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호욱 이사는 "기업들이 VoIP(Voice over IP)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별다른 혜택을 못 누렸다. 이는 기업 내부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업무용 응용프로그램들과 연계를 안했기 때문이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가 고객들에게 보다 더 큰 혜택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히며 '통합 커뮤니케이션(UC)'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내 근로자를 '정보 근로자'로 표현한다. 이런 정보 근로자가 지금 자리에 있는지, 있으면 연락을 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자리를 비워 메일로 연락을 취할지, 또는 이동통신으로 연락을 취할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통합 커뮤니케이션의 큰 전략은 어느 하드웨어 업체와도 협력이 가능한 유연성과 개방성이다. 기업들이 어떤 회사의 교환기를 사용하던지, 그 교환기가 전통적인 제품이던 또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IP 교환기던지 상관이 없다.
이 때문에 통신 장비 업체들은 물론 관련 파트너 확보에 여념이 없다. 어떤 하드웨어 업체와도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일단 '시스코'라는 거대 통신 네트워크 장비업체와는 협력에서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통신 장비 파트너 확보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핵심 솔루션인 라이브 커뮤니케이션 서버와 국내외 다양한 교환기를 연동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익스체인지는 핵심 메시징 솔루션으로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고, 라이브 커뮤니케이션 서버는 메신저 관리 제품으로 기업내 수많은 응용프로그램과 메신저를 연동할 때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통신사업은 생소한 분야다. 특히 국내의 경우는 본사에 비해 더욱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교환기 장비업체인 노텔과 협력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노텔과 LG전자의 조인트벤처인 'LG-노텔'과의 협력이 자연스럽다. LG-노텔은 별도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분야 화상전화기 공급 업체로 정식 협력관계도 맺은 상황이다.
이호욱 이사는 "LG-노텔과는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세미나도 같이하고, 관련 분야 교육도 협력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협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통신 분야 전문업체와 파트너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리케이션 업체이기 때문에 통신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미 관련된 분야의 파트너도 어느 정도는 마련된 상황이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브 발머 CEO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프로젝트의 하나로 향후 3년간 60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을 선정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 중 5개 업체를 별도로 선발해 해외 시장 진출을 중점 지원하는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 임파워먼트' 프로그램을 소개한 바 있다. 이후 지난 7월 말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함께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14개 업체를 선정해 발표했다.
지원 업체 중 14개 업체가 선정됐는데 그 중 통합 커뮤니케이션 분야와 관련된 업체가 4개사나 발탁됐다. 가온아이와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 네이버시스템즈, 우대칼스가 바로 그들이다.
여기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밝힌 하드웨어 독립적인 지원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교환기 시장은 몇몇 해외 교환기 업체들이 금융권이나 컨택센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고 있다. LG전자는 LG-노텔과 조인트벤처를 수립했고, 이 업체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기 때문에 국내 시장 절반은 이미 지원 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텔과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고, Lg-노텔이 화상 단말기 분야에서 손을 잡았지만 이 때문에 LG전자가 개발했던 교환기나 IP PBX와의 연동의 문제까지 해결된 것은 아직은 아니다. LG-노텔이라는 조인트벤처의 경영권은 노텔에 있지만 국내에서 이 회사가 노텔 교환기보다는 LG전자 때부터 개발된 교환기를 적극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까지 협력 관계를 구축하지는 않았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 최대의 경쟁자는 시스코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런 시각이 타당해 보이지만 단기적으론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네이버시스템즈가 삼성전자 교환기 사용자에 다가서고 있다. 네이버시스템즈는 삼성전자 교환기 개발 인력들 중 일부가 설립한 회사로 삼성전자 교환기 프로토콜과 마이크로소프트 라이브 커뮤니케이션 서버와 긴밀히 연동 가능한 게이트웨이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국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 고객 모두의 지원 우군이 확보된 것.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는 KT의 IP 센트릭스 기반 VoIP 구축 업체로 핵심 솔루션인 '브로드소프트'의 국내 총판 중 하나다. 브로드소프트의 솔루션과 라이브 커뮤니케이션 서버를 연동할 수 있기 때문에 SI 업체들과의 협력이 돈독해질 수 있다.
이호욱 이사는 "고객들은 어떤 하드웨어 인프라를 사용하던 상관없이 오피스 제품과 메신저와 연동한다. 메신저는 다양한 기업용 응용 프로그램과 연동돼 있다. 응용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를 접목했을 때 엄청난 생산성 향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파트너 중 루슨트를 인수한 알카텔, 컨택센터 미들웨어 업체인 제네시스와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컨택센터 업체인 제네시스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직접 구축한 장본인이다. 컨택센터 업체들은 고객 상담 센터를 구축하면서 다양한 구축 경험과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 노하우를 확보한 최적의 파트너다.
대기업 속속 익스체인지 채택
빠른 시일 내 우군을 확보하고 시장으로 성큼 성큼 다가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는 경쟁업체에 긴장을 줄만큼 충격적이다. 그렇지만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정된 파트너 이외에 수많은 오피스 파트너들을 교육시켜야만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오피스 제품군은 서버 제품과 연동하기 보다는 기업 내 PC에 깔리는 하나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물론 전세계 5억명의 인원이 사용할 정도로 관련 시장을 장악하긴 했지만 이런 오피스를 서버 제품과 연동하면서 좀더 중추적 위치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파트너들의 교육이 새롭게 시작돼야 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교육 파트너사의 한 관계자는 "너무 많은 서버 제품군이 쏟아져 새로운 교육과 시장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호욱 이사도 이 부분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이 이사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솔루션들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체 IT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이해는 물론 담당 기술 인력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하고 "중견중소 기업 시장 공략을 위해 파트너사들이 전담 인력을 두도록 하고 있으며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 10여사를 선정해 이런 통합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고객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저렴한' 제품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이 왜 마이크로소프트의 고민이 될까? 그동안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은 통신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주로 이끌어 왔다. 그만큼 장비 가격도 비싸고 이를 유통하는 업체들이 가져가는 수익도 높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은 이들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중요한 제품이지만 '남는 것'이 많지 않을 때 선뜻 어떤 파트너가 이를 제공하려들 지가 고민인 것.
이 부분은 현재 통합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하려는 고객들도 고민되는 내용이다. 애플리케이션 위주로 이를 구현할지 아니면 통신 네트워크 업체가 제공하는 솔루션 위주로 구현할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복병은 '문화'의 차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빠른 의사결정, 대면 문화 선호, 유무선 통신 환경이 잘 발달된 인프라 때문에 해외보다 예상외로 구현이 더딜 수 있다. 이호욱 이사는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다"라고 인정하고 "우선 해외 지사가 많은 대기업과 수많은 협력 업체와 협업하고 있는 기업 고객들은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문화 차이는 시간이 흐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에 뛰어들면서 과연 하드웨어 제품도 특히 단말기 분야에도 뛰어들지도 큰 관심거리 중 하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USB 폰 업체인 '이폰'도 인수했다. 또 화상회의 시장을 겨냥해 웹카메라 시장에도 발을 담갔다. 이에 대해 이호욱 이사는 "우리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어떻게 하면 좀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다양하게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하고 "전체적인 계획들이 세워져 있겠지만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밝혔다.
통신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이 분야가 6개월 단위로 신제품이 쏟아질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인데 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2년 혹은 3년 주기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호욱 이사는 "큰 틀에선 그들의 지적이 맞는 듯 보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비스 팩을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기능들을 빨리 취합해 제공한다. 오히려 6개월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전했다.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은 국내외 하드웨어 장비 업체를 비롯해 유무선 통신사들이 모두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이 분야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분명 이제 도전장을 내민 하나의 업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업 고객들이 사용하는 오피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기업 솔루션 분야에서도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지를 볼 때 여럿 중 하나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특히 최근 롯데정보통신, 오토에버시스템즈(현대자동차그룹), ㈜SK 등이 익스체인지 서버를 도입해 통합 커뮤니케이션 구현을 위한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호욱 이사는 "우리는 이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더 많은 파트너와 더 많은 하드웨어 솔루션 업체들과 협력해 고객들이 원하는 환경 구현을 위해 뛰겠다"고 밝혔다. 이제 시장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 그 행보에 전 IT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