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업체로는 보기 드물게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사업에 주력하는 큐브리드(www.cubrid.com)의 김평철 CTO가 28일 몇몇 기자들과 DBMS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다양한 얘기들을 주고받았습니다.


김평철 박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6년간 수석 엔지니어로 있다 지난해 10월 국산 DBMS의 도약이란 꿈을 안고 큐브리드의 전신인 케이컴스에 합류했지요. 그는 또 블로터닷넷에서 모가비가 만드는  SW세상이란 블로그(http://mogabi.bloter.net/)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제 김평철 박사가 말한 요지는 한마디로 DBMS 시장의 포화론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포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음을 감안하면 다소 도발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시장 조사 기관들의 발표 내용을 보면 DBMS 시장은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습니다. 기껏해야 한 자릿수 성장입니다. 이쯤되면 포화된 시장으로 보는게 맞습니다. 'DBMS최강' 오라클이 왕성한 M&A 레이스를 펼치며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 또한 DB 시장의 포화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평철 박사는 반대의견을 제기하고 나선 것입니다. 라이선스 판매로 보면 DB 시장은 포화된게 맞지만 사용되는 카피수로 보면 여전히 시장은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보이는게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김 박사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용중인 DBMS 카피수(2004년 기준)는 MS가 40만카피, 오라클 24만, DB2는 7만 정도됩니다. 공개SW인 마이SQL(MySQL)은 무려 800만 카피에 이른다고 하네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카피수로 보면 DBMS 시장 판도는 확 달라져 보이는 군요. 특히 공개SW인 마이SQL이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 뿌려지는 DBMS 카피수는 아직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인터넷 포털이 DB수요를 확산시키는 '블랙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김평철 박사는 DB에 대한 수요만 놓고 보면 시장은 다시 도약기라고 바라봤습니다. 지금까지 카피수가 이렇게 증가했던 적은 없다는 겁니다.


김평철 박사는 인터넷을, 큐브리드가 공공을 넘어 민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 업체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IT비용을 고민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총소유비용(TCO)을 절감하는 쪽으로 움직일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로 구글은 자체 개발한 DB로 시스템운영 비용을 줄이고 있다는군요.


큐브리드가 '라이선스는 무료로 주는 대신 서비스를 유료로 팔겠다'고 선언한 것은 인터넷 업계의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국내 최대 포털인 NHN과 DBMS를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 시장에서 성장의 승부수를 띄운 것입니다.


이런 전략이 통하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DBMS 시장이 라이선스에서 서비스 판매 중심으로 판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위기는 아직까지 괜찮습니다. 큐브리드가 '무료DB+서비스' 카드를 꺼내들었고 인터넷업체에서  널리 쓰고 있는 마이SQL 역시 비슷한 길을 가고 있지요. 무료 라이선스와 서비스를 포함한 큐브리드 DBMS 가격은 마이SQL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인터넷 업계에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은 갖춘 셈입니다.


그러나 이쯤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 하나가 있습니다. "DBMS가 어떤SW인가. 오라클, MS, IBM 등 공룡들이 전략적 요충지로 생각하는 핵심 IT플랫폼이다. 이곳에서 규모가 작은 국내 업체가 과연 뿌리를 내릴 수 있겠는가?"


큐브리드라고 해서 다소 껄끄러운 이 질문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오라클이나 MS는 위협이라고 판단되면 공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후발 주자 제거에 나설 것입니다. 큐브리드는 이런 점들까지 고려하고 서비스 전략을 추진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김평철 박사는 "대형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나올 경우 위협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기기는 하겠지만 큐브리드를 잡으려고 가까운 시간안에 공격적인 전략을 들고 나오기에는가진게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인터넷 업체들에만 특혜(?)를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김평철 박사의 이같은 상황 판단이 맞아떨어질 지는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상대는 다른 업체도 아닌 오라클과 MS입니다. 멀리보고 움직이지 않으면 역공을 당할 소지는 충분합니다. 지금으로선 지켜보자는 자세가 바람직해 보입니다.

관전 포인트는 두가지입니다. 우선 개발자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 하는 것입니다. 큐브리드 DBMS도 쓰려는 개발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김 박사의 전략이 먹혀든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큐브리드와 NHN이 추진중인 DBMS 공동 개발 작업의 성과입니다. 

큐브리드는 2007년초 1차 결과물을 선보이고 2008년 2월에 완성본을 내놓겠다는 계획인데요.  내년부터는 고객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DBMS 서비스 상품도 선보인다고 합니다. 네이버에서 실력을 검증받을 경우 국산 DBMS는 인터넷 시장에서 거점을 마련하게될지도 모릅니다. 당분간 큐브리드의 행보를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참, 김평철 박사가 이날 발표한 'DBMS의 현재와 미래' 내용은 웹사이트(www.cubrid.com/cubrid/?doc=bbs/gnuboard.php&bo_table=s4100&wr_id=31)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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