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노력 이면에는 출장이 잦은 업무가 '3D' 업종 중 하나로 불리는 선진국의 사회적 인식 변화도 맞물려 있다. 국내의 경우 출장이 잦은 업무가 3D 업종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해외의 경우 가족끼리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비행기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개인적으로 무척 고된 업무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차를 넘나드는 등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는 이면에는 이런 부작용도 따라온다. 기업들이나 장비 업체가 이런 변화를 놓칠리 만무하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신제품 출시와 이에 따른 지사 인력들에 대한 지식 업데이트, 새로운 정책 설정 등을 위해 출장이 빈번한 것이 사실이다. 이들 업체들은 출장 비용을 줄이는 대신 화상회의 솔루션을 도입해 사원들의 불만도 해결하면서 여행과 관련한 경비도 절감할 수 있어 초기 투자비가 과도하더라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솔루션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특히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 환경이 확산되면서 전용회선 위주의 화상회의 솔루션들이 이더넷 기반으로 바뀌고 있고, 최근에는 HD 지원이나 직접 대면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제품까지 그 진화의 속도도 빠르다.
화상회의 솔루션 시장은 폴리콤(polycom.com)의 아성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이 시장은 말 그대로 수성하려는 폴리콤과 폴리콤의 독주를 막으려는 수많은 도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도전자들 중에 만만치 않은 이들이 많다. 시스코를 비롯해 IBM, HP 등도 합류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오피스 2007'과 '익스체인지 2007' 출시를 앞두고 전용 장비를 통한 고비용 구축보다는 저비용의 효율적인 구축을 제안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또 국내 업체들도 순수 솔루션 기반의 화상회의 솔루션부터 장비 일체형 솔루션을 제안하는 업체 등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하기에 바쁘다.
최근 행보 중 관심을 끄는 것은 KT가 폴리콤코리아와 협력해 화상회의 솔루션 판매에 적극적이라는 사실. KT는 국내 업체들의 장비를 유통해 왔는데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폴리콤 장비를 선호하고 있어 이 시장을 뺐길 수 없다고 보고 전략적으로 협력을 선언했다. KT는 네트워크 보안 분야에서도 시스코의 장비를 판매,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산 장비 선호 일변도에서 탈피해 대기업은 외산, 중견중소기업들은 국산 장비를 제안하면서 기존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 시장에 시스코시스템즈도 뛰어들었다. 시스코(www.cisco.com)는 24일 전세계 어디서든 사람, 장소, 시간, 및 이벤트 간의 독특한 대면 경험을 가능하게 만드는 새로운 기술인 시스코 텔레프레즌스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중 약 60% 이상이 언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존 협업 툴들은 사람들 간에 얼굴을 보면서 하는 미팅을 통해 교환되는 비언어적인 메시지들을 잡아내지 못한다. 시스코의 텔레프레즌스는 사람들간의 거리가 아무리 멀다 해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과 거의 똑같은 수준의 고품질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런 중요한 의사교환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이 제품이 국내 시장에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관련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는 폴리콤코리아의 전우진 사장은 "상당히 어렵다"고 전했다. 이유는 투자비가 대략 2억원에서 3억원 정도의 고가에다 모든 장비와 솔루션, 심지어 책상까지 일괄 공급되기 때문에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많지 않다는 것. 해외 시장에는 '통하는' 물건이지만 국내 시장은 거리 규모나 투자 대비 효과를 검토하는 의사결정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통합 관제 센터에서 관련 솔루션을 도입할 가능성은 높지만 더딘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우스와 키보드 위주의 하드웨어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웹 카메라 시장에도 발을 담갔다. 또 오피스 2007과 익스체인지 2007을 연내에 발표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협업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다양한 장비 업체들과의 호환성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전통적인 네트워크 장비나 화상회의 솔루션 업체들도 미리 미리 자사 솔루션 기반으로 연동하라고 선언하고 나선 것. 네트워크 설치형 장비보다는 기업용 솔루션과 연동된 화상회의 솔루션 시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전화 한통화면 하루 안에 얼굴을 볼 수 있는 국내의 경우는 화상회의 시장이 확산되기에는 지리적, 정서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업 시장과는 별도로 최근 SK텔레콤이나 KTF가 화상 전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고, KT와 하나로텔레콤, 삼성네트웍스, LG데이콤과 LG파워콤 등 유선 전화 사업자들도 화상 전화 시장 키우기에 안간힘을 쓰는 등 '화상' 전화나 '회의' 시스템은 사업자나 장비 업체들이 노리고 있는 차세대 시장이다.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까 지켜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