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기업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에 담긴 산업적 함의를 심층 분석합니다.

/이미지 제작=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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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가 블록체인 플랫폼 '인텔라X'를 3년 만에 접으며 최근 2년간 226억원의 가상자산을 현금화했다. 스테이블코인 131억원을 포함한 대규모 정리에 나섰지만, 비트코인 94개는 그대로 보유했다.

2년간 226억원을 처분하면서 가상자산 보유액은 2023년 말 239억원에서 2025년 6월 211억원으로 28억원 감소했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BTC만 81억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하며 감소폭을 완화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종료에 따른 손상차손 2억5000만원과 토큰 구매자에게 약속한 서비스 제공 의무 미이행으로 71억원의 계약부채를 떠안게 됐다.

 

BTC 94개만 남기고 2년간 226억 현금화

5일 네오위즈의 2025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가상자산 보유액은 211억원이다. 비트코인 94개(장부가액 136억7000만원), 이더리움 603개(20억3000만원), USDT 315만개(42억7000만원), USDC 44만개(6억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연결기준 총자산 6422억원의 약 3.3% 수준이다.

네오위즈는 2023년부터 비트코인 94개는 단 1개도 처분하지 않았다. 2023년 말 장부가액 56억원이었던 비트코인은 2024년 말 130억원, 2025년 6월 말 137억원으로 뛰며 2년간 81억원의 재평가이익이 발생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대량 정리했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USDC 366만개(약 47억원), USDT 367만개(약 50억원) 등 약 97억원을 현금화했다. 2025년 상반기에도 USDC 114만개(약 16억원), USDT 129만개(약 19억원) 등 35억원을 추가 처분했다. 2년간 스테이블코인만 약 132억원을 현금화한 것이다.

위믹스는 완전 청산됐다. 2022년 위메이드와 협력 관계를 맺으며 약 15만개를 보유했지만, 같은 해 11월 상장폐지 사태로 개당 1000원대까지 급락했다. 이에 네오위즈는 2024년 중 15만4874개를 처분했고, 2025년 상반기 잔여 1347개를 모두 매각하며 청산을 완료했다. 처분 손실 규모는 공시되지 않았다.

카이아(KAIA)는 2024년 중 739만개를 처분했고, 보라(BORA)는 189만개를 매각했다. 비상장 토큰 NITE(4억원), TOTEMX(1억1000만원)는 2024년 손상차손 처리됐다.

즉 작년 총 190억원을 처분하며 24억원의 처분이익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36억원을 추가 처분했으나 6000만원의 처분손실이 발생했다.

네오위즈 2년간 가상자산 처분 현황/출처=2024년 사업보고서·2025년 반기보고서, 표=최이담 기자
네오위즈 2년간 가상자산 처분 현황/출처=2024년 사업보고서·2025년 반기보고서, 표=최이담 기자

 

인텔라X 3년 만에 '종료', 71억 계약부채 발생

네오위즈는 2022년 인텔라X를 출범하며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시장에 진출했다. 토큰 20억개 발행 계획을 기반으로 지갑, NFT 마켓, 런치패드, DEX 등을 구축하고 슈팅게임(FPS)  '아바(A.V.A)' 글로벌 버전을 온보딩하며 생태계 확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2024년부터 블록체인 사업의 단계적 정리에 착수했다. 19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처분하며 사실상 사업 축소에 나섰고, 2025년 5월 인텔라X의 지갑, NFT 마켓, 런치패드 등 주요 서비스를 공식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인텔라X 개발 과정에서 투입된 무형자산은 약 2억5000만원의 손상차손으로 처리됐다. 이는 플랫폼 개발에 투입된 비용이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장부에서 즉시 비용으로 인식한 것이다.

플랫폼 종료에 따라 토큰 매각 관련 수행의무를 미이행한 것으로 판단해 계약부채 71억4000만원을 유지했다. 수행의무는 토큰 구매자에게 약속한 플랫폼 개발 및 운영을 의미한다. 이를 이행할 수 없게 되면서 받은 대가를 부채로 인식한 것이다. 2024년 말 89억원이었던 계약부채는 반기 중 계약해제 합의 등으로 2025년 6월 말 71억원으로 축소됐다.

포트폴리오 변화 기록/출처=2024년 사업보고서·2025년 반기보고서, 표=최이담 기자
포트폴리오 변화 기록/출처=2024년 사업보고서·2025년 반기보고서, 표=최이담 기자

 

게임 실적 둔화에 규제 환경까지 

네오위즈의 인텔라X 철수는 게임 본업 실적 둔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게임 사업 부문 매출은 2023년 2976억원에서 2024년 3140억원으로 5.5% 성장에 그쳤다. 2025년 상반기는 약 17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규제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는 'P2E(Play-to-Earn)' 모델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Web3 시장의 침체가 맞물리며 인텔라X의 사업성은 더욱 악화됐다.

회사는 "블록체인/Web3 관련 신규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기존 사업의 단계적 정리 및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블록체인 사업 부문에 대한 자산매각 및 사업 청산이 진행 중이며 관련 조직 및 인력 운용도 최소화한 상태다.

다만 재진입 가능성은 열어뒀다. 네오위즈는 싱가포르 법인과 IX 토큰은 유지한 채 예측 마켓 플랫폼 '프레딕트고(PredictGo)'로 사업을 전환한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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