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추석 연휴 해외여행 급증으로 해외결제 시장이 폭발적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추석 연휴는 최대 10일이라는 역대급 길이로 현대카드의 글로벌 특화 전략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가 추진해 온 해외결제 전략이 올해 황금연휴에서 진가를 발휘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6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개인 해외 신용 결제액이 2조84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카드는 2023년 5월 이후 2년4개월 연속 해외 결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행 분야에 강점을 지닌 카드사'라는 현대카드의 포지셔닝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카드의 성장 배경에는 해외 결제를 단순 지불이 아닌 통합 서비스로 확장한 전략이 있다. '해외모드'는 회원 휴대전화 시간대에 맞춰 환율·날씨·계산기 정보를 제공하고 글로벌 브랜드 혜택까지 통합했다. '트래블 데스크'는 호텔 예약 시 조식과 크레딧을 제공하고, 해외 골프장 예약을 지원해 출시 1년 만에 누적 이용 1만7000건을 기록했다.
국가별 현지화 전략도 병행했다. 일본에서는 츠타야·빅카메라 등과 제휴해 현지 결제 경험을 넓혔고, 대만에서는 QR 결제가 활성화된 시장 특성에 맞춰 라인페이를 도입했다. 각 시장의 결제 문화를 고려한 대응이 이용 확대에 기여했다. 애플페이 도입도 성과로 꼽힌다. 현재 80여 개국에서 사용 가능한 애플페이는 교통·쇼핑·숙박 결제 등을 폭넓게 지원한다.
현대카드는 여기에 '락앤리밋'과 '가상카드번호' 같은 자체 보안 기능을 더했다. 사용자가 직접 결제 한도와 범위를 설정하거나 임시 번호를 발급받아 쓸 수 있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해외 카드 부정 사용 피해액은 31억6000만원에 달했는데, 현대카드는 이러한 보안 기능이 위험 완화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올해 추석은 현대카드에게 전략 검증의 기회다. 3일 개천절부터 9일 한글날까지 이어지는 기본 7일 연휴에 연차 하루를 추가하면 최대 10일이 된다. 2017년 이후 8년 만의 최장 연휴다. 트립닷컴은 올해 추석 황금연휴 해외여행 예약이 전년 대비 약 8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이 62%를 차지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는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시기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추석 연휴(9월 13~18일) 해외 출국자는 82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5.2% 늘었다. 연휴 기간이 직전 연도보다 하루 짧았음에도 증가세를 보였으며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일평균 20만명으로 추석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217억달러(약 30조원)로 2023년보다 13%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현대카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개인회원 해외 결제액은 3조5253억원으로 전년 대비 29.3%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는 이미 누적돼 온 흐름이지만, 8월 취임한 조 대표는 이를 더욱 확장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본부장을 맡던 시절 스타벅스, 현대자동차 등 국내외 20여 개 글로벌 브랜드와 제휴를 성사시키며 해외 파트너십 경험을 쌓았다. 이 경험은 대표 취임 이후 해외결제 전략 강화의 발판이 되고 있다.
다만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일본 결제 브랜드 JCB와 제휴해 신용카드 4종을 출시하며 일본 여행 수요에 대응했고, 신한카드는 'SOL트래블J 체크카드'로 일본 현지 특화 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로 29개월 연속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 1위를 지켰고, 롯데카드도 '트래블월렛 하이브리드 카드'를 출시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해외 결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사들도 추석 연휴 특수를 겨냥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향후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단순한 제휴 카드 발급을 넘어 브랜드 경험과 결제를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다. 숙박·골프·쇼핑 등 여행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해외 파트너십을 결제 혜택과 보안 기능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조 대표의 전략적 색채가 더해지면서, 현대카드가 해외결제 시장에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회원들이 낯선 여행지에서도 안심하고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며 "여행의 설렘에 든든함을 더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