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P 텔레포니 시장에 단말기 호환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IP텔레포니 장비와 솔루션 제공 업체들은 IP PBX부터 다양한 단말기를 모두 제공하면서 다른 단말기들과의 연동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이는 국내 교환기 시장의 특수성과 초기에 관련 시장을 장악하려는 공급 업체의 전략에 따른 결과였다. 

국내 교환기 시장은 해외와 달리 삼성전자와 LG전자(현 LG-노텔)가 양분하면서 해외 교환기 업체들도 저렴한 방식으로 국내에 제공해 왔다. 해외 벤더의 한 관계자는 "교환기를 자체 제공하는 나라는 몇나라가 안된다. LG와 삼성 때문에 해외 벤더들도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에 상당히 저렴하게 공급해야 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IP 텔레포니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교환기보다는 다양한 단말과 부가 서비스 제공에서 확실한 수익을 챙기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벤더들의 전략이 오히려 기업 고객들이 IP텔레포니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물류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와이파이폰이나 IP 전화기 등은 10만원에서 20만원 대인데 비해 해외 벤더들의 제품은 그 이상이다. 자사 장비와 연동을 안해주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이를 도입하기가 어렵다"고 전하고 "시장 영향력을 발휘해 관련 시장을 장악하려는 행동은 기업으로서는 당연하지만 그에 따른 구축 비용이 높아지고 부가 서비스 개발 유연성 등이 떨어지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내 한 공공 기관은 모 외산 벤더 장비를 통해 IP텔레포니 환경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 공공 기관은 추가 단말기 구매에 막대한 예산이 투여되는 문제 때문에 국내 단말기를 도입해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외산 벤더가 국내 단말기와 자사 교환기간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따른 연동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 고민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내 업체인 제너시스템즈와 같은 국내 교환기를 별도로 도입한 후 이 교환기와 외산 벤더 PBX와 트렁크게이트웨이를 통해 통신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이 경우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라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VoIP의 경우 통신사들이 도입한 VoIP 플랫폼에 단말기를 맞게 개발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피할 수 있지만 독자적으로 구축한 기업이나 공공 기관 등에선 한번 도입한 장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국내 단말기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제적인 통신 표준인 H.323이나 SIP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전화 통화는 가능하다. 하지만 3자 통화나 다자간 통화, 다양한 부가 서비스는 각 벤더들마다 독자적인 연동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구현하는 것은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전략은 국내외 벤더간 차이가 없다. 다만 어바이어의 경우 삼성전자와 관련 프로토콜들을 연동하면서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고, LG-노텔도 LG전자가 개발했던 교환기와 노텔 장비, 노텔의 교환기와 LG전자에서 개발했던 수많은 단말기들을 연동해 놓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객들의 불만은 적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타 단말기 업체들의 연동은 쉽지가 않다. 

이는 IP텔레포니 시장이 단순한 하드웨어 경쟁이 아닌 다양한 부가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연동에 무게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민간 부분에서는 이런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지만 공공 기관의 경우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민간 기업들의 경우 자사가 그리는 큰 전략에 합당한 장비 업체를 선택하기 때문에 이런 종속 문제도 염두에 두고 장비를 선정하기 때문에 모든 장비들이 호환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큰 탈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 기관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공 기관의 경우 국내 단말기에 대한 주요 수요처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새로운 IP PBX 교환기와 국내외 단말기간 명확한 연동 기준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VoIP를 사용하기 위한 표준들을 마련하게 되면 이를 단말기나 업체들이 연동하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IP텔레포니 업체들은 음성과 데이터의 통합은 대세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이런 대세 속에서 자사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들이 기대하는 시장 활성화에는 오히려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관련 시장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더들이지만 이런 벤더의 전략에 따라 시장 활성화 지연과 소비자들의 불만 문제는 시장 초기 벤더들이 곱씹어볼 대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이런 문제점 가운데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른 업체도 있다. 바로 브로드소프트. 브로드소프트는 국내 통신 사업자들에게 IP 센트릭스 기반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국내 단말기들과의 연동을 모두 끝냈다. 통신사들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수용하다보니 해외 단말부터 국내에서 제조되는 단말기까지 연동이 가능했던 것. 

유병우 브로드소프트 부사장은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브로드소프트의 경우 해외 단말들과의 연동은 물론 국내 단말과도 연동을 끝냈기 때문에 자사 장비에 최적화된 단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비해 유리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IP텔레포니 초기 투자비를 절약하려는 고객들과 어떻해서든 자사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IP텔레포니 벤더들간 머리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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