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헐리우드는 디지털 배우의 등장에 대해 많은 시도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섬세한 그래픽 처리에 비해 인간의 다양한 표정을 표현하지 못해 시도 자체에 의미를 둔 체 흥행 면에서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헐리우드의 두 스타 제작자에 의해 제작된 애니메이션 '몬스터 하우스'는 사람과 같은 디지털 배우의 등장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과거 디즈니나 픽사, 드림웍스 등에서 개미, 토이스토리 등과 같이 사람 이외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많이 개발된바 있지만(사람이 등장하더라도 만화 캐릭터로 등장했다), 본격적인 인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2001년 사카키바라 모토 감독의 컴퓨터 게임을 영화화한 '파이널 판타지'가 처음이었다. 파이널 판타지는 당시 한국인 기술진들이 스텝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주인공 배우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는 수준의 그래픽을 구현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물론 출연하는 디지털 배우들의 다양한 표정 연기 구현에 아쉬움을 보이며 흥행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며, 그 가능성만 열어놓았었다.
이어 2004년에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비디오 게임에서 주로 이용했던 '모션 캡처(Motion Capture)' 방식을 이용해 톰 행크스를 디지털화한 '폴라 익스프레스'를 제작했지만 이 역시 디지털 배우의 섬세한 표정 연기에 대한 딜레마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저메케스는 '폴라 익스프레스'를 기반으로 이번 '몬스터 하우스'에서는 표정이나 눈빛, 입모양 등 한층 진보한 기술로 섬세한 표정 연기가 가능한 디지털 배우를 만들어 냈다.
몬스터 하우스의 캐릭터 담당 수석 애니메이터인 댄 호프스테드는 "기존 기술로 실제 배우들 연기를 그대로 데이터로 변환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구상한 캐릭터의 연기와 비주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이건 실사연기를 뛰어넘는 첫 번째 시도이자 캐리캐처와 애니메이션에 감성을 불어넣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션 캡처를 처음 도입한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최첨단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완성된 '몬스터 하우스'의 캐릭터는 모델링, 캐릭터 디자인, 질감, 조형 등 모든 분야에서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어 '디지털 배우'의 출현 가능성을 한 단계 앞당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표정연기가 가능한 디지털 배우의 등장은 아직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디지털 컨텐츠 기술에 세계 각국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그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기술 선점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가 디지털 배우 관련 기술 산업에 약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이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 영화 캐릭터로써의 디지털 배우가 아니라, 영화 '시몬'에서와 같이 대중이 실제 사람인지 디지털 배우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정도의 정교한 디지털 캐릭터가 등장하게 될 날도 그리 멀어보이진 않는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그들과 사람을 구별할 수 있게 될까? 혹시라도 그들이 사람과 같은 인공지능이라도 갖게 된다면? 벌써부터 '쓸데없는' 걱정에 휩싸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