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한 몸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통신과 방송의 융합 시대에 방송과 통신 영역을 총괄하는 국내 두 규제 기관간 합방을 위한 3가지 안이 도출됐다.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위원장 : 안문석 고려대 부총장, 이하 추진위원회)는 지난 7.28일 출범한 이래 그간 위원 워크샵 등  30여 차례의 논의를 거쳐 10월 27일(금) 방송통신융합시대에 부응하는 기구개편방안에 대한 의견을 도출했다.


추진위원회는 기구개편의 목표를 방송통신 융합에 부응하는 미래지향적이고 효율적인 행정체계 구축으로 설정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확고히 보장하는 동시에 IT산업의 발전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방안을 건의키로 했다. 추진위원회는 기구 개편 방안과 관련해 미래 지향성과 공익성, 산업성,효율성 등을 기구 개편의 원칙으로 설정했다고 밝히고 세부 평가기준으로는 융합 환경의 반영, 이용자 복지, 방송의 독립성 유지, 산업의 진흥, 경쟁 촉진, 의사결정 구조의 합리성, 정책결정과 집행의 효율성 등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추진위가 밝힌 첫번째 안은 통합위원회 설립이다. 이는 현재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방송과 통신 관련 기능 전반을 통합한 기구의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 기구의 형태로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해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구인 위원회 구조가 적절하다고 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구조다. 추진위는 미래 성장 동력 창출 등 산업 진흥적 측면이 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독임제 요소를 가미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1:1로 통합되는 형태지만 방송위원회가 요구했던 안과 흡사하다.


위원회에 가미할 독임제적 요소는 위원 임명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파적 배분을 배제하고 방송통신 관련 전문성을 중점 고려해야 한다는 추진위원회의 의견을 제시하고 위원수는 가능한 소수로 해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도모하고,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토록 해 책임을 확보한다는 방안이다. 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토록 하고 부위원장은 차관회의에 참석토록 해 타 정부부처와의 정책 협의와 조율을 강화하도록 안을 마련했다.


두번재는 순수 규제위원회-독임제 부처 분리(안)다. 이는 방송과 통신 관련한 기능을 크게 규제기능과 정책과 진흥기능으로 구분하고 규제기능은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구인 위원회에서, 정책(법령 제․개정권)과 진흥기능은 독임제 행정부처에서 수행하는 안이다. 순수규제위원회안은 독임제 부처가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산업진흥을 효율적으로 추진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리하지만, 규제의 정책적 속성과 집행적 성격간의 구분 모호로 규제의 현실 적합성(adaptibility) 저해 우려가 제기됐다고 추진위는 밝혔다.


마지막 세번째 안은 '규제와 정책 위원회-독임제 부처 분리(안)이다. 이는 방송․통신과 관련한 기능을 크게 규제(정책포함) 기능과 진흥기능으로 구분하고 방송․통신과 관련한 규제․정책기능은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구인 위원회에서, 진흥기능은 독임제 행정부처에서 수행하는 안이다. 규제정책을 합의제 위원회에서 담당함으로써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가 가능하며, IT산업 등 산업진흥에는 정부의 지원역할이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독임제 부처에서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추진위원회는 우정기능은 현 체제를 유지토록 하되 추후 검토키로 하였음. 또한 방송통신 관련 내용심의 기능은 민간기구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고, 현행 방송통신관련 컨텐츠 소관문제는 추후 논의키로 했다.

정부는 이번 추진위원회에서 제시한 자문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관계부처간 충분한 협의를 통하여 기구개편방안과 관련한 정부안을 마련하고,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여․야 등 국회 측과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정기국회 회기 내에 관련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3가지 안을 마련해 관련 정부 조직법을 개정해 통신과 방송,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셈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방송위원회는 방송에 대한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참여정부에서 새롭게 등장한 조직이었다. 이 조직이 새롭게 행정 조직으로 흡수되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신분도 '공무원'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또 정보통신부는 어떤 안을 보더라도 상당 부분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방송위가 제시한 두번째나 세번째 안이 가시화될 경우에도 독자적인 부서보다는 유관 부서, 특히 산업자원부로의 흡수가 예상된다.


그나마 첫번째 안이 방송위원회 위주의 안이긴 하지만 향후 규제와 시장 진흥이라는 양대 축을 컨트롤할 있다는 측면에서 정보통신부 입장에서는 그나마 나은 안이다. 현실적인 모습에서는 방송위가 정통부를 흡수 합병하는 안으로 가장 불리해 보이지만 정통부 자체의 업무가 다른 부서로 이관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비근한 예로 금융감독위원회가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독립적인 금융 감독을 위한 위원회 구조로 출발했지만 현재 수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업무를 정부 관료들이 장악했다. 공무원들이 민간인들과의 경쟁에서 완승한 상태다.


한편, 3가지 안이 방송과 통신의 발전을 위한 나름대로의 해법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과연 가능한 일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내년과 내후년은 우리나라 정치적 대격변기인 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당의 해체를 포함한 정개개편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대선은 차치하더라도 내년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 일정이 합쳐지지 않으면 내 후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방송 진영을 건드릴 수 있는 법안에 손을 댈 수 있을까?


참여정부에서 마련한 국방 개혁이나 사법 개혁과 관련한 법안들도 각 이해 당사자들간의 첨예한 싸움 때문에 참여정부 초기부터 많은 논의를 거쳐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언제 관련 법안이 통과될지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조직을 새롭게 바꾸고, 또 방송과 통신 진영의 앞날을 좌우할 가장 예민한 법률이 참여정부의 말년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과연 제대로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벌써부터 이곳 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어차피 관련 안의 최종 통과는 국회가 담당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정권 말기에 나온 아주 예민한 법안에 대한 각 당의 이해득실 계산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들이 과연 국민들에게 더 유리한 안이 어떤 것인지 머리를 맞대기에는 국내 정치 일정상 불가능에 가까워보인다. 

두 사람이 새롭게 만나는 결혼도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맘이 틀어져 헤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막상 살다가도 이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결혼하려면 3가지 안이 있다고 발표된 셈이다. 서로 살고 싶다고 해도 집안 반대로 그 뜻을 이루기가 쉽지도 않은 상황에서 주위에서 부축인다고 과연 두 조직이 하나의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올 가을 방송과 통신 분야에 가장 주목받는 혼담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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