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커뮤니케이션(Unified Communication;UC)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전 IT 업체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네트워크 통신장비 업체를 비롯해 기업용 솔루션 업체와 화상회의 장비, 솔루션 제공업체, 통신사업자들까지 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경쟁과 협력이 한창이다.
전세계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도 속속 구축된 상태며 이동통신 데이터 망도 HSDPA와 모바일 와이맥스까지 구축되고 있다. 새로운 데이터망이 출현하면 기업들의 업무 환경도 빠른 시간내 급변하게 된다. 모바일 영업 지원시스템이나 위치기반 서비스를 응용한 업무 지원 시스템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통합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축하길 원해왔지만 쉽지 않았다. 원하는 만큼의 유무선 대역폭을 제공할 서비스 사업자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이런 사업자들이 등장하고 이를 지원할 장비와 솔루션 업체들이 속속 나타나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본사 이외의 다른 수많은 나라에 직접 진출하면서 지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 동유럽 등으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업체도 국내외적으로 많고 일반화돼 있다. 이 때문에 당연히 본사와 지사간 원활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이외에 기업들은 수많은 협력 업체들과도 동일한 환경을 구축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관련 장비업체들은 통합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위해 '비용절감'을 지나치게 강조해 왔다.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기업들간 국제전화 요금은 물론 국내 개별 사업장끼리 시외통화를 구내 통화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런 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해 교환기부터 수십만원의 고가인 전화기와 IP 네트워크 대역의 확충과 QoS(Quality of Service) 장비도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통신비 절감을 위해 그에 몇배의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뜻 투자를 단행하지 못했고 관련 시장은 예상보다 더디게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세계 기업 메시징 솔루션을 장악한 두 회사가 "단순한 인프라 개선으로는 생산성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진정한 생산성 향상은 기업에 산재한 수많은 응용프로그램들을 IP 통신 인프라와 결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은 일면 타당해보이고 상당한 힘을 얻을 것이라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느낌까지 든다. 기업들은 본사와 지사간 신속한 의사결정과 의사소통을 위해 사내 기업용 메신저에 웹 컨퍼런싱 기능을 추가하고 있으며 수많은 응용프로그램을 사내 메신저와 연동하고 있다.
여기서 관련 시장이 좀 더 빠른 시일내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각 장비업체나 솔루션 업체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글로벌 장비업체와 솔루션업체들은 본사 차원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혀 다르다. 귤화위지(橘化爲枳; 환경과 조건에 따라 사물의 질이 변함)라고나 할까? 본사의 협력은 협력이고 지사의 협력은 본사만 못하다.
'통합'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사' 제품 위주로 고객에게 접근하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기업들이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떨어지고 있고, 응용 프로그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올 중순부터 수많은 통합 커뮤니케이션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지만 고객의 환경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사의 솔루션 소개에 주력하고 있다. 네트워크 행사에 가면 네트워크 부서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하고, 응용애플리케이션 업체 행사에 가면 "말도 안된다. 통합 커뮤니케이션은 응용프로그램 부서와 서버 부서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각 회사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네트워크 업체의 경우는 더 심하다. 애플리케이션을 이해하는 네트워크라는 이야기만 있을 뿐 정작 애플리케이션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본사의 자료와 전략을 소개만 하고 있을 뿐 실제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고객에 접근하기 전에 내부 조직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 본사 차원의 사례만 들지 말고 한국 지사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고객에게 공개할 정도로 준비가 됐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은 전혀 통합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축하지 않았거나 혹은 미비한 수준임에도 고객들에게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떠드는 것은 상도가 아니다.
국내 통신사들은 이점에 있어서 심도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정작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을 이끌 주체임에도 자사 내부 시스템에 대해서는 이런 환경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매번 유선 전화 매출이 격감해 어렵다는 등의 말만 되풀이한다. 관련 업체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업자들의 행보에 대해 "고객은 저만치 가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런 환경이 도래하는 걸 최대한 막을지 궁리만 한다"고 쓴소리를 던진다.
또 한가지는 문화적 차이의 극복이다. 통합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연결고리는 기업용 메신저다. 대면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기업고객들은 메신저를 이용한 문서 교류와 화상 회의에 익숙치않다. 기업 내 메신저 사용 확대에 걸림돌이 무엇인지 하나씩 점검하고 이를 제거하면서 기업들이 정말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