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I 사업부가 출범 2년을 맞아 조직도에서 사라졌다. 이 때문에 KT가 SI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T에서는 SI 사업 철수가 아니라 SI 사업본부내 인력을 프로젝트 수행인력, u-시티 영업인력, 기업담당 영업인력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각 해당 사업본부로 편입하면서 오히려 힘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반론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는 조직이 없어지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KT가 삼성SDS나 LGCNS, SKC&C와 같은 국내 대기업 IT 자회사들과 동일한 형태의 SI 조직을 만들고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가격 경쟁 일변도로 사업을 벌였던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대형 SI 업체들에 대한 원성은 전 IT 부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1차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다. 이들은 하청, 재하청 구조의 정점에 대기업 SI 업체들이 똬리를 틀고 앉아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특정 금액 이하의 정부 프로젝트에는 대형 SI 업체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을 만들기도 했지만 SI 업체들이 존재하면서 생기는 문제 자체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KT의 SI사업부가 전세계 최고의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한 IBM의 글로벌 서비스 조직을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손쉽게 국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형 SI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랐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대형 SI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서버 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음에도 후발주자인 KT가 국내 SI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지 않고 답습했다는 점은 KT가 여전히 외형적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IBM의 글로벌 서비스 사업은 이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매출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물론 IBM이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기까지 2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점에서 KT가 하루아침에 이를 따라갈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어떤 회사로 자사 사업을 키울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KT는 최근 'IT 2.0'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정부와 업체들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선보였다. 타당한 문제제기지만 과연 KT가 IT 2.0 시대를 선도할 수 있을 만큼의 준비가 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말로는 유비쿼터스 환경, 컨버전스 환경이 도래했다고 하지만 그 해답을 KT에 묻는 고객사들은 거의 없다. KT가 그런 환경을 이끌 수 있는 경영 컨설트나 서비스 조직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SI 사업을 답습한 KT의 현재 역량을 평가한다. KT는 '비즈메카'나 서비스 사업을 전개할 때마다 "우린 IBM과 궁극적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고객사들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었다. KT의 말대로 현재는 유무선 환경이 통합되면서 기업 혹은 개인들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자사의 업무 시스템이나 향후 IT 투자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개별 부서로 나뉘어 협력하지 못하는 조직을 어떻게 개편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IT 기술들을 어떻게 적용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KT는 KT 자체뿐 아니라 KTF나 KT파워텔, KT네트웍스 등 유무선 인프라 분야에서 없는 것 없이 다 보유하고 있다. 고객들의 고민을 가장 잘 해결해줄 것 같은데도 고객들은 KT를 외면한다. 여전히 대량 발주를 통해 IT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싼 값에 구매하면서 IT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KT가 상생을 이야기하지만 이런 상생에 마음으로 답하는 파트너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통합 커뮤니케이션(UC)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네트워크 분야에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개별적인 전문가들은 많아도 이를 제대로 엮어줄 이들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KT가 SI 사업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이런 시장을 놓치고 기존 SI 업체들의 사업 모델을 답습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후발주자면 기존 SI 업체들이 처한 문제를 반복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KT는 그렇지 못했다.

대형 SI업체들은 분명 현재 기업들의 전산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고객들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사 인원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과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발주를 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에 있다가 계열 분리된 기업들의 전산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그동안 얼마나 과도한 IT운영비용을 대기업 SI 회사에 지불해 왔는지를 실감한다고 토로한다. 전세계 리눅스 열풍이 불고 있어도 국내에선 잠잠한 것도 바로 '마진'을 챙겨야 하는 SI 업체들의 현구조 때문이라는 말도 전한다.

KT의 SI 사업부가 존속하든, 아니면 축소되었건 상관없이 KT가 IBM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 업체로 성장하기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있다. 대형 SI업체들처럼 이미 발을 너무나 담가서, 새롭게 조직을 변화시킬 문제를 그나마 덜 안고 있지 않은가? KT는 브리티시텔레콤의 변화나 IBM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이야기를 매년 빼놓지 않는다. 언제까지 시장이 KT의 변화를 기다리지는 않는다. 이점은 KT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KT를 취재할 때마다 이 말이 떠오른다. 구슬이 서말을 넘어 쏟아진다. 언제쯤 이를 꿰어서 내놓을까?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