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자로 올린 '네이버 뉴스개편안은 신문사의 '자승자박?' 기사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드립니다.
해당 기사는 네이버가 뉴스개편안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쓰여졌습니다. 아시다시피, 네이버쪽은 뉴스개편안을 발표하기 전에 조선닷컴 관계자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자신들이 구상중인 개편안을 설명했습니다. 자신들의 제안에 대한 조선닷컴쪽의 반응을 먼저 보고 싶었던 것이겠죠.
이후 조선일보 백강녕 기자가 네이버쪽 제안을 기사로 내보냈고, 이 기사에 담긴 내용이 최종 개편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판단으로 8월 16일 '네이버 뉴스개편안은…'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네이버는 닷새가 지난 8월 21일, 자신들의 뉴스개편안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큰 그림에서는 조선닷컴에 제안한 내용과 변한 게 없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좀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약간의 지형변화가 감지됩니다. 우선 네이버는 초기화면에서 이용자가 고를 수 있는 언론사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제한했습니다. 네이버쪽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면 ▲네이버 뉴스와 계약된 언론사 중 5년 이상 발행 또는 서비스(온라인)하였으며, 문화관광부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며 ▲정책자료 발간을 주 목적으로 하는 간행물은 제외하고 ▲계열사(자회사 및 별도법인 언론사)는 하나의 매체로 처리한다는 게 뼈대입니다.
네이버 초기화면에 들어가는 언론사 헤드라인은 각 언론사닷컴 헤드라인과 일치해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었습니다. 예컨대 인터넷한겨레의 8월 25일자 헤드라인이 'FTA 한국농업 망친다'라면, 네이버 초기화면에 올라가는 인터넷한겨레의 제일 첫 줄에도 똑같은 기사가 걸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이른바 '아웃링크'(또는 '링크 아웃')방식과 기존 DB 보관 방식을 병행하도록 한 것입니다. 네이버의 뉴스개편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네이버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웃링크 방식이었습니다. 즉, 지금까지 네이버가 독점하던 엄청난 트래픽을, 아웃링크 방식으로 개편한 이후엔 자기네 사이트로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 말입니다.
현재로선 네이버 초기화면에 노출되는 언론사 기사는 모두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기사를 누르면 해당 기사가 게재된 언론사 홈페이지로 바로 이동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네이버 뉴스(news.naver.com) 페이지에 게재된 기사에는 지금처럼 네이버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능을 함께 넣을 예정입니다. 즉, 해당 언론사로 직접 가서 읽거나 지금처럼 네이버 화면에서 읽거나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요.
자,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먼저 초기화면에서 선택 가능한 언론사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제한하는 문제입니다. 일단, 아주 작은 규모의 신생 언론사는 초기화면에서 이용자에게 선택받을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이 대목에선 네이버쪽이 고심한 흔적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초기화면에 노출되는 기사의 파괴력을 감안하면, 최소한 '말썽'은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커트라인'을 두겠다는 생각입니다. 뭐, 이해 못할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한 언론사에 속한 계열사도 모두 하나의 매체로 처리하는 문제입니다. 여기서 언론사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시작합니다.
주요 신문사닷컴은 대부분 해당 신문사의 자회사입니다. 1~2년 전만 해도 이들의 주요 역할은 신문사에서 주는 기사를 받아 인터넷에 그대로 올려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들은 독자적인 매체로서의 힘을 갖고자 변신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체 뉴스를 쓰는 것이죠. 조선닷컴의 '닷컴특종'이나 인터넷한겨레의 '하니only' 기사가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자매지인 각종 스포츠·연예신문이 여기에 또 가세합니다.
자회사든 형제 회사든, 네이버 초기화면에 입점하고픈 마음은 똑같을 것입니다. 그럼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네이버 뉴스에 들어갈 순서를 정할까요? 제비뽑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양보를 강요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엄연히 성격이 다른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을 하나의 매체로 간주하자니 그것도 모양새가 우습고요. 자칫 집안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네이버가 주요 언론사를 모아놓고 뉴스개편안에 관한 설명회를 가졌던 8월 22일에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는 후문입니다. 이른바 신문사닷컴들이 개편안에 불만을 터뜨린 것이죠. 이제 숙제가 남았습니다. 네이버가 또 다시 양보를 해서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신문사닷컴도 하나의 매체로 인정하느냐, 지금의 개편안을 밀어붙이느냐. 첫 번째 관전포인트입니다.
다음은 아웃링크 방식과 기존 뉴스읽기 방식을 병행하는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개편안은 네이버 입장에서 볼 때 내심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두 방식을 함께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언론사닷컴이 가져갈 트래픽은 예상보다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네이버 초기화면이 아니라 뉴스 페이지에 대해서는. 네이버 방문자는 지금까지 네이버 화면에서 직접 뉴스를 읽었습니다. 지금처럼 똑같이 읽는 것이랑, 링크를 눌러 해당 언론사로 한 번 더 이동해 읽는 것 중 어떤 게 더 편리할까요? 답은 이미 나온 듯합니다.
초기화면에 선택될 수 있는 언론사래야 4곳입니다. 9월 현재 네이버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는 100곳이 넘습니다. 적어도 96곳은 지금처럼 네이버 뉴스 화면에서 자사 사이트로 트래픽을 가져오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아웃링크와 직접읽기 두 방식을 병행할 때 과연 얼마나 자사 사이트로 발길을 유도할 수 있을까요?
이용자 입장에선 반대로, 지금처럼 똑같이 읽을 수 있다면야 큰 불만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네이버가 아웃링크 방식을 전면 도입한 데 따른 이용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묘수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물론 약간의 대가는 치릅니다. 지금처럼 네이버 안에서 뉴스를 읽으려면 역시 지금처럼 각 언론사의 뉴스들을 네이버 DB에 저장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대가를 매달 지불하는 것도 지금과 똑같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선, 돈은 지금과 똑같이 지불하고 언론사닷컴에서 직접 뉴스를 읽는 기능 하나를 덤으로 얹어준 셈입니다. 따라서 네이버가 DB관리의 부담을 털 것이라는 지난번 기사 속 얘기는 잘못된 예상입니다. 네이버는 어차피 지금처럼 똑같이 DB를 관리해야 할 테니까요.
또 다른 변수가 있습니다. 이용자가 네이버 초기화면에서 자신만의 언론사를 설정하도록 하려면, 해당 이용자를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로서 네이버는 로그인을 하도록 하거나 이용자 PC의 쿠키를 인식하는 방법,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예정입니다.
만약 로그인 방식을 채택하면 언론사의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 노출효과는 더 떨어질 것입니다. 설정한 언론사의 뉴스를 읽으려면 일일이 로그인하라는 얘기나 다름없으니까요. 쿠키방식을 적용하면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이용자는 자신이 설정해 둔 언론사 메뉴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자신이 처음 설정한 PC로 접속했을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쿠키방식은 이용자를 인식하는 게 아니라 PC를 인식하니까요. 언론사들로선 쿠키를 인식하는 방식이 그나마 낫다고 봐야겠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관전포인트입니다.
그럼 신문사닷컴과 네이버 초기화면의 헤드라인을 일치시키는 문제는 어떨까요. 이 또한 언론사 입장에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신문사닷컴을 돌아다닌 이용자분들은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국내 신문사닷컴들의 기사 운영방식은 제각각입니다. 예컨대 A신문사닷컴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헤드라인이 바뀌지만, B신문사닷컴은 거의 하루종일 헤드라인이 고정돼 있기도 합니다.
만약 이용자가 B신문사닷컴을 네이버 초기화면으로 선택했는데, 매번 접속할 때마다 똑같은 헤드라인이 보인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당연히 ‘이 언론사는 뉴스가 자주 업데이트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곧바로 초기화면에서도 내려버리겠죠. 이런 이유로 B신문사닷컴처럼 사이트를 운영하던 곳은 네이버 초기화면을 잡으려면 운영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인력이나 재정 여건상, 국내 언론사들이 자체 생산하는 기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언론사(닷컴)들이 뉴스도매상인 통신사의 기사를 받아 빈 지면을 메웁니다. 경우에 따라 네이버 초기화면에 등록된 모든 언론사의 헤드라인에 똑같은 기사가 올라올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용자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논조가 뚜렷한 종합일간지들 입장에선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습니다. 지금도 정치적 관심이 높은 독자들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신문사닷컴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곳에서 오늘은 어떤 기사들이 올라왔는지 한 번 훑어보는 것이죠. 하지만 앞으로는 네이버 초기화면에서 이 신문사닷컴 주요 기사들의 제목을 한눈에 보게 됩니다. 관심이 가는 기사는 제목을 눌러 해당 기사 페이지로 이동해 읽게 되겠죠.
이 경우 신문사닷컴 입장에선 전체 사이트 페이지뷰는 늘어날 지 모르지만 초기화면 페이지뷰는 더 줄어들게 됩니다. 습관적으로 초기화면으로 들어와 주요 기사 제목을 훑어보던 ‘열혈 독자’들이 세부 기사 페이지로 직접 이동하는 것이죠. 신문사닷컴은 광고 수익으로 먹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몸값이 높은 광고 페이지는 어디일까요? 물론 초기화면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헤드라인 동기화'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세 번째 관전포인트입니다.
보너스 정보 하나! 네이버 뉴스개편안 이후를 한 번 가정해봅시다. 초기화면에서 4개의 매체를 고르라고 할 때 여러분은 어떤 매체를 선택하겠습니까?
지금까지 들려오는 얘기로는 종합일간지 2개, 경제지 1개, 스포츠(혹은 연예)지 1개가 가장 보편적인 선택이라고 합니다. 종합일간지의 경우 성향이 다른 두 신문을 하나씩 볼 공산이 큽니다. (예컨대 디지틀조선일보와 인터넷한겨레처럼.)
물론 오차 범위가 큰 주관적 조사결과입니다만, 재미삼아 가정해봅시다. 세 손가락 아래로 꼽히는 종합일간지들은 사실상 네이버 초기화면 개편으로 인한 혜택이 기대보다 훨씬 적을 수 있습니다. 경제지나 스포츠 연예지도 상황은 비슷할 것입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커지는 셈이죠. 상황이 이렇다면, 네이버 뉴스개편안을 반길 언론사가 많을까요, 이를 경계할 언론사가 많을까요? 마지막 관전포인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