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화가 대세인 최근의 흐름에 영화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영화계도 어떻게 관련 기술들을 효율적으로 도입해야 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CJ파워캐스트는 그런 고민의 중심에 있는 몇 안되는 업체 중 하나다. CJ파워캐스트는 다채널 방송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CJ미디어와 첨단 디지털방송 통신망을 제공하는 파워콤(현 LG파워콤)의 합작투자로 설립된 회사로 방송 송출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이 회사가 CJ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 제작사와 극장 체인인 CJ CGV와 함께 영화의 디지털 전송 관련사업(NOC ; Network Operation Center)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디지털 시네마가 일반 이용자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는 곳은 미국 정부나 헐리우드다. 미국 정부는 '필름'을 대표적인 공해 산업으로 간주하고 2010년까지 이를 모두 디지털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름'의 가장 큰 사용처인 영화계는 이런 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영화 제작부터 편집, 녹음, 촬영, 전송 등 전 분야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워낙 땅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한 전송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위성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이미 광대역 유선 인프라가 대도시 위주로 구축돼 있어 제대로 활용만 하면 된다. 이상일 과장은 "위성을 이용하려면 매달 1억5천만원 정도가 들며 별도의 수신설비와 리턴 회선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전하고 "기존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며, 만일 여의치 않더라도 퀵서비스로 보내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고 전한다.

이론적으론 무척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 제작사부터 배급사, 극장주 등 영화계 주체들간에 논의할 점이나 영화 상영과 관련한 내부 프로세스 수립, 수익에 대한 타당한 배분 문제 등이 해결돼야 이런 간단한 이론도 현실적용이 가능하다. 영화를 디지털로 제작하더라도 정작 상영하는 극장이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다시 '필름'으로 재작업해야 한다. 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를 다시 '퀵 서비스'나 '택배' 서비스로 전국 극장에 보내야 한다. 극장주 입장에서는 디지털로 전환될 때 초기 투자 비용은 물론 디지털화된 영화 파일에 대한 관리 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다간 '파일' 자체가 공개될수도 있다. 이런 전송과 상영과 관련한 기술적 조언자가 바로 CJ파워캐스트다. 최근엔 KT도 롯데시네마 등 몇몇 협력 업체들과 함께 손을 잡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몇몇 극장에 가보면 영화 제목 옆에 '디지털'이라고 적혀 있다. 상영 방식이 '필름' 영사기가 아니라 디지털 상영 서버와 디지털 프로젝터가 연결돼 말 그대로 디지털 형태로 관람객들에게 제공된다. 국내 영화관 가운데 80개관이 이런 설비로 구축돼 있다. 이상일 과장은 "2003년부터 관련 기술 논의와 적용 방식 등을 논의해 왔다. 아마도 내년부터 이런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상일 과장은 "이건 JPEG 2000 기준으로 기존 MPEG나 Wavelet의 경우 사이즈가 작아져서 시간도 더 적게 걸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파일을 전송하기 위해서는 CJ파워캐스트 같은 NOC와 각 극장에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보면 엄청난 투자 비용이 들게 돼 있다. 대략 T3 회선의 경우 약 450만원 정도며 10개 극장 평균 8개 스크린을 기준으로 하면 총 스크린 80개에 4500만원의 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유선 통신 사업자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수익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비용을 통해 전용망을 구성할 NOC나 영화제작업체, 극장주는 없다. 이들은 VDSL을 사용하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미 KT와 하나로텔레콤이 50Mbps부터 최근 100Mbps VDSL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혀 이런 인프라를 통해 전송이 가능하다. CJ파워캐스트는 자사 센터와 각 극장간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 이 때도 200GB의 파일을 한번에 보내보기도 하고, 아니면 이를 잘게 쪼개서 5개~6개 정도의 파일로 보내주기도 하면서 최적화된 방법을 찾고 있다.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그 다음이 더 복잡하다.
극장측에서는 이렇게 보낸 파일을 받은 1차 서버가 존재한다. 이 서버는 다시 디지털 상영을 위한 전용 서버에 이동되고 이 서버와 디지털 프로젝터가 연결돼 상영된다. 이 때 극장측에서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서버의 관리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의 문제와 이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핵심 인력들에 대한 권한 관리와 DRM(Digital Right Management) 문제 등등 필름을 통한 상영 프로세스와는 전혀 다른 프로세스는 물론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의 고용이나 아웃소싱 문제 등의 기준이 마련되야 한다.

KDM 기술을 응용하면 한 상영관에서 상영할 수 있는 시간이나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 배급사는 한달만 상영할 수 있는 권한을 극장에 넘기면 극장측은 그 기간안에만 상영이 가능하다. 대박을 예상하고 장기간 상영 계약을 맺거나 혹은 별로 흥행하지 않을 것 같은 영화들을 관리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영화가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을 때는 발빠르게 상영 연장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KDM은 USB 동글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장치에 암호화해 권한을 체크할 수 있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이를 IT화해서 수익의 투명한 관리가 가능해진다. 극장주들도 기본적인 일정만을 계약했다가 연장하거나 혹은 단축시킬 수 있다. 이런 분야만 제대로 정립해 놓으면 '전송'은 누가하더라도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극장주들이 이런 방식을 선호할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대박난 영화의 경우 배급사에 이야기하지 않고 상영하는 곳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노출된다고 해서 모두에게 이득은 아니다. 배급사들이 디지털 시네마를 선호하는데 비해 제작사나 극장주가 떨떠름한 입장인 이유다.
이상일 과장은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과정일 뿐이다. IT가 모든 것의 대세는 아니다"라고 전한다. 디지털로 전송하기까지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암호화된 파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디지털 상영이 가능한 극장에 '퀵 서비스'나 '택배' 방식으로 제공하면서 단계적으로 완벽한 디지털 전송으로 변화될 것으로 진단한다.

CJ파워캐스트는 디지털 시네마 관련한 조언자로서 극장주나 제작사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이미 마련된 설비를 이용할 때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데 굳이 막대한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가 얼마나 시장에 통할 수 있을까? 디지털 영화를 감상하면서 이 영화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우리 눈 앞에 상영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보는 것도 영화를 이해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디지털 영화 뒤에 CJ파워캐스트라는 다소 생소한 회사를 떠올리기만 하더라도 디지털 시네마 분야에 종사하는 CJ파워캐스트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마워하지 않을까 싶다.

막상 디지털 시네마 분야 중 한 영역을 취재하면서 그동안 극장에 가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 가물하다. 아이와 손잡고 갈 영화가 적다는 핑계와 한번 나가면 얇아질 지갑 걱정을 먼저 했던 것 같다. 이번 주말엔 많은 이들이 보고 재밌다고 하는 '타짜'를 디지털 극장에 가서 한번 봐야겠다.
정말 뒷북이라고 손가락질하시지 마시라. 본인은 영화계 입장에서 보면 정말 '돈' 안되는 관객이다. 1년에 상반기 한편, 하반기 한편을 나눠서 극장을 찾기 때문이다. 가끔 어린아이 대상 영화가 나올라치면 아이 손을 잡고 그런 규칙을 깨는 경우도 있지만 영화를 보는게 아니라 전문 잡지를 통해 '읽는' 사람이다. 막상 가면 그 누구보다 좋아하면서도 이상하게 극장보다는 선술집을 자주 찾는다. 영화라면 배우와 감독 등을 줄줄이 꾀고 있는 후배들과 모처럼 할 이야기가 생겼다. 그것도 내가 그 팬들보다 '조금'은 더 알게된 디지털 시네마 전송 분야에 대해서 말이다. 모처럼 어께에 힘이 들어가게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