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보안의 경감심을 일으켜세운 최고의 공로자나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업체나 인물이 기자의 생각과 일치했으면 좋겠다.

기자가 생각하기에는 연예인X파일 사건이라고 본다. 기업들은 그 파일이 외부에 유출된 경로가 개인이 컴퓨터에 설치해 사용하고 있던 메신저 프로그램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모든 메신저 사용을 막았다. 특히 기업용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고 네이트온이나 msn 메신저를 사용하던 기업들은 더욱 경악하면서 이에 대한 사용을 원천 금지하기도 했다. 


메신저는 잘 쓰면 유익하지만 잘못하다간 하루아침에 기업 비밀이 외부에 공개되는 무시무시한 통로다. 지금 이 메신저 시장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전쟁이 눈 앞에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1위 기업용 메신저 업체인 지란지교는 태연하다.


지란지교에서 쿨메신저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오진연 부장의 첫인상은 사진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머리에 벙거지 모자를 쓰고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은 오진연 부장은 전형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웠다. 기술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호기심을 우선 적용해보려는 노력, 기능 구현은 쉬운데 막상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 같은 것을 진지하게 밝혔다. 하지만 기업용 메신저 시장에 진출한지 9년동안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은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개막의 주연은 바로 자신들이라는 자신감도 밝혔다.



고객은 단순함을 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나 IBM, 시스코와 같은 거대 해외 업체들의 파생 공세에 주눅이 들수도 있었을텐데, 오히려 주눅이 들었던 건 기자 자신이었던 것 같다. 오진연 부장은 "10여년 쌓은 내공이 그리 쉽게 없어지겠는가"라고 반문하고 "기업 사용자들의 패턴과 다양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면에서 해외 업체가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자신했다.


오진연 부장은 '심플'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지란지교가 쿨 메신저를 개발한 이유는 '단순'했다. 지금은 많은 이들의 기억속에 묻혀져 있지만 90년대 후반만 해도 'ICQ'라는 메신저가 많은 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오진연 부장은 메신저를 이용해 빠른 사내 연락체계를 만들기 위해 뚜닥뚜닥 한달 만에 관련 제품을 개발해 냈다. 사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제품을 상용화해 고객들과 만난지 10여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진연 부장은 "네트워크 망도 업그레이드도 돼 있어 화상 통화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하면서도 "네이트나 MSN메신저는 화상 채팅이 가능하지만 역시 주로 사용하는 것은 바로 채팅이다. 이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다기능보다는 단순한 기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능력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용 메신저가 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혹은 메신저 솔루션을 도입하는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업용 메신저는 기업포털, 지식관리시스템, 고객관계관리, 전사적자원관리, 그룹웨어 등 다양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들을 서로 손쉽게 연결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을 때의 편리성은 다른 기업용 제품이 따라올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 보통 다른 애플리케이션 도입 프로젝트에 말 그대로 '묻어'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때문에 솔루션 자체가 무겁거나 의사 결정에 미칠 정도로 도입 가격이 비싸면 곤란하다.


오 부장은 "최근에야 기업용 메신저를 도입하기 위해 별도 예산들을 책정하는 분위기지만 초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최근 기업 내 의사결정자들도 메신저 사용에 익숙해지면서 도입 자체는 물론 활용도도 점차 높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란지교가 쿨메신저에 다양한 기능을 넣기 위해 시도 자체를 안한 것은 아니다. 2년전 메신저와 사내 교환기를 연동해 전화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서비스 모델도 만들어봤다. 최근 선보인 KT의 U2폰과 비즈폰이 바로 그런 모델이다. (물론 KT는 다른 솔루션 업체를 통해 개발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런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수억 대의 게이트웨이 카드를 기존 교환기에 장착하는 것에 손사레를 쳤다. 메신저 솔루션을 도입하는데 5000만원도 안드는데 교환기와 연동하는데 수억원을 쓸 고객들이 없었던 것.


지금은 시장 상황이 바뀌어 VoIP(Voice over IP)와 전화망과도 연동하고 있고 관련 업체와도 협력해 내년부터 모종의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메신저 플랫폼도 개방형으로

오 부장은 심플이라는 말과 함께 '연결' 고리라는 말도 자주했다. 그만큼 이곳 저곳에 연결되는 핵심 솔루션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꺼플 뒤짚어 보면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이나 최근 통신 인프라와도 연동해야 되기 때문에 메신저의 프로그램의 개방화된 구조는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란지교가 오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서로 다른 프로그램간 데이터들을 주고받기 위해 모종의 신호를 맞추는 것)와 통신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표준 인프라인 팔레이쪽과의 연동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SIP(섹션 이니세이션 프로토콜; 유무선 환경에서 서로 다른 망을 타고 들어오는 데이터와 음성, 멀티미디어들을 연동하기 위한 표준 프로토콜) 분야에 대해서도 개발자들의 교육이 시작됐다.


오 부장은 "사용자들의 상태 상황을 파악해 통신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표준 프로토콜에 대한 이해와 교육은 물론 그 분야에서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다양한 내용들도 파악해야 한다. 물론 그런 표준들을 수용하기에 간편하도록 우리 시스템도 개방형 구조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개방형 구조는 통신 인프라가 상당히 빠른 시일내 변모하고 있고, 고객들도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 검토들을 진행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 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새로운 네트워크 인프라와 유무선 통합 환경에서도 연결 고리 역할을 지속화시키려면 이런 변화는 당연한 움직임이다. 지란지교는 국내 교환기 업체인 제너시스템과 손을 잡고 기업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통신 기능들을 제공하겠다는 것.


하지만 아무리 심플하고 개방화돼 있다고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나 IBM, 시스코 같은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오진연 부장은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오진연 부장은 "그 업체들이 메신저 사업을 안해온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오부장은 외산 업체들의 경우 상당히 고가라는 점과 국내 그룹웨어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에 많은 인력들을 투입할 수 없는 현실 문제를 거론한다. 국산 업체들이 국내 그룹웨어 시장을 평정한 것도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라는 것. 이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아픈 현실이면서 동시에 외산 업체들이 손쉽게 관련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조직 변화와 이에 따른 수많은 애플리케이션들과의 연동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관련 시장을 장악한 지란지교를 비롯한 국내 경쟁 메신저 업체들의 선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란지교 쿨메신저는 메신저의 기본 기능과 관리, 보안, 다양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을 통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성과는 일본 최대 그룹웨어 업체인 사이보즈에 자사 메신저를 제공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오진연 부장은 "일본 내에도 많은 메신저 솔루션 업체들이 있지만 왜 우리를 선택했겠는가? 기업 정책 변화를 손쉽게 반영하고 그들이 원하는 기능들을 모듈별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지란지교 쿨메신저는 현재 5.5 버전이다. 내년에는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계획이 잡혀 있다. 이 대목에서 오진연 부장은 입을 다문다. "6.0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모습으로 나올지 미정"이라면서 "다양한 사업 모델을 적용해 출시할 계획인만큼 공개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지난 10여년을 메신저 시장에서 보낸 업체답게 외부의 변화에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산 업체들이 국내외 다양한 단말기나 교환기 업체와 제휴해 기업 시장 공략을 선언한 만큼 기업용 메신저 시장은 이들이 원하든 원치않던 새로운 격전장이 될 것이다. 그곳에서 여전히 지금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까? 그런 자신감을 고객들은 인정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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