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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카카오톡 개편을 이끈 인물이다. 홍 CPO는 카카오톡 서비스의 성격을 모바일 메신저에서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섞은 일상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카카오톡 친구탭을 기존 친구목록에서 피드형 게시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홍 CPO는 저조한 중간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개편 6일 만에 친구탭 첫 화면을 친구목록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하면서다. 카카오는 사용자경험(UX), 사용자환경(UI)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이용자의 불만에 따른 복귀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4분기에 추가로 이어질 카카오톡 개편은 △서비스 내 챗GPT 연계 △AI에이전트 기능 도입 △숏폼 콘텐츠 확장 등이 핵심이다. 홍 CPO에 대한 추후 평가는 신규 서비스가 적용된 카카오톡의 안착 여부에 달렸다.

 

(왼쪽부터) 카카오가 개편한 카카오톡의 게시물 피드형 친구탭과 기존 친구목록으로 구성된 친구탭 /사진=카카오
(왼쪽부터) 카카오가 개편한 카카오톡의 게시물 피드형 친구탭과 기존 친구목록으로 구성된 친구탭 /사진=카카오

 

CPO 7개월 만에 서비스 개편…궁극 목표는 '수익원'

홍 CPO는 올 3월부터 카카오톡과 연계된 기술·광고·커머스·맵·디자인 등을 진두지휘했다. 2020년부터 4년간 인터넷은행 토스뱅크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시도한 이력이 인정된 인사의 결과였다. 

정신아 카카오 CEO는 지난해 3월 공식 취임한 뒤 카카오톡과 AI를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지난해에는 조직 안정에 집중한 뒤 올해 초 카카오톡과 AI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올해 3월 개편된 카카오 조직도 /사진 제공= 카카오
올해 3월 개편된 카카오 조직도 /사진 제공= 카카오

 

카카오가 홍 CPO를 영입한 배경에는 카카오톡 서비스 확장을 향한 갈증이 있다. 카카오톡은 15년 동안 한국 대표 메신저앱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새 수익원을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 쇼핑·결제·송금·콘텐츠 서비스를 메신저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였다. 카카오톡의 수익 증가를 뒷받침할 이용자 체류 시간 늘리기도 필수였다. 이용자가 앱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광고수익과 쇼핑·콘텐츠 서비스 결제도 불어나기 때문이다.

홍 CPO가 주도한 카카오톡 친구탭의 피드형 게시물 서비스도 수익 발굴과 직결돼 있다. 피드형 게시물 사이에 광고를 넣었고, 이용자의 SNS 소통을 유도해 체류 시간을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카카오톡 개편 이후 앱스토어 평점 1점 평가가 이어지는 등 이용자의 불만이 거세졌다.

홍 CPO의 독단적인 업무방식이 저조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홍 CPO가 중요한 직책을 맡은 것은 맞지만, 거대한 조직이 운영되는 체계가 확립됐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의견만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4분기 신규 서비스 안착 과제

홍 CPO의 과제는 올 4분기 추가 개편안을 카카오톡에 자연스럽게 안착시키는 것이다. 먼저 친구탭의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 '소식' 메뉴로 옮겨간다. 오픈AI의 생성형AI 서비스 챗GPT를 카카오톡에서 바로 쓸 수 있도록 하고 AI 에이전트도 제공한다. AI에이전트의 주요 형태는 보이스톡 통화 녹음·요약을 기반으로 한 일정 정리, 카카오톡 내 쇼핑과 결제 보조 등이다. 카카오톡 숏폼 콘텐츠 제작·공유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관건은 카카오톡 이용자의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다. 카카오톡은 출시 이후 15년간 메신저 서비스로 이미지를 굳혔기 때문에 이용자 사이에서 과도한 기능과 광고가 적용된 데 따른 피로감이 불거질 수 있다. 물론 오픈AI와의 협력, AI에이전트 서비스 개발은 CPO 조직이 아닌 '카나나'와 'AI스튜디오' 같은 다른 조직이 이끌었다. 홍 CPO가 맡은 조직은 신규 서비스가 카카오톡에 안착하도록 UI, UX와 부가 서비스를 개편하는 역할을 한다. 

홍 CPO는 지난달 30일 사내 공지문에서 '트래픽 같은 지표는 유지되고 있다'며 '숫자와 무관하게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번 서비스 개편으로 초래된 이용자의 불만과 서비스 평판 훼손을 수습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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