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들은 고가의 상용 데이터베이스(DB)와 함께 오픈소스인 MySQL을 주요 DB로 사용하고 있다. 어떤 서비스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고객정보 등을 담는 핵심 데이터는 오라클과 같은 상용 DB로 처리하고 그밖에 웹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페이지 뷰는 MySQL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ySQL이 널리 쓰이는 또 다른 분야는 웹 호스팅이다.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웹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는 일정한 하드 공간을 대여해주고 여기에 MySQL을 설치해주는 대신 일정 기간 단위로 서비스 요금을 받는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HTML 파일이나 그림 파일 등을 업로드할 수 있는 디스크 공간은 비교적 넉넉히 제공하는 반면 게시판이나 검색 등 고급 기능을 사용하는데 필수적인 DB 계정(account)은 하드 공간에 비해 훨씬 적다. 또한 DB 용량을 추가하는 경우에는 하드 공간에 비해 많게는 열배가량 높은 요금을 매긴다. DB 계정 판매가 일종의 고부가가치 상품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기업 활동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MySQL의 라이선스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국내 제1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는 “라이선스 관련 사안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상용 라이선스를 구입한 것은 없다.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호스팅 업체인 호스트웨이와 가비아의 공식적인 입장도 “MySQL 라이선스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 상황과 다른 요소들을 고려해서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MySQL은 라이선스 예외?

이들 기업들은 SW 라이선스를 철저하게 관리하기로 유명하다. MySQL보다 10배 가량 비싼 MS-SQL 라이선스를 서비스 규모에 맞게 구입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테스트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레드햇의 상용 라이선스까지 정상적으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MySQL 라이선스에 대해서는 이처럼 예외를 두는 것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동안 알려진 것은 가장 큰 이유는 GPL 조항에 대한 해석의 차이였다. GPL은 지난 1991년에 v2로 개정된 이후 현재까지 동일한 내용으로 사용돼 왔기 때문에 포털과 호스팅과 같은 웹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GPL은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의 번역본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서적으로 차이가 있는 영어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으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국내 산업 현장의 민감한 라이선스 문제를 해석하기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사실 지난 2005년에 이 문제가 공론화될 기회가 있었다. 국내 한 MySQL 라이선스 딜러가 호스팅 업계를 대상으로 라이선스 영업을 시도했던 것이다. 당시 협상 루트는 아사달, 가비아, 호스트웨이 등 주요 호스팅 업체가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터넷호스팅협회. 그러나 두달여 간의 논의는 변변한 협상도 없이 종결되고 말았다. 호스팅협회의 안창윤 사무국장은 “협의라고 할 것도 없었다. 호스팅 업계가 현재처럼 MySQL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단지 돈을 바라고 달려드는 인상이어서 불쾌했다”라고 말했다.

MySQL 계정 판매, 논란거리?

현재 국내에서 MySQL 라이선스를 취급하는 업체는 바인테크와 아이티브릿지 등 6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첫 영업 대상으로 호스팅 업계를 삼은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MySQL의 라이선스는 크게 GPL과 상용 라이선스로 구분되는데 GPL 버전을 사용하더라도 휴대폰에 MySQL을 탑재해서 판매하는 경우처럼 빌드와 소스를 재배포하는 경우에는 상용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한다.

국내 딜러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하드디스크 공간을 임대(판매)하고 여기에 MySQL을 세팅해주는 웹 호스팅 서비스를 일종의 재배포로 해석한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윤석찬 팀장은 “원칙적으로 상용 라이선스를 구입해야 하는 것은 MySQL을 번들링해서 팔거나 웹 프로그램을 DB와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경우다. 웹 호스팅의 경우 완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DB 계정을 판매하는 웹 호스팅 방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 MySQL 라이선스 업체는 “우리 회사도 웹 호스팅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들은 우리쪽에서 MySQL 라이선스를 구입하지 않은게 분명한데 우리는 MySQL 사용료를 포함해 서비스비를 지불하고 있다. 아이러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MySQL 라이선스 업체들이 일면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해도 호스팅 업계를 대상으로 한 그들의 영업 방식은 다소 무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MySQL 라이선스 업체의 관계자는 “이런 논쟁은 결국 법정으로 가야한다. 그러나 MySQLAB 본사 자체가 GPL 위반을 문제삼아 영업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MySQL을 탑재한 솔루션을 판매하는 등 명백한 위반 사항이 아니라면 법적인 이슈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내 라이선스 업체들이 '오버'한 것이라는 비판은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라이선스 유통, 마진율 2%에 불과

그렇다면 이 라이선스 업체는 왜 이렇게 무리한 영업 방법을 택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영업 행태가 결국은 국내 오픈소스 유통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수익구조가 너무 열악하다. MySQLAB 본사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노키아, 알카텔 등 핸드폰에 몇백만 카피씩 대량으로 납품하기 때문에 카피당 몇 센트밖에 안되도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MySQLAB 전체 매출의 70~80%는 이러한 OEM 매출에 집중돼 있다.

반면 국내 라이선스 유통의 마진율은 채 2%가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인테크의 이명준 이사는 “마케팅 펀드를 비롯해 MySQL 본사의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 정상적인 영업 인력을 두고 마케팅을 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라이선스 유통 업체들이 MySQL에 매달려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에서 한가지 더 추가해서 취급하는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MySQL 라이선스 매출을 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업체도 서버와 마우스, EDA 솔루션과 캐싱 모듈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MySQL 기술지원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기술지원을 포함한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 높은 사업모델이다. 그러나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포털과 호스팅 업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포털사이트의 기술 담당 직원은 “기술지원 문제로 MySQL 딜러들을 만나 본 적이 있는데 기술지원을 받을 만한 것이 없었다. 국내에서 포털과 같은 대규모로 MySQL을 돌려볼 수 있는 딜러가 얼마나 있겠는가. 노하우도 없으면서 돈을 받을 생각만 한다. 서비스할 기술력이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오픈소스 딜러들의 가장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MySQL 기술지원, 받을 만한 것이 없다

이와 관련해 참조할 만한 사례가 바로 레드햇이다. 레드햇은 지난 2002년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라는 상용 버전을 출시하고 GPL 버전은 ‘페도라’라는 별도의 프로젝트로 분리했다. 무료 버전에 대한 수요는 안정성이 떨어지는 페도라로 대신하고, 레드햇은 하드웨어 1100여개, 소프트웨어 1800여개에 대해 호환성을 테스트한 안정적인 버전에 패치와 업그레이드, 기술지원 옵션을 붙여 일정 기간별로 비용을 부과하는 상용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정착시켰다.

현재 이들 기술지원을 맡고 있는 인원은 국내에만 약 100여명 정도. 델과 HP, IBM, 후지쯔 등 국내 파트너사들이 1차 기술지원을 맡고 처리가 되지 않는 문제들은 레드햇코리아 혹은 레드햇 본사에서 처리한다. 지난해 레드햇의 서브스크립션 매출은 2억 3000만 달러였다. 페도라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레드햇의 서브스크립션 매출은 지난해 53% 성장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5% 성장을 기록했다. 국내 매출과 서브스크립션 갱신율도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MySQL의 라이선스 정책은 GPL과 상용 버전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레드햇과 거의 동일하다. 여기에 착안해 기술지원에 포커스를 맞춰 새로운 라이선스 정책을 선보인 곳이 바로 아이티브릿지다. 이 회사는 MySQL 본사에는 없는 온 사이트(방문) 기술지원 서비스를 지원하는 새로운 라이선스 영업을 시도했다. 본사가 정한 MySQL 라이선스보다 당연히 가격이 높아졌지만 우리 정서에 꼭 필요한 대면 기술지원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큰 매출 신장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실험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한편 기술지원의 문제는 결국 인력에 대한 투자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MySQL 기술인력에 대한 교육은 호주에서 이뤄지는 1주일 코스가 전부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산업 규모의 한계 때문이지만 이래서는 체계적으로 고급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나마 몇 년 경력을 쌓고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포털이나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빈자리는 다시 1주일 교육받은 기술지원 인력들이 채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바인테크의 김원일 과장은 “국내 MySQL 사업이란 것이 전담 엔지니어를 10~20명씩 두고 비즈니스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지금은 본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상황봐서 대책을 마련한다?

지난 2005년 초 호스팅 업계와 MySQL 라이선스 업체들의 대면 이후 MySQL의 라이선스 관련 논의는 현재까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지금 한창 논의되고 있는 GPL v3에서 웹 서비스에 대한 라이선스가 크게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과 맞물려 공개 소프트웨어의 확산이 GPL을 비롯한 저작권 문제를 공론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상황을 보면 이미 많은 기업들이 GPL 라이선스 관련 소송을 경험했고, 특히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경우 GPL 원저작자가 활발하게 권리를 행사하는 추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해에 시작된 엘림넷과 하이온넷 사건에서 GPL이 최초로 법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표적인 포털이나 호스팅 업체, 오픈소스 라이선스 업체들의 시각은 2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NHN의 이경률 대리는 “NHN은 MySQL을 이용한 유료 서비스가 없다. GPL은 모듈만 들어가는 것과 기능 모두가 들어가는 것이 다르다. 아직 이 문제가 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도 아니고 정리가 된 것도 아니어서 시장 상황이나 그밖의 상황들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호스트웨이코리아의 이동호 팀장도 “다른 호스팅 업체가 다 그렇듯 우리도 MySQL을 사용하고 있지만 구매는 하지 않고 있다. GPL v3가 발표된 이후에 조심스럽게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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