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행보는 통신사를 겨냥한 IMS(IP Multimeda System) 시스템 제공이라는 한 축과 기업 시장을 겨냥한 IP 텔레포니 장비의 제공으로 나눌 수 있다.
IMS는 무선 통신사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동안 각 서비스 별로 시스템을 투자했던 것을 단일 플랫폼을 통합해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전세계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시범망을 구축하고 시범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이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IMS 상용망을 일부 구축해 '1mm'를 선보인바 있고, KTF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장비와 솔루션 업체들을 선정하려고 하고 있다.
IMS 기반으로 망을 구성하면 서비스 개발이 한층 수월해지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기존 시스템에 비해 빨라진다. 또 서비스 개발에 따른 추가 장비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테스트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PTA(Push to All) 서비스로 다자간에 음성 전화와 화성전화, 문자 전송 등이 가능하다.
이런 행보에 유선 사업자들도 동참하고 나선 것. 최근 대전에서 열린 MSF GMI 2006 행사는 유선 사업자들의 행보를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KT는 MSF(Multi Service Forum) GMI(국제 상호 운영성 테스트) 2006'에서 아시아, 유럽, 북미간 IMS 기반 글로벌 네트워크 연동 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이 테스트에 사용된 솔루션과 장비들은 KT와 삼성전자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KT와 브리티시 텔레콤, NTT, 버라이존 등 4개국 통신 사업자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해 네트워크간 로밍 서비스, 품질 관리, IP 상호 접속, 보안 상호 운영성, IP 상호 접속, 보안 상호 운용성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삼성전자는 KT의 광대역 컨버전스 네트워크(BcN) 핵심 솔루션인 소프트스위치를 개발하면서 KT와 긴밀한 협력을 맺어왔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스위치를 KT에 공급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표준안이 마련된 IMS 기반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IMS 서버, IMS 미디어 게이트웨이 컨트롤러, IMS 미디어 게이트웨어, HSS(Home Subscriber Server), VCC AS(Voice Call Continuity AS)에 대해서도 조금씩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는 것.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상당히 운이 좋았다. KT가 소프트스위치와 관련해 LG전자와 협력하다가 결별하고 삼성전자를 선택했을 때 국제적으로 IMS 표준안이 통과됐다. 그 표준안을 KT도 검토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프로젝트에 IMS 기반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시장은 에릭슨, 노키아, 루슨트 등 해외 통신 장비 업체들이 주도해 왔다.
삼성전자의 반격도 이제 서서히 시작된 셈이다.

이런 행보를 확인할 수 있는 행사도 열렸다. 삼성전자와 어바이어는 SAME(Samsung Avaya Multimedia Evolution) 2006 행사를 개최하고 그동안 두 회사의 협력을 통해 개발된 제품들을 고객들에게 선보였다.
두 회사는 "Beyond IP 인텔리전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슬로건 아래 공동 행사를 개최했는데 700여 명의 참여자들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두 회사는 지난 3월 IP 텔레포니 시스템과 IP 단말기 분야에서 상호 제품 공급과 공동 마케팅을 펼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지난 9월 26일 삼성전자가 개발한 IP 스위치 라우터인 '유비게이트 iBG3026' 제품과 어바이어의 미디어 서버, IP 텔레포니 소프트웨어, SIP(Session Initiation Protocol) 서버들과 호환성 테스트를 끝내고 국내외 제품 판매에 본격 나서고 있다. (관련 기사: 삼성전자 IP 텔레포니 잡기 안간힘)
이 제품은 삼성 미주 본부에서 관련 인원들을 스카웃해 개발한 것으로 삼성전자 구미 공장에 일단 구축된 상태며 중국 시장에서도 조만간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제품은 시스코시스템즈의 ISR 제품과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경영지원실의 한 관계자는 "시스코와 동일한 기능이지만 우린 L3 스위치 기능도 제공하고 있고, 성능 면에서도 1.5배 정도 빠르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어바이어는 해외 시장에서도 동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에서 직접 영업할 경우에는 삼성전자 로고가 찍힌 제품이 공급되며 어바이어가 공급하는 제품에는 삼성전자와 어바이어 로고가 동시에 찍혀 있다. 어바이어는 현재 관련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파트너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협력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는 유비게이트와 삼성전자의 IP PBX, 삼성전자의 IP 전화기와 영상 전화기, 어바이어 전화기 등을 모두 연동해 고객들에게 선보인 첫 행사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어바이어는 무선LAN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폰도 선보였다. 이 제품의 소프트웨어는 어바이어가 제공했는데 단말기 하드웨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애니콜 유저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또 중소 규모 시장을 겨냥한 오피스서브 제품도 삼성전자의 기업 시장 공략을 위한 회심의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중소 규모 시장을 겨냥한 이 제품은 현재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플랫폼 전략을 구축하면서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해서는 어바이어와의 협력도 강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IMS 분야나 IP 텔레포니 분야에서도 후발주자인 것은 사실이다. 와이브로 시스템 수출과 다양한 테스트 협력을 통해 이제 전세계 이동통신 시장에 시스템 업체로 명함을 내밀고 있다. CDMA 시스템을 첫 상용화했지만 마케팅 싸움에서 패퇴해 국내를 제외하고는 번번한 레퍼런스도 없다. 하지만 어바이어가 삼성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개인용 단말기 분야에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행보 속에서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자사 장비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에 눈을 돌리느냐도 관전포인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유티파이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장비 업체와의 협력을 가속화하면서 관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 세계 1위인 업체인 시스코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과는 별개로 이 분야에서 경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니파이드 커뮤니케이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제공은 물론 기존 기업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자사 장비와 연동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의 현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제품도 없을 뿐더러 세계적으로 자사 제품을 도입한 고객사도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또 자사가 출시한 유비게이트 장비와 삼성전자의 그룹웨어인 '마이싱글'을 연동해 사용하고 있지도 않다.
급격히 부상하는 유니파이드 커뮤니케이션 시장에 삼성전자의 험난한 도전히 시작된 셈이다. 이런 난관을 과연 삼성전자가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