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고민을 하지만 해법은 전혀 다르다?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행보에 대한 얘기다.
포털 업체들이 내부 시스템 정비에 여념이 없다. NHN이 한국IBM을 통해 시스템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 서비스를 받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NAS 업체를 인수하고, 국내 DBMS 업체인 큐브리드와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DBMS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대열에 다음커뮤니케이션도 합류했다. 20일 다음커뮤니케이션(www.daum.net)과 스토리지 세계 1위 업체인 한국EMC(http://korea.emc.com)가 효율적인 정보 인프라 공동 개발과 구축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달 초 NHN이 데이터의 효율적인 운영과 관리를 위해 스토리지전문 업체인 데이타코러스를 21억8천만원에 인수한 지 한달도 안된 상황에서 다음과 한국EMC가 동일 영역에서 두 손을 마주 잡았다.
두 회사의 행보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동일한 데이터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측면에서는 고민이 같지만 해법에선 직접 인수와 협력으로 상반된다.

일단 한국EMC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살펴보자.
한국EMC와 다음은 급변하는 서비스 환경에 최적화된 효율적 맞춤형 스토리지 인프라를 공동 개발하고, 대용량 스토리지와 관련 솔루션 공급, 신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개발용 장비 지원, 정보 인프라 컨설팅과 각종 BMT(벤치마크테스트)를 위한 장비와 인력 제공 서비스, 장비 운용을 위한 교육과 세미나 등의 다양한 기술 노하우와 서비스 교류에 전격 합의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한국EMC 및 한국EMC의 협력 파트너인 인성정보와 함께 지난 6월 국내 포털 업계 최초로 고객 데이터베이스(DB) 운영 환경의 재해복구(DR: Disaster Recovery)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 전산센터의 모든 데이터를 백업 센터의 재해복구 센터로 이중화시켜 재난 및 재해와 같은 천재지변이나 장비 교체 등의 전산 필수 업무 중에도 무리 없이 전산 운영을 계속 할 수 있는 최첨단 환경을 확보한 바 있다.
양사는 정보 인프라스트럭처의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공동 개발하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ILM(정보수명주기관리) 전략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간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준호 인프라본부 본부장은 “지난 몇 달간 재해복구센터의 성공적인 구현과 운영을 거듭하며 정보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EMC만의 전문 기술력과 노하우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 같은 양해각서를 체결할 수 있었다”며, “세계적인 정보 인프라스트럭처 기업인 EMC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지향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함으로써,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한 대용량 정보 인프라스트럭처의 공동 개발과 운영 및 관리의 효율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양해각서 체결의 실질적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이준호 본부장은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보다 안정화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글로벌 환경에 최적화된 차별적 경쟁력을 더욱 새롭게 가다듬고, 국내외 고객들의 기대 수준과 효용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제휴의 의의를 평가했다.
김경진 한국EMC 사장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한국EMC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함으로써, 정보가 생명인 국내 포털 커뮤니케이션 사이트의 효율적인 IT 인프라 구현의 독자적인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 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올초부터 한국EMC를 통해 관련 컨설팅을 받아왔다. 그동안 국내 포털들은 저가형 장비를 도입해 관련 데이터들을 관리해 왔다. 하지만 한메일 계정을 통해 받았던 메일들이 한꺼번에 날라가버리거나 카페 자료도 유실되는 문제도 경험했다. 이는 고스란히 서비스 기업의 신뢰도 문제로 이어졌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치열한 포털들간 경쟁 속에서 관련 설비 정비에 눈을 돌릴 수 없었다. 고급 인력들이 저가형 장비를 이곳 저곳에 배치해 관리하면서 생산성 문제나 관리 문제도 대두됐다. 현재 자사의 서비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었던 것.
이준호 본부장은 블로터닷넷(www.bloter.net)과 전화인터뷰에서 "구글의 경우 저가 장비를 병렬 처리해서 잘 사용하고 있다. 하드웨어적 지식과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들이 풍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전하고 "하지만 국내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많은 애로가 있었다. 지금부터 제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컨설팅으로 다음은 쌓이는 정보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고, 고객들이 많이 요청하고 빈번하게 사용하는 중요 데이터는 고급 장비와 솔루션을 도입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상대적으로 정보 가치가 떨어지는 데이터들은 저가형 장비에 쌓아놓고 관리하면 된다. 그동안은 이런 기준들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았다. 금융권이나 통신, 공공 기관, 민간 기업들은 재해복구 센터를 구축해 운용하고 있다. 원데이터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동일하게 백업 받아놓은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 하지만 그동안 포털들은 이런 규모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두 회사가 얻은 이점은 무엇인가? 두 회사는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전략적 파트너 관계라는 사실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장에서는 이번 제휴를 통해 국내 포털들이 상황을 한국EMC에 적나라하게 보여주게 됐다. 관련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한국EMC의 장비와 컨설팅, 필요한 솔루션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국내 다른 포털이나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들의 상황도 엇비슷하다. 한국EMC 입장에서는 다음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고, 이를 해결하면서 관련 경쟁 업체와는 차별화된 전략과 시장 접근이 가능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전면적인 IT 아웃소싱은 생각지 않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야에 대한 아웃소싱을 한국IBM에 맡겼지만 여전히 시스템 분야는 확실히 틀어쥐고 있다.
NHN은 좀 다른 길을 선택했다. NHN은 이미 한국IBM을 통해 각 분야에서 IT 아웃소싱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직접 인수를 단행했다. NHN은 데이타코러스의 지분 인수로 국내에서 개발한 스토리지 기술을 확보해 NHN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대용량 데이터의 업로드, 저장 등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미 그동안 아웃소싱 경험을 통해 내부 프로세스 정비는 물론 향후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대부분 점검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한국EMC의 전략과 한국IBM의 행보도 비교할만하다.
한국IBM은 전세계 최초로 닷컴 업체인 NHN을 전산 아웃소싱 고객사로 확보했다. 한국IBM 입장에서는 이번 사례만 제대로 성공하면 닷컴 비즈니스 회사들은 모두 아웃소싱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본사 IBM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NHN은 일본과 중국 진출을 위해 전산 인력들을 내부적으로 육성해 현지로 보내기보다는 IBM이라는 글로벌 조직의 힘을 빌려 서로 윈윈하려고 했다.
하지만 NHN의 해외 사업은 소기의 성과를 기록하지 못했다. 애초의 전략이 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회사의 관계가 예전같지 못하다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반면 한국EMC는 잃을 것이 없다. 해외 포털 사업자들에게 관련 컨설팅을 제공했고, 국내에서만 처음일 뿐이다. 실패의 확율도 상당히 낮다. 다음측에서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다음과 NHN의 행보 못지 않게 한국IBM과 한국EMC에 눈이 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