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 본사 전경 /사진 제공=동아에스티

동아에스티가 600억원 규모의 뭉칫돈을 빌린다. 최근 연구개발(R&D) 실패와 연결 자회사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만기 도래 채권을 상환하기 위한 차환 성격이 짙다. 당장의 유동성 위험을 피하더라도 재무지표 개선과 신약 파이프라인 리스크 관리가 중장기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기존 빚 갚는 '차환' 성격

1일 동아에스티에 따르면 회사는 총 6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 회사채(제13-1,2)를 발행한다. 만기 구조는 2년물 200억원, 3년물 400억원으로 구성됐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10일이다.

조달 자금은 전액 2026년 2월과 4월 만기 도래 공모채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해당 채권은 각각 2024년 2월과 2023년 4월에 발행된 것으로 현재 잔액은 각각 400억원, 300억원으로 합계 700억원이다. 

내년 8월 만기되는 전환사채(CB)도 부담이다. 회사는 2021년 8월 표면금리 0%, 만기보장수익률 연 1.0% 조건으로 CB 10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상환 시점에 전환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잔액을 현금으로 갚아야 한다. 반기보고서상 남은 잔액은 650억원 수준이다. 

동아에스티의 총 차입금은 올 6월 말 기준 약 4720억원, 순차입금은 3530억원을 웃돈다. 부채비율은 99.57%로 전기말 96.35%에서 상승해 재무적 부담이 더 커졌다. 지난해 연매출 6407억원 대비 각각 74%, 55% 수준이다.

 

R&D 어려움에 한기평 '부정적' 전망

동아에스티의 차환 부담은 바이오텍·파이프라인 투자 등 R&D 부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읽힌다. 회사는 2022년 9월 글로벌 R&D 기업인 메티비아(舊 뉴로보)를 인수했고, 이어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회사 앱티스를 종속회사 라인업에 추가했다. 이외 아이디언스 등 바이오텍 지분 투자로 항암 파이프라인을 확충해왔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이었지만 초기 자금 소요와 개발 지연으로 재무 건전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앱티스는 올 상반기 순손실 65억원을 기록했고, 아이디언스는 장부가액이 전기 298억원에서 230억원으로 줄어 지분법 손실이 반영됐다. 특히 메티비아의 경우 상반기 중 연결에서 제외되기 전까지 113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키웠다. 메타비아는 반기말 기준 회사의 종속기업 내역에서 삭제됐다.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뒤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관계기업으로 전환했다.

연구개발 실패도 타격이었다. 항암 파이프라인인 AFM32는 파트너사 아피메드(Affimed)의 파산으로 개발이 무산되면서 101억원 손상차손으로 돌아왔다. 이 같은 R&D 부진이 맞물리면서 연결 실적이 흔들렸다. 동아에스티의 올 상반기 연결 매출은 3761억원으로 작년 3277억원보다 14.8% 늘었지만 영업손실 106억원, 순손실 341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올 상반기 동아에스티의 연결 이자보상배율(ICR)은 -1.4배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별도 기준 ICR은 1.42배로 1 이상을 유지했지만 그룹 차원에선 재무 체력이 약화됐음을 보여준다. 

신용등급은 A+를 유지했으나 한국기업평가는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금리 1%p(포인트) 변동 시 손익이 ±6억원, 환율 10% 변동 시 ±133억원 출렁이는 구조라 환율 리스크에도 취약하다. 업계에서는 자회사 부진과 신약 실패가 이어질 경우 차환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동아에스티 측은 "글로벌 R&D 전담 업체 메타비아와 앱티스를 연결회사로 편입한 뒤 연결기준 연구개발비 부담이 확대됐다"며 "다만 별도기준으로는 우수한 전문의약품 제품 포트폴리오, 그로트로핀 등 고수익 제품 중심의 성장세 등을 기반으로 양호한 영업이익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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