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전문기업 심텍이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이는 대부분 재무 건전성 회복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위탁한 메자닌 펀드가 모든 발행 물량을 소화했다. 향후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를 기대한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공시에 따르면 심텍은 500억원 규모의 7회차 영구사모 CB 발행을 추진 중이다. 20일 발행하며 사채만기일은 30년이다. 전환가액은 2만1556원이고 전환청구 기간은 내년 6월20일부터 2055년 5월20일까지다. 표면, 만기이자율은 모두 4%다. 5년 이후부터는 표면이자율에 연 5%P를 가산 적용하며, 이후 매 1년이 되는 날부터는 직전 가산금리에 연 3%P씩 더하기로 했다.
7회차 CB는 ‘케이비 메자닌캐피탈 제4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단독으로 투자한다. 해당 펀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2017년 KB증권을 메자닌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해 운용을 맡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영구 CB 발행을 진행하면서 국민연금의 자금이 유입되는 셈이다.
심텍은 영구 CB 발행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그간 반도체 업황의 위축으로 실적이 부진했고, 이는 재무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221.8%에서 올해 1분기 말에는 250.2%로 올랐다. 이는 단기차입금 등의 유동부채가 늘어난 영향이다. 현금성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기타유동자산)이 731억원을 넉넉한 가운데 영구 CB 발행에 성공하면서 보다 여유를 갖고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영구 CB는 채무증권임에도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부채가 추가되는 부담이 없다. 심텍은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기존 차입금 상환에 나설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신한은행(200억원)과 하나은행(50억원)으로부터 무역금융을 상환하고 산업은행(280억원)에서 차입한 단기한도대출도 상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
영구 CB에는 매도청구권(콜옵션) 33%를 설정해 지배력 방어 수단도 마련했다. 심텍은 발행일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부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행사 대상은 최대주주인 심텍홀딩스다. 심텍홀딩스는 심텍의 지분 33.05%를 보유하고 있다.
심텍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한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 회복의 기대감이 있다. 특히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그래픽 D램(GDDR) 기판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PCB 수주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수주총액을 시기별로 단순 비교하면 2023년 9억9476만달러에서 지난해 10억1313만달러로 1.8%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3억3455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실적을 살펴보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3%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영업손실로 적자가 이어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도 2분기부터 반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5년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한 53억원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에는 GDDR7 중심의 고부가 매출 확대와 비메모리 매출 증가로 수익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329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