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 인쇄(POD; Print On Demand 혹은 BOD; Books On Demand) 시장이 서서히 열리면서 프린터 업계의 행보도 분주하다. 주문형 도서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2006년 약 200억 도서 페이지에서 2009년에는 380억여 페이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주로 소량의 책, 희귀한 책, 자비로 출판하는 도서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맞춤형 개인책이나 일반 출판사들도 300부 정도의 초판 인쇄에 사용하는 등 점차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서비스와 출판사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사랑천국 앤체리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연말 연시를 겨냥한 연하장, 사진엽서 등을 서비스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반 도서 출판사들은 전통적인 인쇄물을 찍기 전에 자신들이 기획하고 디자인했던 내용들이 제대로 구현됐는지 20만원 정도의 컬러 책자를 받아보고 있다. (옆 사진은 아마존닷컴이 도입한 HP의 인디고 제품)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절판되는 책의 경우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더라도 출판사가 한 두부씩 별도 제작할 수가 없기 때문에 관련 파일을 보유하고 있으면 이를 이런 서비스 회사에 넘기거나 대형 유통 업체가 보유하고 있다가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제작해 주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미 외신을 통해 공개된 것처럼 아마존닷컴은 주문형 도서 사업을 위해 HP 인디고 기술을 도입했다. 아마존닷컴의 주문처리 센터에는 다수의 HP 인디고 디지털 프레스가 설치돼 주문 받은 흑백 책의 표지뿐 아니라 컬러 도서를 컬러로 제작하고 있다. 아마존은 HP 인디고 프레스와 더불어 디지털 프론트엔드 컨트롤러인 HP인디고 프러덕션 매니저(HP Indigo Production Manager)도 도입할 예정이다.  HP인디고 프로덕션 매니저는 용량이 큰 책 데이터를 빠르게 출력할 수 있도록 리핑 속도를 올려주는 별도의 컨트롤러로서, HP IT와 그래픽 아트 기술을 결합해 복잡한 디지털 출판 과정에서 파일을 신속하게 처리해 준다.   


아마존닷컴 그레그 그릴리(Greg Greeley) 도서담당 부사장은 "아마존은 고객의 직접 체험에 커다란 역점을 두고 있다. HP와 협력함으로써 우리는 고객들이 구입할 수 있는 타이틀을 크게 늘일 수 있게 되고 출판사들에게는 최고 수준 품질의 컬러 프린트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HP는 업계에서 도서 출판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고 있는 옵셋인쇄기술에 견줄만한 고품질 이미지를 프린트할 수 있는 액체 잉크 방식의 하이엔드 디지털 프레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HP 인디고 프레스는 개인화된 마케팅 자료에서 고품질 화보에 이르는 모든 주문형 응용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해 김병수 한국HP 제품 마케팅 과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김병수 과장은 아마존이 흑백 서적에 대한 요구보다는 컬러 서적에 대한 수요를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고객들은 20여 년전부터 주문형 도서를 찾아 왔는데 최근엔 이런 주문 자체가 흑백에서 칼러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는 것. 그동안 디지털 기기들은 전통적인 흑백 혹은 컬러 인쇄 방식을 겨냥한 프린터 제품을 출시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컬러 분야에서는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시인한다. 또 비용 측면에서도 소량 생산의 경우 고비용 구조여서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런 디지털 기술이 전통적인 인쇄소들이 제공하는 제품의 질과 유사해지고 가격대도 많이 낮아졌다. 김병수 과장은 "이 때문에 아마존 같은 회사가 흑백 시장보다는 컬러 주문형 인쇄 서비스로 바로 전환했다"고 설명이다.


HP는 흑백 시장보다는 컬러 프린팅 시장을 이끌겠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 이유는 후지제록스라는 걸출한 시장 리딩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후지제록스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후지제록스는 흑백 프로덕션 프린터 분야에서 독보적인 리딩 회사다. 

한국후지제록스(www.fujixerox.co.kr)는 DM, 흑백가변데이터출련 시장과 흑백 다품종 소량 책자 시장에서 월등한 장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흑백 디지털 출력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에 전자책 전문 솔루션 업체인 유니닥스와 손을 잡고 절판도서와 각종 논문 등 희귀자료에 대한 주문형 인쇄 사업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는 전자책(eBook) POD포털 시스템 구축과 함께 온라인에 구현된 전자책과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자사의 인쇄 솔루션인 POD 시스템을 통해 최종 오프라인 자료로 인쇄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게 된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유니닥스가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 수집 솔루션과 PDF 기반 뷰어를 기반으로 대학교와 출력전문업체 등 기존 계약업체를 대상으로 디지털 콘텐츠 POD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절판되어 시중에서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도서나 각종 논문들을 뛰어난 품질의 디지털 인쇄 프린팅 시스템으로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최대 서적 유통 업체인 교보문고도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었고, KT도 지난달 말 북티(www.bookt.co.kr) 사이트를 오픈하고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도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을 아는 만큼 조만간 주문형 인쇄 시장에도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서비스 사업자들이 등장하고 프린터 업체들이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어 주문형 인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절판도서와 희귀본 서적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해결해야 될 난제도 여전히 많다. 국내 출판 시장은 매년 2만 여 종의 서적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 중 몇권이 절판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또 절판된 도서의 경우 저작권 문제가 남는다. 저작권의 경우 출판사가 보유하는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업체들은 국내 많은 출판사들과 저작권 관련해 협상을 해야 한다. 

대형 유통 업체인 교보문고로서도 쉽지 않은 이일을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모두 수행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매년 출간되는 도서의 파일을 별도로 관리는 기관도 없을 뿐더러 주문형 도서당 얼마의 돈을 출판사에 제공해야 할지 기준도 세워져 있지 않다. 이런 난제를 얼마나 원활히 해결하느냐는 것도 서비스 업체들이 해결해야 될 과제다.


국내 출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저작권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만 된다면 국내 출판 시장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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