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업계에 시스코가 인수합병의 1인자라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오라클이 동급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특히 최근 전세계 유무선 통신사들이 기존 수직적 시스템 구조를 수평적이고 재사용 가능한 형태의 IMS(IP Multimedia Subsystem)로 교체하고 있어 미들웨어 업체간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한 BEA시스템즈도 국내 유무선 이동통신사들의 인프라 교체 시기를 겨냥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통신 회사들은 전통적인 통신 프로토콜을 사용해 오면서 각 서비스별로 별도의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이 때문에 새로운 신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 왔다. 또 통신 서비스가 단순 전화기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형 이동통신 단말기와 노트북, PC, PDA, 게임콘솔, 셋톱박스 등에까지 확장되고 있어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기존과는 다른 개발과 시스템이 필요했고, 통신사들은 새로운 통신 인프라 개발을 위해 표준 프로토콜로 SIP(Session Initiation Protocol; 접속 설정 프로토콜)를 선택했다.(SIP 프로토콜 소개는 경북대학교 무선통신연구실 사이트 를 참고)

전통적인 통신 서비스들은 안정성과 품질 보장을 위해 까다로운 표준들을 지원해 왔는데 SIP 프로토콜은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IP 프로그램들을 쉽게 활용하고, 또 서비스나 상품 개발도 한결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 통신사들이 머리를 맞대로 표준으로 채택했다.
최근 KTF는 새로운 IMS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SIP 서버로 오라클의 핫십(hotsip)을 채택했다. 이 업체는 오라클이 올 2월에 인수한 업체로 이동통신 강국인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던 통신 인프라 소프트웨어 업체다. 핫십은 새롭게 통합된 네트워크에서 IP 텔레포니, 프레즌스, 메시징과 컨퍼런싱을 위한 통신 인프라 소프트웨어와 SIP(Session Initiation Protocol) 지원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고 있다. 오라클은 이 업체를 인수하면서 통신사를 겨냥해 자사의 미들웨어와 캐리어급 통신 인프라 시장에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 다른 업체로는 과금 업체인 포털소프트웨어를 인수한 것. 물론 포털소프트웨어 인수가 한국오라클의 통신 과금 시장에서의 선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은 독자 개발해 사용하고 있고, 최근 끝낸 차세대 마케팅 프로젝트에서 티맥스를 통해 별도 패키징 작업을 하고 있어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KTF나 LG텔레콤은 암닥스를 사용하고 있다. 포털소프트웨어가 국내 시장에서 별다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각 통신사들이 꾸준히 차세대 빌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은 아니다.
오라클은 또 통신 산업을 위한 포괄적인 표준 기반 SDP(Service Delivery Platform)에 대한 새로운 로드맵을 지원하기 위해 Net4Call을 인수했고, 콜센터 기술과 CRM 소프트웨어를 통합하기 위해 6월에 텔레포니앳웍스도 인수했다. CRM 소프트웨어 업체인 시벨을 인수한만큼 이런 솔루션과 고객 콜센터와의 연동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오라클은 전사자원관리나 데이터베이스, 고객관계관리, 퓨전미들웨어 제품 등 통신 인프라 분야보다는 전산 시스템 지원에 두각을 나타내 왔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전면적인 통신 인프라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서 새로운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 관련 시장은 BEA시스템즈나 IBM 같은 미들웨어 업체들의 선전이 기대되는 분야다. 물론 이들 업체는 통신 분야 전문가나 파트너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통적인 통신 응용프로그램 개발 업체들도 기존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이들과 경쟁과 협력을 함께 하고 있다.
오라클의 행보가 주목을 끄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