 CEO, CFO, CIO 등 경영진들의 단호한 의지가 없는 경우 실무자들 선에서는 BPM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최근 BPM 시장은 다시 한번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IBM은 BPM 전문 업체 파일네트를 인수했고 BEA시스템즈는 푸에고 인수를 앞세워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에 이어 BPM 시장서도 맹주를 노리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BPM 기반 실시간기업(RTE) 솔루션 스위트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외국계 플랫폼SW업체들과 정면승부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성장 속도와는 별개로 BPM 패권을 향한 업체간 경쟁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BPM 전쟁 2라운드'의 개막이다. 이런 분위기를 등에업고 BPM은 ERP의 대를 이를 킬러앱이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까? 향후 판도가 매우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