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시스템즈(www.cisco.com)라는 회사를 아세요? 혹시 바퀴벌레 잡아주는 세스코를 잘못 발음하신줄 알았나요? 

컴퓨팅 업계에는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회사가 많습니다. 대부분 미국 회사긴 하지만 IBM, 마이크로소프트, HP, 인텔, 애플컴퓨터가 대표적인 업체들입니다.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업체들입니다. 

그런데 시스코는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시스코를 잘 아시나요? 

시스코는 지난해 매출 20조원을 넘긴, 전세계 네트워크와 통신장비 분야 1위 업체입니다. 그런데 앞서 거론한 업체들과 비교해서는 일반인들의 인식도는 상당히 떨어집니다. 라우터, 스위치, 무선LAN 장비를 판매해 왔으니 당연한 일인 듯 합니다. 

시스코가 자사 위상에 걸맞는 소비자 인식도 제고를 위해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CI와 브랜딩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죠. 이런 일을 하지 않더라도 돈도 잘벌고 사업도 잘되는데 왜 새로운 CI와 브랜딩 캠페인을 진행할까요?

국내 시스코 조직을 이끌고 있는 손영진 지사장의 말을 들어보죠.

손영진 지시장은 "전통적인 네트워킹 사업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시스코가 나아가고 있다"며 "개인 사용자와 의사 결정자들에게 이러한 시장 변화에 따른 시스코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손영진 지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국 지사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자신의 가족들도 MS는 알지만, 시스코는 전혀 몰랐답니다. 아마 외국계 IT 업체로 옮기는 대부분의 이들이 경험하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시스코는 '휴먼 네트워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Human Network)'라는 주제를 사용합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공간과 시간 개념이 바뀌면서 사람들간의 협업으로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회가 창출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또 이 말엔 고객과 사용자들의 경험을 듣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기존의 전통과 업계 우위적 입지를 근간으로 더 넓은 계층의 청중에게 다가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시스코는 과거엔 네트워킹 장비 위주의 사업을 전개해 왔는데요, 앞으로는 웹과 휴대폰, PDA와 같은 개인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단말기이나 이런 단말기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사업 부문을 변경시켜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기존 CI에는 '시스코 시스템즈'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이제는 '시스코'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시스템즈라는 말이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인 듯 합니다.

전화 사업을 강화하고 있고, 유니파이드 커뮤니케이션(통합 커뮤니케이션) 영역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부터 전화 단말기, 소프트폰까지 정말 말 그대로 개인 사용자들에게 밀착해서 다가서고 있습니다. 시스코는 MBC에서 방송됐던 <24시>라는 미국 시리즈 물에 자사 전화 장비 일체를 제공하는 노력도 펼치고 있습니다. 고급 브랜드로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도록 하는 것이죠.  

시스코는 1000억원 가량을 들여 이 작업을 진행해 나간다고 합니다. 새로운 CI를 만들고 그 변화에 따른 브랜딩 캠페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IT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미국 회사는 정말 마케팅을 잘 합니다. 자신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고, 어떻게 고객들에게 이런 변화를 설명했는지 자랑스러워 합니다. 

여러분이 인터넷을 사용할 때는 항상 시스코가 그 뒤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러분의 뒤에서 뒷짐지고 지켜보던 시스코가 이제 여러분들 곁으로 한발 더 다가서겠다고 합니다. 얼마나 여러분들에게 다가서는지 지켜봐 주십시오.

시스코의 로고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시스코를 설립한 이들이 금문교를 사이에 두고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군요. 시스코의 새로운 CI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더 친숙해 보입니다. 추억의 게임 '갤러그'에 나왔던 바로 그 비행기가 합체된 형태랑 엇비슷하기도 합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본다면 SK텔레콤의 행보도 지켜볼만 합니다. SK텔레콤을 모르는 이들이 누가 있겠습니까만은, SK텔레콤은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www.sktelecom.com)은 지난 7월  중순 '꿈꾸는 자의 특권 T'를 선보였습니다.  T는 통신(Telecom), 기술(Technology), 최고(Top), 신뢰(Trust) 등을 상징합니다. 이런 후속작업으로 SK텔레콤은 8월 1일 자사의 이동통신 대표 브랜드 ‘T’의 본격 론칭과 함께 HSDPA 서비스, 요금제, 고객 체험형 매장을 ‘T’로 새롭게 단장한 ▲T 3G+, ▲T Plan, ▲T World도 속속 선보이고 있죠.  

본격적으로 이동통신사 자체를 홍보하고 있고, 그 회사의 대표적인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죠. 이런 변화는 더 이상 번호 자체를 광고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번호이동 고객들은 010입니다. 스피드011처럼 가지고 싶은 번호를 알릴 필요가 전혀 없어졌습니다. 

SK텔레콤은 발빠르게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다가설지는 좀더 지켜봐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갑자기 등장한 저런 'T' 브랜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도 재미나게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경쟁사들의 모습과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때 어떻게 시장에 접근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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