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7일과 8일 양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는 인텔 주최의 개발자 포럼(www.idfseoul.com)이 열렸다. IDF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인텔 기반 플랫폼과 기술, 솔루션과 이로써 가능한 새로운 사용 모델을 논의할 수 있는 포럼이다. 매년 12개국 이상에서 2만 5천명 이상의 기술 전문가가 IDF에 참석하는 이 행사가 국내에서도 개최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올해 행사는 칭찬보다는 문제점들이 더 많이 지적됐다. 한국 시장만을 위한 새로운 소식은 전무한 가운데 미국 행사의 재탕과 올해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한 인텔의 행보를 총정리하는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참가비가 아까웠다"라는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리고 있다. 또 참가자들이 많지 않아 내년에도 관련 행사가 열릴까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기자는 이번 행사에서 인텔의 미래와 국내 기업들의 미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인텔은 기존 프로세스를 혁신한 신제품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기 위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구성원들도 1만500여명을 줄여 9만2000여명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통신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사업부를 매각한데 이어, 8월에는 통신 기기용 미디어 사업을 매각했다. 

이는 인텔의 주무대라고할 수 있는 PC 시장의 침체와 경쟁 업체인 AMD의 서버 시장에서의 급성장, 모바일 분야에 대한 적절한 시장 접근 실패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의 인텔을 놓고 인텔의 시대는 갔다고 단언할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관심거리는 인텔이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지에 있다. 그런면에서 IDF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인텔은 카PC 시장을 겨냥해 BMW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다. 또 휴대인터넷 분야에서도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휴대인터넷 분야에서는 PCMCI 카드를 올해 안에 시장에 출시하고 내년에는 무선LAN과 휴대인터넷을 모두 제공하는 단일 칩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시장들은 아직까지 기대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는 않고 있다. 인텔이 주도할지 아니면 뜻대로 되지 않을지 아직까지 판단을 내리기도 쉽지는 않다. 말 그대로 여전히 '미래' 시장이다. 하지만 현재 인텔이 당면한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먼' 미래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는 사실과 인텔이 미래라고 지목한 그 시장에 국내 통신사업자는 물론 수많은 제조업체, 솔루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한발씩 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는 물론 무선 전용 PC부터 카PC, 국내 초고속네트워크 인프라와 HSDPA가 연계된 유무선 네트워크 망을 이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와 서비스, 삼성전자를 비롯한 수 많은 제조업체는 물론 다양한 솔루션,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들 뛰고 있는 휴대인터넷 등 인텔이 미래라고 하는 그 영역에서 국내 업체 중 누군가는 최고의 업체로 등장할수도 있다.


인텔의 미래에서 현재 국내 기업들의 미래까지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때론 인텔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아니면 인텔과의 정면 승부를 통해서건 이 시장들이 우리 곁으로 한발씩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명확한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내년 국내 IDF에서는 이런 미래들이 좀더 현실화된 내용으로 소개되고 더 많은 개발자들이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텔측이 좀더 내실있는 준비를 해주길 기대한다. 


또 다른 분야는 소프트웨어 분야다. 인텔이나 AMD는 새로운 칩을 쏟아내면서 이례적으로 소프트웨어 업체들과의 협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가상화 분야는 두 회사가 모두 주목하고 있는 시장으로, VM웨어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오픈 소소 소프트웨어 업체인 젠(xen)과 상당히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가상화'는 IT 전 영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스토리지, 서버,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보안에 이르기까지 가상화는 총소유비용을 절감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열쇠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텔이 여전히 PC나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보안 등 IT 인프라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또 다른 변화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국내 IDF 개최 기간에 외신을 타고 전해진 웹 2.0 기반 협업 소프트웨어 패키지인 '스위트(suitetwo)'의 2007년 초 공개가 바로 그것이다.


인텔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웹 2.0 컨퍼런스에서 이런 소식을 세계에 알렸다. 인텔과 협력하는 업체들은 블로그 소프트웨어 업체 식스어파트, 위키로 알려진 그룹 블로깅 SW업체 소셜텍스트, 실시간으로 뉴스를 받아볼 수 있게 해주는 뉴스게이터와 심플피드 등이다. 스파이크소스는 이들 SW를 패키징하고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인텔은 웹2.0 기술을 기업 고객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블로그나 RSS 기술은 개인 사용자를 넘어 기업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수 있는 존재로 부상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 시장에서도 피할 수 없는 웹2.0의 바람을 인텔이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텔이라는 한 회사가 처한 위기를 주목하고, 그 이유를 분석하는 것 못지않게 이 거대 기업이 현재의 위기를 어느 분야에 집중하면서 돌파하는지도 관심을 가져봐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특히 기존 시장이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 때마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생태계'는 어떤 것인지, 어떤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존의 길을 가려하는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텔이 새로운 시장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어느 시장에서  '생태계'를 꾸리고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야 말로 현재 국내 많은 제조업체나 솔루션, 소프트웨어,서비스 업체들이 이 생태계에 합류하거나 혹은 더 빨리 이런 생태계를 만들어 미래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국내 대형 제조 업체나 통신 사업자들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내실 있게 국내외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내갈지도 지켜보고자 한다. "외국 업체들처럼 우군들을 모아 생태계까지 만들라고 안할테니 현존하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혼자 살 생각이나 안했으면 좋겠다"고 전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나 제조업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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