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 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세계가 술렁일 만 하다. 무엇보다 강경일변도의 미국 외교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북핵 문제로 긴장이 고조돼 있는 우리로서야 더더욱 비상한 관심이 쏠릴 수 밖에.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전자투표기였다.


아이뉴스24 기사가 전한 소식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에서 전체 유권자의 39% 가량이 터치스크린 방식의 '직접기록전자장치'를 이용해 투표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전자투표 방식을 통해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선거를 할 수 없다. 국민적 합의도 아직 안돼 있고, 국회에서도 별다른 논의가 없다. 관련 법이 마련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 전자투표까지 논의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투표할 때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이용하고 대신 개표를 할 때 전자개표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전자개표시스템이 도입된지도 5년밖에 안됐다. 이 시스템은 2002년 6월 지방선거에 처음 도입됐다. 관련 시스템이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2002년 대통령 선거였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를 기억하시는가? 당시 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당선 무효 소송이 제기됐다. 전자개표시스템을 믿지 못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송은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전자개표시스템'이 덩달아 주목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하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는 목소리가 클까 아니면 IT 강국인데 미국보다 늦게 전자투표를 도입하다니 창피하다, 빨리 도입해서 내년 대선부터 적용하자는 목소리까 더 클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http://www.nec.go.kr) 공보담당관에게 문의해보니 농협 조합장 선거나 축협 조합장 선거에 이미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등 여야의 전당대회에도 사용되고, 당내 경선을 하거나 지방선거 후보자를 선출할 때도 전자투표가 '이미'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정작 자기네 후보자들을 선출할 때는 전자투표를 이용하면서 왜 대선이나 국회의원 선거에는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는걸까? 전자투표를 믿지 못한다면 지금 지방을 이끌고 있는 그런 분들은 모두 대표성이 의심되는 분들일까? 국회의원 후보를 직접 선출하지 않고 당내 경선을 할 때는 가능하고 국회의원 선거 본선에서는 어림없다는 생각들이신가?  


전자개표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에는 선거 투표가 끝나면 투표함을 실은 차량들이 개표소로 호위를 받으면 이동했다. 엄청나게 큰 강당이나 체육관에는 수많은 개표 인원들이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 밤을 꼬박 세우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었다. 개표 아르바이트 수입도 짭짤했다는 소리도 있었다. 그 광경도 기자에게는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이 돼 버렸다.


이제는 전자투표를 통해 다시 한번 지금의 투표 현장을 추억 속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넷에서 터치스크린투표를 체험해보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우측 아래를 클릭하면 된다.


전자투표 도입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이건 음모야"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서글픈 상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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