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바이오그룹의 해외 의료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차헬스케어가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2건의 공동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잇단 정부 과제 참여는 실적 부진 속에서도 기술 신뢰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매출이 꾸준히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이번 과제는 시장 신뢰 회복과 밸류 방어를 위한 핵심 카드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 과제가 기업공개(IPO)를 앞둔 차헬스케어의 기업가치에 기술 프리미엄을 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복지부 2개 과제 공동연구기관 선정

6일 업계에 따르면 차헬스케어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국가 R&D 사업 2건의 공동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 및 임상적용을 목표로 하는 정부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는 보건의료 R&D 사업 중 '다기관-멀티모달 연합학습 기반 의료 AI 기술 시범모델 개발'과 '2025년도 제2차 한국형 첨단보건연구계획청(ARPA-H)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과제 수주가 기업공개(IPO)를 앞둔 차헬스케어의 기업가치 제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복지부 주도의 R&D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회사의 기술 신뢰도와 공신력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기술 기반 비상장사의 경우 상장 밸류에 반영되는 '비재무적 프리미엄'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밸류업 명분을 뒷받침할 근거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공공 연구과제 참여가 시장 신뢰 회복의 상징성과 기술력 검증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차헬스케어는 그동안 자체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진단·분석 솔루션을 개발해왔지만, 정부 주도의 대형 연구사업에 참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과제에서 회사는 의료데이터 기반 AI 기술의 고도화 및 임상 적용 연구를 수행하며, 그룹 내 병원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 같은 기술 이력이 향후 IPO 심사 과정에서 사업 경쟁력의 정량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복지부 사업은 의료데이터 기반 AI 산업의 실증 단계를 주도하려는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물린다. 연구성과가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차헬스케어의 기술 입지 강화가 예상된다. 기술 신뢰도와 정책 연계성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IPO 과정 중 '국가과제 수주 이력'을 핵심 밸류업 스토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수익성·현금흐름·부채 삼중고 완화 전략

이번 복지부 과제 참여는 재무적 불안 요소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술력 검증과 공공기관 인증을 통해 비재무적 가치를 확보하면 단기 실적 악화를 상쇄하고 상장 밸류 방어의 논리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과제가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실적 리스크를 보완하는 역할로 전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매출은 8075억2000만원으로 전년 7012억원3000만원 대비 15.2%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0억5000만원에서 영업손실 218억60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매출총이익률은 23.9%에서 23.5%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판매관리비율이 22.7%에서 26.2%로 치솟으며 비용 부담이 급증했다. 기술·인력 확충에 따른 연구비용과 인건비 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단기 수익성 확보보다 장기 성장 기반에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현금흐름과 부채지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차헬스케어는 지난해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31억원을 거뒀다. 이는 192억8000만원을 거둔 2023년과 큰 대비를 이룬다. 잉여현금흐름 또한 229억4000만원에서 1년 새 453억1000만원로 유출액이 늘었다. 부채비율은 184%에서 191%까지 올랐고, 단기차입금도 228억1000만원에서 692억1000만원으로 3배가량 뛰어올랐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09억8000만원에서 1107억3000만원까지 늘었지만, 이를 두고서는 차입 확대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보강에 그쳤다는 평가가 수반된다.
이 같은 양상은 외형은 성장했지만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상장 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가 됐다. 병영경영지원(MSO)과 디지털 헬스케어 양축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으나, 안정적 수익모델이 확립되지 않은 점이 한계로 꼽힌다. 현재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기술 신뢰 확보는 상장 과정의 밸류업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플랫폼 확장 前 시장 신뢰 회복이 과제

차헬스케어는 이번 복지부 과제를 계기로 사업 영역을 병원 운영 중심에서 의료데이터 기반 플랫폼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단순한 그룹 내 서비스형 회사에서 벗어나 AI·데이터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실체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특히 정부 주도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역량이 공인되면, 상장 이후에도 독립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근거가 마련된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성장성을 중시하는 시장 평가와도 맞물린다.
이번 과제가 상장 후 기업가치 유지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차헬스케어는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악화된 만큼, 상장 이후 안정적 현금흐름을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복지부 과제를 통해 사업 신뢰도를 높이고 기술 상용화가 이어질 경우에는 지속가능한 성장 스토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된다. 반대로 실적 회복이 지연된다면 기술 검증에도 불구하고 밸류 유지가 쉽지 않다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일각에서는 상장 추진의 신뢰성 회복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차헬스케어의 모회사인 차바이오텍이 2017년 이후 여러 차례 차헬스케어의 상장을 공언했지만 실제 일정이 연기돼온 탓이다. 투자자 신뢰 회복과 기술 검증의 병행이 밸류업 효과를 현실화할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복지부 과제의 성과가 향후 상장 신뢰 회복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윤경욱 차헬스케어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신사업이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두 건의 국가과제에 공동연구기관으로 선정되며 기술 역량과 미래성장 잠재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했다"면서 "앞으로도 커넥티드 헬스케어를 비전으로 삼아 AI와 디지털 기반의 혁신 솔루션을 개발해 국민건강증진 및 사회적 비용절감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