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테이프는 통신사들이 제공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해 9월23일부터 10월3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4개 전시장에서 시범 사업을 전개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시범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6월 자사 사옥에서 망장비와의 연동성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있다. 또 다른 사업자인 LG데이콤은 올해 VoIP(Voice over IP) 시장 진입을 위해 관련 서비스를 7월부터 제공하고 있으며 삼성네트웍스는 관련 단말기 테스트를 끝내고 11월부터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 서비스의 활성화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던 하나로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블로터닷넷(www.bloter.net)과 인터뷰에서 "올해는 하나TV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 본격적인 상품 출시는 잠정 보류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배경은 와이파이 폰 유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발 통신 사업자들은 KT를 겨냥해 유선전화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와이파이 폰 서비스가 자사 가격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대규모 고객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와이파이 폰을 대량으로 구매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재고 문제 때문.
하나로텔레콤은 관련 서비스 연동을 마치고 영업을 하지만 와이파이 폰 구매는 전적으로 이를 도입하려는 고객사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30만원이나 20만원대의 와이파이 폰 자체에 따른 초기 투자비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 이는 고스란히 와이파이 폰 업체에게 부담이 된다. 대량 구매에 따른 제품 공급 가격 인하나 추가적인 개발을 위한 수익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그 혜택이 빠른 시일 내 돌아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데이콤은 오는 11월경 VoIP 서비스에 대한 1차 점검을 단행할 계획이다. 와이파이 폰 서비스도 검토 대상. 현재 데이콤은 대량 발주보다는 각 영업 상황을 지켜보면서 두 달 단위로 발주를 하고 있다. 데이콤의 한 관계자는 "본격 서비스는 데이콤이 앞서 있는 만큼 고객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나 고객 요구 사항들을 다시금 점검해서 내년도 사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이번 점검 의미를 밝혔다.
070 인터넷 전화 서비스의 대표적 주자인 삼성네트웍스도 인터넷 전화 서비스에서 한발 나아가 와이파이 폰 서비스를 다음달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네트웍스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 테스트와 기업 고객들의 요구를 파악해 기능들을 추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070 인터넷 전화의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와이파이 폰 시장은 통신사 중심의 기업과 개인 시장과 일반 기업 자체의 무선LAN 기반 VoIP 프로젝트로 인한 수요로 나눠볼 수 있다. 기업 고객들은 070 인터넷 전화로 인한 초기 대규모 투자 비용을 감내하기 보다는 기존 전화 번호를 사용하면서 이동성을 보장하는 형태로 개별 구매 형태로 제품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물량도 많지는 않다. 와이파이 단말기 업체들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또 한가지는 다양한 국내외 IP PBX 장비 업체들과의 연동 문제도 점점 관심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벨킨(www.belkin.com/kr)이 출시한 스카이프 탑재 와이파이 전용폰(본지 기사 참조 http://www.bloter.net/_news/8df42009057ca0f9)이 새로운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스카이프는 전세계 1억 명 정도의 가입자를 확보한 인터넷전화 서비스 전문 업체로 이베이에 인수된 후 국내에서는 이베이가 인수한 옥션에서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출시된 스카이프 폰 최초로 스카이프 인증을 받았고, 한글 지원도 가능한 유일한 폰이라는 장점이 있다.
벨킨 한국 총판 코러시스(www.korucis.com)의 이경환 부장은 "옥션과는 11월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국내 고객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벨킨의 경우 국내외 무선LAN 장비부터 와이파이 폰까지 개발하는 업체로 이번 스카이프 지원 폰은 전세계 고객들을 빠른 시일 내 흡수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특히 이경환 부장은 "국내 제품 출시가 북미 시장과 엇비슷하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전하고 "스카이프 고객들을 겨냥한 장비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고객들은 물론 스카이프를 통해 한국 고객들과 통화하려는 해외 기업이나 개인 사용자들은 벨킨을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이번 제품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통신사들이 일반 기업들의 환경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거나 국내 장비 업체들이 국내 고객사만을 대상으로 영업것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대도 18만9000원으로 북미 고객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벨킨의 이런 전략은 통신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국내 통신사들도 일반 기업들의 해외 사업부를 중심으로 스카이프 고객이 늘고 있어 손놓고 있을 입장은 아니다. 벨킨의 와이파이 폰을 유통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다양한 선택의 폭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경환 부장은 "국내 통신사 한 곳과도 한번 접촉을 하려고 한다"고 최근 시장 흐름을 전했다.
통신사 주도의 와이파이 폰 시장 못지 않게 스카이프라는 전세계 인터넷 전화 사업자를 지원하는 폰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국내 제조 업체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동일한 와이파이폰을 제조하더라도 전세계 최고 통신사를 겨냥한 제품까지 자연스럽게 연동하는 해외 업체와 가격 경쟁력이나 기능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사만을 바라보기에는 이들의 더딘 행보가 부담스럽다.
이래 저래 와이파이 폰 시장과 서비스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시장 초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되는 기업 고객들 입장에서는 시장이 활성화될 때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이점도 있어 올해보다는 내년에 관련 시장이 조금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