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초 지역 쿠폰북에서 출발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출혈 경쟁 속에 퇴장했던 소셜커머스는 최근 ‘검색’, ‘상생’, ‘배송’ 등 다양한 전략 기반의 로컬 커머스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단순한 고객 유입을 넘어 지속 가능한 관계 형성과 경험 중심의 서비스 설계가 새로운 비즈니스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로컬 O2O 시장은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검색 기반의 지역 정보 제공과 쿠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 자체 물류망을 활용한 퀵커머스에 집중하고 있는 쿠팡, 그리고 1인 가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상생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하이퍼로컬 플랫폼 두잇 등 각기 다른 전략이 시도되고 있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2000년대 초 ‘코코펀’과 같은 지역 쿠폰북을 통해 지역 상점과 주민을 연결하며 시작됐다. 2010년대 들어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할인 쿠폰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며 본격적인 O2O 모델로 확장됐다. 음식점, 미용실, 마사지숍 등 다양한 오프라인 업소들이 플랫폼에 입점했고 소비자는 쿠폰을 구매해 매장을 방문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곧 한계에 부딪혔다. 과도한 할인은 일회성 방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수익성 없는 프로모션이 반복되면서 소상공인의 불만도 커졌다. 결국 '남는 게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소셜커머스는 점차 시장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최근 O2O는 단순한 가격 할인에서 벗어나 기술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복합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일방적 홍보보다 정교한 유입 전략, 물리적 확장보다 디지털 물류 인프라가 경쟁력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는 강력한 검색 트래픽을 기반으로 네이버 지도에 쿠폰 기능을 통합하며 지역 정보 큐레이션을 강화했다. 사용자가 맛집이나 장소를 검색하는 ‘발견’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단순 할인 중심의 초기 모델보다 정교하고 효율적인 O2O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입점 업소가 급증하면서 정보 과잉 문제가 불거졌고 노출을 높이기 위해 다시 광고비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는 소상공인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서비스는 두잇의 ‘만원의 행복’이다. 가게의 유휴 시간이나 일부 서비스를 체험용으로 구성해 1만원에 제공하는 모델이다. 기존 소셜커머스의 과도한 할인 유도와 ‘체리피커’ 문제를 보완하면서 업주의 수익성과 소비자의 접근성을 동시에 고려한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미용실은 평일 낮 시간대에 저가 커트 서비스를 내놓고, 음식점은 대표 메뉴를 소량으로 구성한 체험 세트를 운영한다. 악기 레슨은 1회 미니 수업 형태로 제공해 소비자가 큰 비용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두잇은 소상공인에게는 마진 손실 없이 신규 고객 유입을 돕고 소비자에게는 부담 없는 첫 경험을 제공해 재방문율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관악구·동작구 등 1인 가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쿠팡은 자체 물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배송’을 앞세워 지역 상권 공략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쿠폰을 구매해 직접 매장을 찾아가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쿠팡이 대신 상품을 집 앞까지 빠르게 배송한다. 소상공인은 매장 방문객뿐 아니라 배송 가능 지역 거주자까지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며 매출 확대의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플랫폼별 접근 방식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오프라인 관계를 온라인상에서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확장하는 해법이 로컬 O2O 서비스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할인 중심의 일회성 모델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며 "앞으로는 소비자와 점포가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맺고 빠르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는 구조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