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국내에 투자하면서 인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어느 회사나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길 희망하고 있고,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매번 인재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구글의 투자에 따른 인력 문제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을 전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자부터 시스템 엔지니어들(SE), 네트워크 전문가 등 대기업에 소속된 이들이 아니면 대부분 작업 환경부터 연봉, 처우들이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IT 업체가 건설회사의 하청구조보다 더 열악한 상황입니다. IT 분야 종사자들은 다 알고 있지만 국내 일반인들은 많이들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여기서 거론하기는 본류에서 벗어나는 것 같습니다. ^.^)
이들은 이직을 꿈꾸지만 대기업으로 진입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들 중 탄탄한 회사는 손을 꼽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대접을 못받고 있고, 고객사에 파견되기라도 하면 거의 종노릇합니다. 창업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선발 소프트웨어 업체가 인수 합병할 리도 없습니다. 정부에서도 소프트웨어 산업 살리기한다고 하지만 평생을 제조업 살리기에만 주력한 인력들이라 희망을 갖기도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포털이나 게임 업체들은 좋은 기회의 땅입니다. 확실한 기술을 확보하고 창업을 했거나 그런 벤처 기업에 속한 경쟁력 있는 인력들은 스카우트 1순위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한국 최고의 엔지니어들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NHN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상당히 많이 포진해 있고, 많은 인력들의 포털 입성은 꾸준히 이어질 것 같습니다.
지금 소프트웨어 개발자 업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 바로 선두 포털업체들입니다. 유능한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합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전문가부터 보안 전문가, 시스템 아키텍트나 엔지니어 등 쓸만하면 뽑아갑니다.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이들은 이제 가차없이 떠나버립니다.
포털들의 경우 개방과 공유의 힘을 믿고, 최근 웹 2.0이라는 대세 속에서 자사의 서비스를 개방하기에 바쁩니다. 단순 서비스가 아닌 하나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픈 API를 공개하면서 우군을 확보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픈 API를 오픈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플랫폼을 더욱 정교하고 세밀하게 구축해놔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된 개방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인재들이 필요합니다. 또 사용자들이 생산해내는 콘텐츠도 동영상 위주입니다. 은행권처럼 돈이 많지 않으니 PC 서버에 리눅스 운영체제를 사용해 사용합니다. 데이터베이스도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인 mySQL을 자사에 맞게 손을 봅니다. 국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은 죄다 포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내 포털이나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자기 핵심 인력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어떤 처우개선이 필요할까요? 언제까지 안면이나 현재의 현실을 이야기하겠습니까? 비전을 제시하던가 제대로된 대우를 해주던가 해야 일할 맛이 나지 않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인력들을 채용하겠다고 했습니다. 1차 비상은 일단 포털이나 게임업체, 혹은 국책 연구 기관들이겠지요. 연구개발 센터에 입사하게 되더라도 구글의 까다로운 입사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구글 서비스를 국내 런칭하는 지사가 아니라 본사와 함께 일하는 연구개발 센터라는 사실이 개발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합니다.
그동안 유능한 인재들을 좋은 조건으로 뽑아온 포털이나 게임업체 혹은 대기업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겠죠. 경쟁자의 출현으로 인해 핵심 인재에 대한 관리가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고스란히 종사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업체가 많아지고 서로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인력 관리도 더 고급화되겠지요.
물론 몇몇에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그 사실이나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던 인재 관리에 좀더 신경을 쓰게 하는 것만으로도 구글의 인력 채용은 잃은 것보단 얻는 것이 더 많아 보입니다.
2002년인지 2001년이지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만 우연히 구글 본사 사람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넷츠고를 서비스하던 SK그룹이 라이코스코리아를 인수하면서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채택했기 때문에 그 문제로 방한했었습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다 아는 네이트를 서비스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입니다.
구글이 가장 두려워했던 이들은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었습니다. 그 관계자는 미국이나 전세계 대학의 검색엔진연구소가 가장 두렵다고 했습니다. 잉크토미라는 회사가 야후에 검색 엔진을 제공하면서 세상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지 불과 3년도 안돼 구글 서비스에 쫓겨난 사실을 구글은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구글이 검색 서비스에 한우물을 파고 있는 것도 수많은 검색엔진연구소 인력들이 언제 자신들을 넘어설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잉크토미나 구글의 핵심 인력들은 모두 대학교에서 검색을 연구했던 인력들입니다. 지금 NHN의 CTO로 있는 숭실대학교 이준호 교수도 검색을 연구한 인물입니다. 현재 선보이는 검색 서비스는 이미 40여년 전의 이론들이라고 합니다. 그런 연구 결과를 IT 시스템을 활용해 구현하는 싸움이 지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죠. 검색기술 연구 인력부터 이를 IT화 시키리 인력, 운영할 인력 등 수 많은 분야에서 고용 창출이 가능합니다.
국내에도 많은 대학에 검색 연구소가 있습니다. 이런 인재들이 합류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또 현재 추세로 보거나 구글이 유트부를 인수한 것을 봤을 때 동영상 검색이 주류로 빠르게 부상하지 않을까요? 지금 포털들이 제공하는 동영상 검색의 경우 일일히 텍스트를 쳐넣어야하는 수준인데요 이것도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찾아내게 하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제가 알기론 국내에 동영상 검색 기술을 연구한 인재들이 상당히 많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 인력들은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KBS, MBC, SBS 등에 판매하려고 했지만 실패하면서 사업도 접었습니다. 가장 큰 구매처에서 모두 '서비스는 좋은데 그냥 주면 안되겠냐'는 뜻을 밝힘에 따라 판로가 막힌것이죠. 이들이 새롭게 합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NHN은 첫눈을 3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구글의 2년간 100억원은 정말 새발의 피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첫눈의 인력들이 NHN에만 뼈를 묻으라는 법이 없겠죠?
인력을 다 빼앗아간다고 떠들기전에 그에 걸맞는 대우를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더 많은 해외 기업들이 들어와서 우리 인재들을 스카우트한다고 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