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IT 업체를 취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기념일이 다가오면 제가 회원으로 등록한 회사에서 어떤 마케팅을 펼치는지, 말 그대로 고객관계관리(CRM)는 어떻게 하는지 관심을 가집니다. 제가 가입한 모든 곳에 개인정보를 입력해 두지는 않았지만 담당 영역이 영역이다보니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등은 입력해 놓습니다.


가장 먼저 전화가 온 회사는 인터파크였습니다. 결혼 기념일 5일 전에 전화가 왔습니다.


"회원님의 결혼 기념일이 다가 오고 있는데요. 사모님에게 선물하시기에 좋은 상품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런 저런 품목이 있는데 지금 OK하시면 어떤 혜택들이 있습니다." 물론 전 그 상품을 구매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갑 사정이 1차적이지만 사이트를 방문해서 한번 더 살펴보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인터파크라는 회사는 제게 아주 만족스러운 회사 이미지를 심어줬습니다. 


그후에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드림위즈와 구글메일을 확인해 봤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축하 메일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몇통씩 혹은 몇건씩 날라오던 스팸 전화와 단문문자메시지도 없었습니다. 주거래 은행이나 백화점 등에선 그 어떤 문자나 메일도 없었습니다.  제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동통신 회사에서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자기네 서비스 출시되면 심심찮게 보내더니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인간들은 회원 정보 가져가서 이런 기념일에 축하 메일도 안보내냐? 맨날 고객관리한다고 말만 하지만 제대로 고객이 감동할 정도로 관리는 왜 안할까? CRM 시스템에 수십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이런 기념일 하나 챙기지 못하다니 무슨 시스템을 구축하고 무슨 서비스를 하겠다는 거냐?"라고요.


물론 제가 가입한 모든 회사에서 문자나 메일, 혹은 전화가 온다면 그것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당일보다는 그 전 1주일이나 혹은 2주전에 미리 통보하면서 "멋진 선물이 있다거나 혹은 행복한 가정 잘 꾸리시라"라고 했다면 오히려 그 회사 사이트를 더 많이 방문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디를 가나 고객, 고객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고객이 작은 것에도 감동한다는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가입자가 회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그런 기념일보다는 단순한 휴대폰 번호와 전자우편 주소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또 재미난 전화를 받았습니다. 올 초에 삼성전자가 새롭게 발표한 오프서브라는 중소용 IP PBX 발표회장에 갔었는데요. 그 후 제가 이직을 했습니다. "올해 삼성전자 교환기 행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쁘시지만 몇가지 확인할 내용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회사가 어디신데 맞으시나요? 그리고 회사 주소는요?". 저는 제가 이직한 회사와 회사 주소를 알려줬습니다. 올해 수많은 고객 세미나에 참석해 봤지만 행사 후 이렇게 시간이 흘러서 전화를 준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국내 교환기 시장에서 절반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교환기 담당자들 연락처는 죄다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세미나를 개최하고 수시로 고객 데이터를 업데이트합니다. 저처럼 잠깐 다녀온 고객까지도요. 역시 삼성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내년 이 맘 때 너무 많은 전화나 메일이 한꺼번에 오면 눈살을 찌뿌리게될지 아니면 이제 기본은 준비된 모양이군이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은 수많은 업체들이 마구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서로 다른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기사거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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