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이성희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김태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 사진 = 박재형 기자
(왼쪽부터)이성희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김태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 사진 = 박재형 기자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입점 식당의 단기 수익성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 비용 증가와 주문 감소로 이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플랫폼이 수익을 보전하려는 과정에서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방적인 규제 도입이 아닌 인센티브 지급 등 정부 차원의 상생 대책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상품학회가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배달 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 실태와 앞선 미국의 사례를 공유하며 상한제가 불러올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김태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포럼에서 “단순히 배달 수수료 상한만 두면, 취지가 좋더라도 소비자 및 전체 사회 복지 측면에서 역효과가 있다”며 “규제를 설계할 때는 플랫폼의 대응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 위스콘신대와 델라웨어대가 현지 14개 도시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규제 이후 플랫폼은 추천 알고리즘에서 개인 식당을 배제하거나 먼 거리의 식당을 추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또 인접한 미규제 도시의 식당을 노출하는 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했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플랫폼의 대응 과정에서 입점 업체는 주문 수요 감소를 겪고, 소비자 역시 더 높은 배달비와 더 많은 배달 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수수료 상한제는 표면적으로 식당의 부담을 덜어줘 매출과 이익이 올라가겠지만, 플랫폼이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소비자 측면에서 식당 추천 등을 조절함으로써 규제 취지가 약화되거나 왜곡되는 결론을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부작용은 국내 시장에서도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상품학회가 최근 한 달간 배달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10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수수료 상한제 도입 시 배달 주문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배달앱 이용 횟수는 월평균 5.4회에서 2.1회로 6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성희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무료배달이 줄어들고 배달가격이 오르는 등 소비자 혜택이 감소된다면 응답자 중 75%의 소비자들이 수수료 상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소상공인 보호라는 좋은 의도가 오히려 시장 전체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인센티브 제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구하는 바가 소상공인 보호라면 플랫폼에게도 뜻을 함께할 수 있도록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수수료 상한제가 채찍이니 당근을 제시해 같이 돕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수료 규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젊은 인구 비율이 높은 세종시에서 실험적으로 도입해 효과와 부작용을 살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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