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의 한 관계자는 블로터닷넷(www.bloter.net)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비즈니스 맨들의 손에는 다양한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통화는 물론 전자우편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비즈니스 폰'이라고 하면 그저 명함 크기인 것을 그렇게 부른다. 어처구니 없다"고 밝혔다.

유무선 통신 인프라 최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전혀 성장하지 못한 시장이 바로 비즈스니맨들을 위한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 팬택앤큐리텔, LG전자 등이 관련 단말기를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당했다. 아니 어쩌면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한국의 특수 상황 때문에 전혀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마트폰은 통화 기능외에 내 손안의 PC로 불릴 만큼 데스크톱 PC 운영체제가 휴대폰안으로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해외에서는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GSM 방식의 단말기를 출시한 상황에서 왜 유독 국내에서는 이런 제품들이 고객들로부터 외면 당했을까?

여기에는 몇가지 사정이 있다. 일단 이동통신 업체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휴대폰안에 PC 기능을 그대로 넣으면 멜론, 도시락, 뮤직온 같은 데이터  통신의 '효자' 서비스가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데스크톱 사용자들이 MP3 파일을 다운받아 PC나 자신의 PMP나 스마트폰에 전송해서 듣게 되면 누가 사용료를 내고 이런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가? 

또 스마트폰에 '락'을 걸지 않았을 때 콘텐츠 업체나 음반업계가 대대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도 통신사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DRM(콘텐츠 저작권 보호기능)을 없앴을 때 당연히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통사업자들이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음반업계와 사용료 문제로 수년간 협상을 벌여 간신히 지금과 같은 타협안을 만들어 낸 상황에서 또 다른 기능의 폰 등장은 기존 서비스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출시된 스마트폰은 철저히 한국화됐다.

삼성 스마트 폰 브랜드인 미츠(MITs) 동호회의 한 관계자도 블로터닷넷(www.bloter.net)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절름발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통신사가 '락'을 걸어서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가끔 해외에 출시된 단말기와 유사한 제품이 국내에 출시될 때 이 락이 풀려 있어서 국내에 적용해 놓으면 이통사가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제조사에 압력을 넣는다. 이런 구조에서 누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 관계자는 "전세계 대부분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자사의 서비스가 있지만 기본적인 스마트 기능을 원천봉쇄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해놓고 관련 시장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진단"이라고 밝혔다.

또 이동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주 공략 대상인 10대와 20대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하다보니 특정 용도의 단말기를 유통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 비즈니스맨들에겐 다용도의 단말기가 굳이 필요없다. MP3, 카메라 기능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업무 처리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이런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는 단말기 제조 업체 입장에서도 쉽사리 스마트폰 말기를 출시하기 힘들다. 단일 제조라인에서 국내외 동일 기종을 선보이면 제조비용도 줄일 수 있는데,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단말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운영체제 개발에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SK텔레콤에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는 모토로라코리아도 국내엔 스마트폰 유통 조직과 사후서비스(AS) 조직이 없다. 모토로라에는 '모토큐'라는 스마트폰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인기 상품인 이 제품은 국내에서는 유통이 안된다. 국내 유통을 위해서는 한글화 비용과 AS를 위한 최소한의 매출이 보장돼야 하지만 쉽지 않다. KT파워텔을 통해 국내 진출한 블랙베리 단말기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영문 단말기만 출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부담을 서비스 사업자가 떠 안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동통신 사업자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다. 막상 관련 물량을 보장했더라도 팔리지 않으면 고스란히 자사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우회 전략을 들고 나왔다. 최근 출시한 '애니콜Fx'폰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PDA폰이다. PDA폰이기 때문에 통신사가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마다 요구하는 '락'을 걸지 않아도 된다. 일단 KTF용 M4500을 출시했는데, SK텔레콤용은 M450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제품도 신세대와 비지니스맨들을 모두 겨냥하고 있다. 10대와 20대를 겨냥한 종합엔터테인먼트 단말기라고 불릴 만큼 다기능 제품이다. 비즈니스맨만을 겨냥했을 때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래도 기업 사용자들은 환영한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라도 관련 단말기가 출시되는 것이 어디냐"라며 "통화와 전자우편 확인, 일정 관리 등 전통적으로 기업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애니콜 Fx폰'이라는 이름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능(x)에 답을 주는 공식(Formula)같은 폰'이라는 뜻으로, 제품의 주요 타깃인 신세대와 비즈니스맨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컨버전스 휴대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애니콜 Fx폰(모델명: SPH-M4500)'은 18.9mm 두께의 컴팩트한 슬림폰으로는 처음으로 PDA 기능을 탑재했다. PDA, 인터넷 접속, 지상파DMB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애니콜 Fx폰'은 PDA 기능을 갖고 있다. 개인일정 관리는 물론 워드, 엑셀 작업도 '터치 스크린'으로 편하게 할 수 있고 네스팟존에서 무선랜(WiFi)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접속이 가능하다. 또 '애니콜 Fx폰'은 지상파 DMB, 듀얼 카메라, MP3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탑재했다. 후면 200만 화소와 전면 VGA 카메라가 탑재되었으며 전면의 카메라를 이용해 화상채팅이 가능하다.


특히 기존 휴대폰으로는 음악 감상이나 동영상 시청을 할 경우 파일 형식을 변환해야 했지만, '애니콜 Fx폰'은 일반 PMP와 MP3플레이어를 통해 지원되는 다양한 파일형식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이점이 기존 스마트폰에서 '락'을 걸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가상 5.1채널 스테레오 기능을 탑재해 현장감이 뛰어난 5.1채널 홈시어터 급의 입체 음향을 즐길 수 있고, 2.4 인치의 와이드 LCD를 탑재해 동영상을 크고 선명한 화질로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자사전 등 다국어 전자사전 컨텐츠를 제공하며, 파일뷰어, 외장메모리(micro SD)등 제품의 타깃인 대학생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모든 첨단 기능을 두루 탑재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이기태 사장은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다양한 첨단 기능이 두루 탑재된 명품 컨버전스 휴대폰을 지속 출시해 세계 모바일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 화이트 두 가지 컬러로 KT와 KTF를 통해 출시되는 '애니콜 Fx폰'의 가격은 70만원 대이며, SKT(모델명: SCH-M450)로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SCH-M450 은 무선랜 및 전면 VGA카메라 미지원).

기업들이 70만원대의 단말기를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임원급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공급한다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고가이면서 다용도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대로 비즈니스 맨들을 겨냥한 폰의 출시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관련 단말기가 폭발적으로 팔린다면 통신사들이 과연 그대로 방치할지도 의문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또 최근 지상파DMB서비스 업체들이 지하철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포기했다. 단말기 업체들에게는 악재중의 악재인 셈이다. 

한편, 최근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이 UC(통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비즈니스 폰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특히 통신 사업자들이 친구 찾기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어 기업들은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 위치추적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 가입자 당 월 2000 정도의 요금만 지불하면 이 기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용 애플리케션을 연동하기도 쉽다. 

일반 통신사업자의 서비스를 자사의 UC 전략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도 초기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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